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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초

[인터넷료녕신문] | 발행시간: 2019.05.10일 08:55
안마방에서 나오면서 시계를 힐끗 쳐다보니 자정이 훨씬 지난 두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초겨울인지라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한줄기 찬 공기가

얼굴을 덮치며 옷섶까지 파고든다.

춥다를 육성으로 터뜨리고 나서 옷깃을 여미고 몸을 옹송그린 채 나는 주차장으로 향했다.

밤거리를 현란하게 장식했던 불빛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었고 웃음을 파는 영업장소들에서만이 뿜겨져나오는 에로틱한 불빛들이 이 도시의 밤에

은밀한 기운을 더해주고 있다.

마누라한테는 회식이라고 ‘청가’를 맡고 친구랑 호프집에서 술로 두개골까지 절여준 후 찾은 곳이 안마방이였다. 그 곳에서 발안마사를 불렀고

어느새 잠이 들어있는 내 허벅지사이를 주물럭대고 있는 짙은 화장의 안마녀의 손을 가까스로 밀쳐내고 나오니 이 시간이였다. 그건 겨우 남아있던 내

부스러기 리성이 승리하는 순간이였다. 안마녀는 손에 다 들어온 ‘사냥감’을 놓친 게 못내 아쉽다는 듯 맹랑한 표정을 지으면서 흰눈자위를

굴려댔다. 어느새 형식이는 옆의 침대방으로 흘러들었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마 그 곳에서 일말의 령혼이 담겨져있지 않은 채 원시적인

욕구만을 해소하고 있을 것이다.

형식이한테 넌지시 물었던 적이 있었다. 령혼없이 살만 섞는 게 가능하냐고? 그러는 나에게 형식이가 의미심장하게 되물어왔다. 살을 섞는데 왜

령혼이 필요하냐고? 결국 나도 그의 물음에 대답을 못했고 형식이도 나의 물음에 대답을 못했다. 답안은 서로의 마음속에 있었을 테지만 다만 우리는

상대를 설복할 만한 적당한 리유를 찾지 못했을 뿐이다.

점점 귀가시간이 늦어지는 나한데 마누라가 대화를 요청했다.

“당신, 우리 얘기 좀 해.”

“왜 갑자기 분위기를 잡고 그래, 무섭게스리.”

“무섭긴, 난 지금 진지하단 말이야.”

제법 진진한 표정으로 바뀐 마누라의 얼굴을 보면서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짐짓 마누라의 말을 경청하겠노라는 태도를 보여주었다. 일단은

태도에서부터 합격을 받을 것 같았다.

“우리 가족을 배에 비유하면 말이야… 나와 당신은 노 젓는 배사공이지. 배에는 토끼 같은 당신의 아이들이 타고 있어. 잔잔하게 흘러갈 때가

더 많겠지만 분명히 풍랑도 있을 것이고 암초도 있을 것이야, 배가 침몰되는 여부는 나와 당신의 손에 달려있어.”

“풍랑은 뭘 뜻해?”

“우리 결혼생활에 방해를 주는 이런저런 변고들!”

“그럼 암초는?”

“음, 당신이 나 몰래 바람 피우는거?!”

“쿡, 그럼 당신은 바람 안 피우나? 그걸 그렇게 에둘러 말해?”

“알면 됐어, 아무튼 그때 가면 당신은 아이도 재산도 포기하고 나갈 준비를 해.”

마누라의 불안함의 근원을 나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유혹이 란무하고 있는 도시, 모든 사람들의 욕망은 아무런 보호장치도 없이 형형색색의

테스트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마누라는 한가지만은 잘 모르고 있다. 나는 아이도, 재산도 포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녀까지도 포기할 수 없다는 걸. 함께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10년 세월을 같이한 마누라는 지금의 나에게 있어서 녀자가 아닌 가족이였다. 세상에 가족을 포기할 멍청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따르릉~

알람소리에 눈을 떴을 때는 벌써 이튿날 아침이였다.

“당신 어제저녁 몇시에 들어왔어?”

마누라가 아침식사 대용으로 마가 들어간 쥬스를 건네면서 물어온다.

