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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세기 조선족문학에서 나타난 ‘고향’의 새로운 표상

[인터넷료녕신문] | 발행시간: 2019.04.17일 09:32
1. 들어가며

조선족문학은 만주시기로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그

연구성과를 축적해오고 있는 문학분야이다. 현시대를 보면 조선족문학은 단순히 한국문학이나 중국문학의 범주 속에 소속되는 것이 아니라 고유한

정체성을 간직하고 있는 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진술이 가능한 리유는 무엇보다도 조선족문학이 탄생할 수 있는 독특한 자양분과 갈라놓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 즉 20세기의 이주문학으로부터 시작하여 현시대에 많이 나타나는 디아스포라적 경험은 조선족문학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색채를 띠게 한다. 조선족의 디아스포라적 경험을 고려할 때 우리의 문학에서 나타나는 ‘고향’은 한국문학에서 나타나는 ‘고향’과 일부 다른 점을

가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주의 경험을 지닌 조선족에게 최초의 고향, 즉 20세기 30~40년대의 고향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기원적인 표상이다. 하지만 새로운 현실을 바라보고 낯선 지대에 정착하기 위해 ‘고향’이라는 정체성을 나타내는 기원적인 표상은 부득불 변화를

가져야 했다. 그리고 건국 이후에는 정치적 리념을 문학적으로 적극 수용하는 모습을 띠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변화된 현실에 대한 수용은 고향의

표상을 변형시키면서 과거와의 매개점을 찾고저 하게 된다. 그러나 이제까지 발표된 조선족 시에 관련된 연구 성과들을 보면 많이는 20세기

30~40년대, 즉 강점기라는 특수한 시기에 형성된 간도 지역 문단과 그것을 토대로 성립된 중국조선족문학을 연구해왔다.

이러한 문제점들로부터 출발하여 본고에서는 새 세기에

들어서면서 중국조선족문학에서 고향의 표상은 어떠한 양상으로 변형 및 수용되였는가 하는 점을 고찰하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본고는 새 세기

중국조선족문학에서 나타나는 고향에 대한 표상들을 찾아보려고 한다.

2. 90년대와 새 세기에 들어서면서

본고에서 말하려는 1990년대와 새 세기의

조선족문학에서 나타나는 ‘고향’에 관한 시에서는 이러한 표상을 찾아볼 수 있다.

떠나간 하늘이 가슴에 흘러들면/ 속삭이는 먼 별이 내

꿈속에 돋아나오/ 눈 감으면 떠오르는 개산골의 메밀꽃/ 젊은 엄마 모시수건 못내 그립소//

―〈향수〉(김학송 1990년)

우의 시에서는 ‘속삭이는 먼 별’, ‘개산골의

메밀꽃’과 ‘모시수건’ 등 많은 이미지들을 리용하여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그렸다. 이처럼 90년대에 들어서면서도 사실상 고향에 대한 향수를

표현하는 시가 나타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향에 대한 향수를 표현하는 시가 부단히 창작되는 반면 고향에 대한 새로운 감정을 보여주는

시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람의 숲에서/ 사람이 그립다// 무너질듯한 도시에/

밀려드는 사람… 사람…// 사람의 숲에서/ 사람이 그립다//

―〈사람이 그립다〉(김학송

1993년)

우의 시는 1993년에 창작된 김학송의 〈사람이

그립다〉이다. 시 속에서 화자는 “무너질 듯한 도시에/ 밀려드는 사람… 사람…”이라는 표현으로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하는 사람들을 표현했다.

하지만 진정 ‘무너질 듯한 도시’에서 생활하면서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사실상 화자가 말하려는 것은 간단하다. 많은 사람들이

생활을 개선하려고 도시로 밀려들었지만 진정 사람으로서 간직해야 하는 인성이나 농촌에서 생활하면서 느꼈던 이웃 사이의 다정한 정감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무너질듯한 도시’에서 물처럼 ‘밀려드는’ 사람들이 날로 늘어나지만 옛 추억 속에 살아있는 따스한 온기와 이웃 사이의 정감을

더 이상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사람의 숲에서/ 사람이 그립다”는 진정한 원인이 되겠다. 날로 늘어나는 생활수준에 비한 인성의

메마름과 옛 고향에서 느낄 수 있었던 풋풋한 정감의 소실, 이는 현시대 많은 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인지도 모른다. 점차적으로 변해가는

사람들의 모습, 이는 고향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모습일지도 모르지만 사실상 바로 이러한 ‘밀려드는 사람…’과 동시에 조선족문학중 고향에 대한

새로운 표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녹 쓴 자물통 하나가 입을 꼬옥 다물고/ 지긋이

보초를 서고 있습니다/ 주인 없는 빈집 교대도 없이// 주인은 통도 크게 큰집 한채를/ 저 죄꼬만 자물통에 다 맡겨놓고/ 흔연히 먼길

떠났습니다// 미련도 없이 시름도 잊은듯/ 집도 맡기고 재산도 맡기고/ 래일의 기대와 희망마저 몽땅 맡기고 간/ 막중한 사명 때문에 자물통은/

한시도 눈을 붙이지 못합니다// 오로지 주인이 남기고 간/ 그 부탁 명심하고/ 깊은 밤 쇠망치에 몰래/ 정수리를 얻어맞으면서도/ 입만은 꼭

앙다물고 열지 않으려/ 신음하듯 아픔을 내뱉는/ 저 작은 보초군이 안스러워/ 처마밑 호미가 물끄러미 내려다보는데// 지나가는 바람이 흔들어보다/

어둠 내쏘는 뚫린 창문이/ 마치 피리구멍인듯 입술을 바싹 대고/ 위로인지 비웃음인지 알 수 없는/ 피리소리 한바탕 내고

갑니다/

―〈자물통― 어느 시골 마을에서〉(강효삼

2016년)

