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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탐방] 아, 그 날 왕청현체육장서 본 잊지 못할 광경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9.05.06일 14:18



지난 4월 27일 오후, 을급 리그 연변북국팀의 첫 홈장 경기.

구단주의 ‘경영난으로 인한 퇴출’로 연변축구협회 위탁 관리라는 대지진 속에서 선수들이 과연 경기를 제대로 할 수 있을가?

부덕 파산의 청천벽력에서 아직 헤여나오지 못했는데 또 ‘북국’발 지진이라니? 우리 연변팀 팬들이 구경 응원할 기분이나 있을가?

게다가 연변북국팀 홈장이 전통축구지역이 아닌 ‘왕청 같은’(주: 항간의 유모아식 표기) 왕청현인민체육장이라니 과연 관중이 얼마나 올가?

그러나 그 날 오후 나의 그런 로파심은 가뭇없이 사라졌다.

연변북국팀은 퍼랗게 독이 올라있었고 우리 팬들의 마음은 벌겋게 타오르고 있었으며 연변축구는 억세게 다시 태동의 몸부림을 하고 있었다!

우리 선수들 눈물겹다… 우리 팬들 놀랍다

연변팀 특유의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 곳곳에서 달리는 북국팀 선수들은 붉은 악마들 같았다.

구단 이변이라는 의외의 악재 속에서 우리 민족의 특유의 오기라고 할가, 선수들은 상대보다 한발 더 뛰며 악착스럽게 달려들었다.

전반전 애타게도 꼴이 터지지 않고 후반 들어 상대가 진세를 내리우고 철통수비를 하자 북국팀 선수들은 거친 태클에 걸려 넘어지면서도 폭탄을 안고 적진에 질주하는 전사들처럼 포기하지 않고 상대 진지를 집요하게 공격했다.

끝내는 80분경 박만철이 찰나의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 승리의 포문을 열면서 상대가 무너졌다.

연변축구의 저조기에 날벼락처럼 하루아침에 앞날이 불투명해진 우리 선수들이지만 투혼을 불사르는 그 모습이 불쌍하고 눈물겨웠다.

두꼴, 세꼴, 화끈한 꼴잔치에 관중들은 열광했으며 오랜만에 답답하던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였다.



놀라운 것은 왕청시내와 꽤나 떨어져있는 경기장에 들어가보니 북쪽 관중석을 남겨놓고는 4분의 3 정도의 관중석이 차있었다는 점이다.

대회측 방송원이 격동된 목소리로 관중 입장수가 만 1,333명이라고 공포했다.

관영 통계에 따르면 을급 리그 제7라운드 총관중수가 2만 9,652명이라는데 북국팀 홈장 관중이 무려 절반에 가깝다고 하니 참으로 우리 팬들이 놀랍기만 하다.



주석대 바로 맞은켠 경찰들이 봉쇄한 관중석을 차지한 축구팬협회의 붉은 악마들이 북을 치고 함성을 지르며 경기 내내 서서 응원을 주도했다. 관중들도 함성을 지르고 주심의 편파 판정에 항의하며 분위기를 달구었다.

붉은 유니폼을 입고 동분서주하는 북국팀 선수들과 귀에 익숙한 “연변북국(延边北国)쨕쨕쨕 쨕쨕” 응원소리는 연길시인민경기장에서 슈퍼리그 연변부덕 경기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게 했다.

지팽이를 짚고 오신 69세 연길 할아버지

경기 후 기자는 문득 지팽이를 짚고 절뚝거리며 힘겹게 경기장을 걸어나오는 한 로인팬을 발견했다. 알아보니 연길에서 홀몸으로 특별히 축구 구경을 오신 69세 리성국할아버지.



리로인은 골괴사(骨坏死)로 수술하면서 지팽이를 짚고서야 걸을 수 있지만 북국팀 경기를 보려고 불편한 몸으로 자가용을 몰고 온 것이였다. 경기장에서 기동차 봉쇄선까지 꽤나 먼거리에 있다. 교통봉쇄선을 넘어 경기장에 올 때 경찰이 리로인을 발견하고 특별히 경찰차로 경기장 입구까지 모셔다드렸다고 한다.

열혈축구팬인 리로인은 올해 연변부덕팀이 갑자기 사라지면서 주말 생활의 중요한 한 부분이던 연변팀 경기가 없어 실련당한 듯한 마음이였는데 북국팀 경기가 왕청에서 있게 된다는 소식에 더는 참지 못하고 가족들의 만류도 마다하고 오신 것이였다.

“오늘 선수들이 잘했고 신고 끝에 꼴 세개까지 넣어 너무 기쁘다”며 리로인은 아주 즐거워하신다.

사실 부덕팀이 있다면 북국팀 경기 보러 안 올 것이라고 실토하면서도 “기실 부덕팀이나 북국팀이나 모두 우리 자제병이다. 앞으로 북국팀의 모든 홈장 경기를 빼놓지 않고 보러 올 것이다.”고 말한다.

“연변축구가 올 들어 악재가 련속되고 있는데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경제문제죠! 돈만 있었다면 부덕도 죽지 않았지요.”

“앞으로 연변축구 어떻게 하면 좋아요?”

“어떻게든 다시 살아나야죠!” 리로인은 기자의 질문에 단호하게 대답한다.



기자는 큰길에서 교통지휘를 하고 있는 경찰에게 리로인을 모시고 가서 상황을 설명, 젊은 경찰은 지나가는 차를 세워 로인을 부축해 차에 태웠다. 리로인의 자가용이 있는 곳까지 모셔가게 한 것이다.

보라! 이것이 바로 축구 없이는 못 사는 우리 팬들이다. 이런 옥토가 있는 한 연변축구는 조만간에 다시 살아나 왕성한 모습을 보여줄 것임은 의심할 바 없다.

“갑급이든 을급이든 상관없수다”

기자는 희색이 만면해서 경기평을 하면서 경기장을 나오는 나이 지긋한 세 관중을 보고 다가가 취재했다. 나이가 60세가 넘어 무료로 경기를 구경했다는 김씨, 려씨, 박씨 성을 가진 이 세 동창은 모두 왕청 분들이였다.

열혈팬인지라 지난해까지만도 연변부덕팀의 홈장 경기 때마다 세 친구는 연길에까지 가서 축구 구경을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부덕이 파산되여 랭가슴을 앓던 차 마침 북국팀이 홈장을 왕청으로 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호박이 덩굴 채로 떨어진 기분이였다. 자기 집 문앞에서 경기를 보게 된 행운이였다.

“선수들이 오늘 악을 쓰고 했습니다. 정말 잘 찼습니다!”

기자가 연변의 두 프로팀의 련속되는 악재를 두고 주요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고 물었다.

“지금 세월에 돈이 있어야 축구를 할 거 아니겠수. 연변에 돈이 없으니 무슨 용 빼는 수가 있겠수!”



“을급이든 갑급이든 상관이 없수다. 이제는 북국팀 경기를 다 볼 거웨다. 우리 왕청에서 하니 감정이 더 가고 더 응원을 하게 됩니다.”

참으로 소박하지만 사랑스러운, 지고지순한 팬들은 천금을 주고도 바꿀 수 없는 연변축구의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연변팀 팬들을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들’이라고 기자는 불러보았다.

/글 사진 길림신문 축구론평원 정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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