세수를 마치고 나오다가 주스잔을 받아서 나는 한모금에 들이켰다. 키위도 갈아넣었는지 상큼한게 맛은 좋았다.

“한시인가?”

마누라의 펑퍼짐한 파자마 앞에 수놓인 곰의 머리에 눈길을 주었다가 다시 마누라의 눈을 쳐다보면서 나는 될수록이면 귀가시간을 앞당겨

말해보려고 노력했다. 한시나 두시나 별반 다름은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만 웬지 한시간이라도 앞당겨 말하면 마누라의 잔소리파워가 약해질지도

모른다는 나만의 착각 혹은 기대에서였다. 그리고 눈을 꼭 마주치면서 대답하는 건 꿀릴 데가 없다는 모종의 시위이기도 했다. 물론 그것도 오로지

나만의…

“거짓말, 두시에 들어왔으면서, 왜 그렇게 늦었어?”

‘거짓말’이라는 단어 하나로 그녀는 내가 했던 노력들이 전부 부질없었다는 것을 증명해주었다. 결혼 10년차, 우리의 대화가 이런 방식으로

이어진 지 꽤 오래 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랑 10년 세월을 살아온 이 녀인은 나를 너무 잘 알고 있다. 내가 그녀를 잘 알고 있는 것

만큼.

“회식이라 술 많이 먹어서 그만 차에서 잠 들었어.”

마누라의 심문이 시작될라치면 나는 언제나 정신력을 모두 가동시켜야 한다. 한가락의 트임새라도 보이기만 하면 곧바로 훅 하고 쳐들어오기

때문이였다.

“왜? 대리기사를 불러야지.”

“대리기사를 예약할 수 없어서 기다리는 동안 잠 들었지 뭐야.”

“좀 일찍일찍 다녀, 애들이 아빠의 얼굴 잊어버리겠어.”

“그래.”

적당히 머리를 굴리면서 둘러댔더니 마누라는 꽤나 수긍하고 있는 표정이였다. 100% 믿고 있지는 않겠지만 바가지를 더 긁으려면 건덕지가

필요해서인 것 같았다. 하지만 이처럼 날따라 늘어나는 나의 거짓말 레벨에 마누라는 결국 자신이 한몫했다는 걸 모른다. 아마 자신이 ‘주왕을 도운

장본인’이라는 걸 안다면 환장하겠지? 물론 마누라에게는 좀 억울한 일이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설명이 가능한 일도 아니였다.

마누라와는 소개팅에서 만났다. 주선해준 지인의 괜찮은 안목 덕분에 우리는 서로에게서 운명을 느꼈고 2년간 사귀고 결혼했으며 결혼 후에는

애를 낳고 살아가는 여느 부부들과 다를 바가 별로 없는 생활을 해왔다. 련애시절에는 분명 만나지 못하면 보고 싶어 죽을 것만 같았던 시절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주 짧은 기간이였지만 그 시절에 마누라는 나의 휴대전화에 분명히 ‘내 사랑’이라고 저장되여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민수 엄마’로 저장되여있다. 물론 마누라의 휴대전화에도 나는 ‘민수 아빠’로 저장되여있다.

2년 전에 둘째가 태여난 후로 마누라는 육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괜찮게 나가던 직장을 그만두고 가정주부가 되였다. 그 이후로 내가 세련된

옷차림에 섬세한 화장을 한 마누라를 본지는 까마득한 옛날이 되였다. 그리고 가족 네 식구를 먹여살리는 임무는 나 혼자만의 어깨에

실려졌다.

면도를 말끔하게 하고 마누라가 다리미질을 한 깃이 잘 세워진 와이셔츠를 입고 향수 두번 뿌리면 나는 출근준비가 완성이다. 회사에 도착하면

늘 그래왔듯 미스김은 ‘차장님은 항상 향기가 좋으세요.’라고 하면서 호들갑을 떨 것이고 나는 그녀를 향해 눈을 찡긋해보이는 것으로 답례를

대신하고는 하루의 일과를 시작할 것이다. 과연 한시간 동안 줄기차게 가속페랄을 밟고 회사에 도착했더니 예상 대로 미스김의 기분 좋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머, 차장님, 오늘도 향이 좋으시네요!”