2016년에 창작된 강효삼의 시 〈자물통〉은 비교적

간단한 구성이다. 화자는 자물통을 인용하여 한 시골 마을에서 쓸쓸히 버려진 집에 대해 묘사했다. 여기서 비교적 독특한 것은 강효삼은 시에서

“주인은 통도 크게 큰집 한채를/ 저 죄꼬만 자물통에 다 맡겨놓고/ 흔연히 먼길 떠났습니다// 미련도 없이 시름도 잊은듯/ 집도 맡기고 재산도

맡기고/ 래일의 기대와 희망마저 몽땅 맡기고 간/ 막중한 사명 때문에 자물통은/ 한시도 눈을 붙이지 못합니다.”라는 구절들을 인용하여 주인이

떠나게 된 ‘원인’을 서술했다. 주인은 ‘래일의 기대와 희망을 안고’ 흔연히 떠난 것이였다. 기대와 희망을 안고 흔연히 떠난 주인과는 달리

자물통한테 남은 것은 슬픔 뿐이다. 홀로 남은 자물통은 “깊은 밤 쇠망치에 몰래/ 정수리를 얻어맞으면서”도 자신의 ‘직무’를 계속했다. 하지만

이러한 자물통을 알아주는 것은 오로지 ‘처마밑 호미’와 ‘피리소리를 내는 뚫린 창문’ 뿐이다. 이처럼 강효삼은 ‘자물통’을 이미지화하여

‘주인’들이 떠나고 난 ‘집’들의 모습을 그렸다. 슬프고 쓸쓸한 집들을 말이다. 이 시는 2016년에 창작된 만큼 사회문제인 농촌인구 류실문제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강효삼은 ‘주인’들이 떠난 후의 슬픈 모습을 그리는 동시에 일정한 희망도 남겨주었다. ‘자물통’의 주인은 ‘집도 맡기고

재산도 맡기고’ 갔을 뿐만 아니라 ‘래일의 기대와 희망마저 몽땅 맡기고’ 떠났다. 그리고 어떠한 ‘망치질’과 ‘녹’이 쓸어도 ‘자물통’은 자신의

입을 열지 않았다. ‘주인’이 맡기고 간 책임 때문이다.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라는 주인의 희망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처마밑에 걸려있는

호미’도 마찬가지이다. 언젠가는 돌아와 다시금 호미를 잡고 일해야 하는 주인의 마음을 알고 있기에 처마밑에 걸려있다. 이는 어찌 보면 언젠가는

돌아오게 될 것이라는 화자의 작은 바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 속에서 이미지화된 ‘굳건한 자물통’과 ‘처마밑에 걸려있는 호미’는 우리들한테

이러한 희망을 남겨주고 있다.

3.

결론

우에서 말한 바와 같이 1990년대와 새 세기에

들어서면서 조선족문학중 고향에 대한 표상은 향수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떠난 후의 서러움과 슬픈 감정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경향은 현대사회의

소용돌이와 개혁개방이라는 큰 환경하에서 날로 부유해지는 생활환경과 변화되는 조선족들의 정체성과 갈라놓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어찌 보면

이러한 변화는 인류가 가지게 되는 응당한 변화인지도 모른다. 고향은 출생과 성장의 근원적 장소이자 정신적 기원이며 정체성의 뿌리로 여겨지는

장소이다. 고향은 구체적인 동년시기의 기억 뿐만 아니라 세대의 흔적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추상적 공간과는 달리 실제적인 장소로 인식되기

마련이다. 또한 고향에 대한 애착은 공통적인 인간의 감정이며 고향에 대한 애착, 특히 토지에 대한 애착은 정착민이라는 특수한 개체의 근원적인

정서이다. 하지만 고향에 대한 이와 같은 감정은 마음이나 관념 속에서 규정된 지리적 개념으로 상상되고 인식된 공간이지 어떠한 구체적인 장소나

지리적인 위치에 속박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고향이라는 특별한 장소에 대한 인식은 항상 동일한 물체로 나타나지 않는다. 부동한 시기의 문화적

영향으로 인해 부동한 표상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즉 ‘고향’은 실질적 실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되고 이야기되는 것에 의해 드러나는

공간인 것이다. 1990년대와 새 세기에 들어서면서 많은 시인들은 이러한 사상에 비추어 자신의 작품을 완성했다. 례를 들어 본문에서 언급하지

않은 김기덕시인의 〈콩〉, 석문주시인의 〈고향의 살구나무아래에서〉와 전옥선시인의 〈귀향길〉과 같은 작품들이 있다. 이중 김기덕의 〈콩〉에서는

“고향을 떠난 삶에 해살이 여뭅니다”와 같이 새로운 제2의 고향을 그렸고 석문주의 〈고향의 살구나무 아래에서〉는 ‘숙’이라는 녀성과의 이야기를

인용하여 향수의 정감을 나타냈다.

/김옥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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