매일 같은 브랜드의 향수를 쓰는 데도 입사한 지 2년이 되는 그녀는 민망할 정도로 떠들어댔다. 몇년 썼으면 멘트도 이젠 바꿀 법만도 하건만

꾸준한 칭찬에 오히려 내가 다 탄복이 갈 지경이였다.

“왜, 남자친구 생겼어? 남자친구 사주게?”

“아니요, 제가 언제 남자친구가 생기겠어요. 차장님처럼 멋진 남자들은 이미 품절이잖아요.”

돌아오는 그녀의 대답은 상당히 로골적이였다. 입사한 지 반년쯤 되여서부터 그녀는 늘 내게 필요 이상으로 자신의 정보를 흘리면서 뭔가를

암시해왔다. 혼자 살고 있다는 것과 남자친구가 없다는 등등은 다 그녀가 평소에 자연스럽게 흘렸던 정보들이다. 그리고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정보들을 새겨 듣고 있었다. 회사에서 고과와 진급을 책임지고 있는 나에게 그녀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모를 만큼 나도 바보는 아니였다. 세계가

알아주는 한국의 s 회사. 이 회사에서 HR 10년 차, 그동안 나는 업무능력 대신 다른 것으로 어필하는 녀자직원들을 꽤나 많이 보아왔다. 어쩜

그녀들은 경쟁이 심한 직장생활에서의 자신만의 다른 생존방식을 터득했을지도 모른다. 4년마다 진급이 가능한 명확한 진급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은 온갖 수단을 써서라도 그 거리를 좁히려고 애를 썼다. 그녀들에게는 그래도 괜찮은 모양이였다. 그 대가가 무엇이든…

“차장님, 맛있는 커피 배달왔습니다.”

“고마워.”

“프림 대신 우유를 넣었어요. 프림은 건강에 안 좋다잖아요.”

“그래? 맛있겠네.”

미스김이 야릇한 미소를 한번 흘려주고는 가버린다. 나는 그 미소에 활랑거리는 마음을 한번 추스리고 나서 다시 업무에 림했다.

세시간에 걸쳐 19년 전략회의를 마치고 나오니 점심시간이 다 되여간다. 뻐근해진 허리를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풀어주고는 회의중 무음으로

전환시켰던 휴대전화를 정상으로 원상복귀시켰다. 위챗문자가 도착했길래 확인해보니 마누라였다.

“쇼핑몰에서 기저귀를 할인하더라. 받는 주소를 당신 회사로 했으니깐 퇴근할 때 가져다줘.”

마누라와의 위챗대화창에 스크롤을 끝까지 쭉 올려봐도 대개 이런 내용 뿐이였다. 기저귀 아니면 분유, 또 아니면 애들 사교육비… 미간을

구기면서 나는 의자에 벌러덩 기대여 앉아버렸다.

나와 마누라는 언제부터 이렇게 남녀사이에서 생활파트너로 승화되였던 걸가? 분명히 과도기도 있었을 테고 경계선도 있었을 테지만 기억을

더듬어봐도 딱히 어느 순간이라고 짚기는 어려웠다. 어느 책에선가 본 기억이 떠오른다. 남녀사이 사랑의 유효기간은 결혼 후 딱 2년이라고 했다.

그 다음부터는 정으로, 의리로 살아간다고 했으니 그럼 나와 마누라가 파트너로 진화된 건 결혼 2년 후부터겠지 하는 짐작도 들었다.

“차장님, 점심식사 함께 할가요?” 미스김이 제안해온다.

“어, 그래.”

회사부근의 작은 까페에 자리를 하고 우리는 마주앉았다. 그녀의 윤기나는 머리카락이며 섬세한 화장에 꼼꼼하게 매니큐어까지 발라진 손톱에

눈길이 머물렀다가 다시 눈길을 거두려는 순간 허공에서 미스김의 눈길과 마주쳤다. 어색한 웃음이 실렸을 내 표정과는 달리 그녀는 대범하게

웃어보였다. 주문했던 스파게티와 샐러드가 올라왔고 그녀는 포크로 우아하게 면을 말아올리기 시작했다. 면접시가 반쯤 비여갈 무렵에도 그녀의 분홍색

립스틱은 한점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나는 나름 직장에서의 유혹을 잘 물리치고 균형을 유지해왔다고 자부한다. 넘어야 할 선이 있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이 따로 있다고 늘 자신한데

일깨워왔었다. 그러나 그 자부심에 태클을 걸어온 건 밤중에 걸려온 한통의 전화였다. 그날도 나는 친구들이랑 스크린골프에 열을 올리고 있었고

시계바늘이 12시를 향해 치닫고 있을 때쯤 휴대전화가 울렸다. 마누라의 전화겠거니 하고 통화버튼을 누르고 귀에 대는 순간 익숙한 마누라의 갈린

목소리 대신 미스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차장님. 저 지금 너무 아픈데 와주실 수 없을가요?”

나는 다시 시계를 쳐다보았다. 시계바늘은 어느덧 12시를 막 지나고 있었다. 이 시간에 녀자동료가 아프다고 나를 부른다. 살짝 망설여졌다.

고민하고 있는 가운데 그 망설임에 채찍질이나 하듯이 휴대전화 너머로 고통을 실은 목소리가 또다시 흘러나왔다.

“저기 좀 부탁인데 빨리 와주시면 안될가요?”

집에 일이 있어서 먼저 가봐야 한다고 량해를 구하는 나한데 친구들이 야유가 섞인 어조로 빈정거렸다.

“왜? 보초군이 전화 왔어? 셋째 만들려구?”

“셋째는 무슨 얼어죽을.”

낄낄거리는 친구들을 뒤로 한 채 내가 운전대를 잡기까지는 겨우 5분이 걸렸다. 주차장까지 제법 거리가 있었는데 내게 언제 이런 저력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또한 그녀가 공유해준 위치에 도착했을 때는 겨우 20분이라는 시간이 경과했다. 정상이라면 30분이 소요되는 거리였다.

미스김은 정말 아플가? 야심한 밤중에 녀자가 혼자 살고 있는 방에 진입한다 는건 곧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나는 충분히 짐작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분 전의 나는 그렇게 전력을 다해 엑셀라이트를 밟아대지 않았던가.

과연 난 무엇을 원했던 걸가?

초인종이 울리고 미스김이 문을 열었을 때는 전화 속 목소리로 들을 때보다 상태가 훨씬 좋아보였다. 긴 웨이브머리가 고통을 호소했던 목소리의

주인답지 않게 턱선을 타고 섹시하게 늘여뜨려져있었고 분홍색 실크 잠옷 아래 깊숙히 패인 Y라인이 은근한 유혹을 던지고 있었다.

“좀 어때? 병원 안 가도 돼?”

목구멍을 비집고 겨우 나온 듯 나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네. 좀 쉬고나니 나아졌어요, 일단 들어오세요.”

깔끔하게 정돈된 녀자의 방이 한눈에 들어왔다. 온통 핑크색으로 장식된 방에서는 내가 쓰던 향수와 비슷한 냄새가 났다. 순간 애들의

놀이감이며 옷가지들이 널려있던 집구석이 떠올랐다. 그리고 언제나 봉두란발에 곰머리가 수놓인 낡은 파자마를 입은 마누라의 모습도 떠올랐다. 그

시각에 왜 하필 마누라의 파자마차림이 떠올라야 하는지 나 자신도 리해할 수가 없었다.

“쥬스 드릴가요?”

“쥬스는 됐고 진짜 병원 안 가도 되는 거야?”

“네, 병원은 안 가도 될 거 같애요. 앉으세요.”

조금 어색한 기운이 흘렀지만 나는 막무가내하듯 침대에 걸터앉았다. 미스김도 내 곁에 밀착하듯 다가앉았다. 그녀의 하얀 다리가 눈부셨다.

투- 투- 툭- 그 순간, 내 리성의 끈이 서서히 끊어지기 시작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어쩌면 대화는 불필요한 것이였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그 순간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는 나도, 그녀도 분명 잘 알고 있었으니깐. 곧 그녀의 머리가 내 어깨에 기대여왔다. 어느새 나의

팔도 그녀의 허리를 휘감고 있었다.

순간 호주머니에 있던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휴대전화를 끄지 않은 것이 못내 후회되였지만 나는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

그녀의 핑크빛 입술에 내 입술을 포개려는 순간, 잠간 멈추었던 휴대전화가 또다시 울려댔다. 허벅지에 손을 얹었다. 휴대전화가 줄기차게

울린다. 걸추적거리던 그녀의 실크잠옷이 반쯤 흘러내렸다. 휴대전화는 여전히 끝없이 울린다…

“미스김, 잠시만.”

휴대전화를 들어서 꺼버리려는 순간 ‘민수 엄마’라는 이름아래 부재중 전화 5통이라고 떠있었다. 평소 같으면 내가 외출해 있을 동안은 아무리

늦은 시간이라도 좀처럼 확인전화를 하지 않던 마누라가 이 정도로 전화를 해댈 정도면 무슨 일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미치자 나는 입술

가까이에 손가락을 가져다대면서 쉿 하는 흉내를 냈다. 미스김은 온유한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까닥거렸다. 통화버튼을 눌렀다.

“왜 무슨 일인데 줄기차게 전화를 하는 거야?”

의도한 건 아니였지만 나는 저도 모르게 목소리에 짜증이 실렸다.

“둘째가 열이 펄펄 끓어. 지금 둘 다 데리고 병원으로 가는중이니 당신도 일 끝나는 대로 빨리 와줘.”

통화가 끝난 후 위챗으로 10초짜리 동영상이 전송되여왔다. 잠이 덜깬 듯한 첫째가 불만 가득한 얼굴로 칭얼대고 있었고 둘째는 뽀로로가

그려진 열랭각시트를 이마에 붙인채 마누라 옆에 힘없이 기대여 앉아있었다. 그리고 언뜻 지나가는 화면에는 마누라의 맨발에 꿰찬 실내화도 잡혔다.

꽁꽁 싸맨 애들과는 너무 대조되는 모습이였다. 어지간히도 급했던 모양이다. 욕이 나왔다. 아침 일기예보에 오늘부터 기온이 령하로 떨어진다고 한

걸 분명히 함께 들었는데…

“자기 자신도 못 챙겨, 미련하기를 곰 같애.”

달아올랐던 머리가 순식간에 식어지는 걸 느끼면서 나는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흐트러진 와이셔츠를 잘 다듬고나서 외투를

걸쳤다.

“미스김이 괜찮은걸 봤으니 나 이제 집에 가봐야겠어.”

“네?!”

못 믿겠다는 듯이 미스김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 높아졌다.

“그리고 이후에 아프다고 남자상사를 불러내는 일이 없도록 해줘, 그리고 이건 비밀이긴 하지만 다음해 승진대상에 미스김도 포함되여있어. 특진

케이스지.”

“네? 정말요?”

“그래, 미스김은 능력으로 승부를 해도 얼마든지 될 사람이야.”

“고마워요… 그리고 미안해요.”

다시 운전대를 잡는 데에는 3분이 걸렸다. 마누라한테는 음성으로 문자 한통 넣었다.

“지금 갈게. 조금만 더 수고해.”

나는 엑셀라이트를 있는 힘껏 밟았다. 주황색 빛을 뿜고 있는 가로등들이 차창 밖으로 올챙이 같은 빛꼬리를 만들면서 휙휙 스치고 있다.

조금은 경황이 없던 마음을 달래줄 예정으로 오디오를 틀었다. 류행은 꽤 지난 것 같은 트로트가락이 흘러나왔다.

나 아닌 다른 사람 만났더라도 얼마든지 좋은 안해 되였을 사람

착하고 어진 심성 고르게 펴서 얼마든지 좋은 안해 되였을 사람

미안해 미안해 정말 미안해… 주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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