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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권유합니다

[인터넷료녕신문] | 발행시간: 2019.05.14일 09:44
사회생활을 위한 자발적인 선택이든, 유전자가 내려준 타고난 성향이든, 나는 리성적이라는 평가를 참 많이 듣는다. 물론, 감성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나는 참 필요 이상으로 감정 이입을 하고 몰입하고 함께 울고 웃는다. 그럼에도 리성적이라고 보여지는 리유가 뭘가.

  여럿이 모여서 회의를 하면서도, 정작 해결책에 관심 없이 문제점만 흥분해서 널어놓는 사람은 아주 흔하게 있다. 나는 머리속으로 다른

계획을 하고 있을지언정 화를 내거나 중단시키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 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지 아닌지만 명확하면, “내버려둬”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에 치여 살면서 이런 것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리성적이기란 참 쉬운 일이 아니다. 소리 한번 확 질러버리고 싶은 충동을 수도 없이 억누르며

진이 빠지고 무기력해진다. 어떤 행동이 옳은 건지 가치관처럼 바닥에 묻어놓고 그 우에 뭔가를 쌓아가는 것이란 원래가 이런 일인 것 같다.

  뜬금 없이 사랑이야기는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모두가 리성적이라는 평을 받지 않을지언정, 우리는 크고 작은 눈앞의 목표를 바라보기 바쁘게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누구도

직장에서의 일 하나, 승진 한번, 아이의 시험성적 한번,이런 것들을 인생의 목표라고 인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인생을 최적의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하여 살지 않는다.

  나만 해도, 리성을 지켜내는 것은 나 눈앞의 한가지 일을 해결하기 위한 수동적인 사회 순응의 결과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이란, 터무니 없는 설렘이란, 나를 멍청하도록 허락하고 잠시 딴 짓에 푹 빠져 살더라도 만취보다 더 정신차리지

못하는 그런 숨구멍 같은 유일한 감정일 것이다.

  작년 이맘 쯤인가, 건강한 가족관계를 주제로 짤막한 비공식 발표를 한 적이 있다. 이렇게 세 가지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1. 남편을 남이라고 생각하고 대하라. 우리는 친구에게 내가 오늘 아프니까 니가 눈치껏 나의 표정으로 나의 불편함을 캐치하고, 배려하는

메뉴와 일정을 만들 것을 기대하는가? 그렇게 기대한다면 그건 남편이 이겨내야 할 몫이지만, 대부분 그렇게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남편에게는

그런 것을 기대한다. 우리는 가족을 “가까운 사람”이 아니라 “편한 사람”으로 잘못 생각하고 이런 것이 많은 관계를 망친다. 친구에게 하는

나만의 매너와 최선을, 반만 해도 아주 건강한 관계의 기반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2. 0세부터 100세까지 “존중”하라. 우리 아이는 “어려서” 판단을 하면 안되고, 우리 부모님은 “요즘”을 모르셔서 판단을 하면

안된다고 함부로 넘겨짚지 않았던가. 경청이란, 듣고 내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듣고 그의 판단을 믿어보는 것이다. 조카가 코끼리 그림을 보고,

“하마다”라고 하니, 엄마는 순간, “얘, 이건 하마가 아니라, 코끼리야”라고 정답을 가르쳐줄 의무감을 불끈 느끼며 개입한다. “하마로 보일 수

있구나.”라고 넘어가면, 언젠가 이 아이는 “아, 그건 하마가 아니라 코끼리였구나” 라고 아무 상관 없이 터득하게 될 것이다. 엄마가 정답을

알려주려고 개입하는 순간, 이 아이는 “내가 틀린 말을 했구나”라는 감정과 함께 아이로서는 가져서는 안되는 ‘말조심’의 감정을 가지게 될 수도

있다. 어른이 어린이에게 가르쳐야 하는 것은 어휘나 동물의 종이 아니라,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것,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존중하는 것,

수두룩한 다른 것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3. “엄마는 괜찮아”는 모든 잘못된 관계의 시작이다. 년로하신 어머님들은 뼈속까지 콕콕 찌르는 상처 주는 말씀을 아무렇지 않게

하신다. 아들이 엄마의 말에, “엄마는 또 그런 소리를 뭣 하러 해”라는 대꾸를 하는 것이 전혀 희한하지 않은 일이고, 심지어, “이런 대꾸라도

해주는 것이 어디야” 라고 느끼는 만큼, 엄마들은 그렇게 살아오셨다. 어머님께서 팔순이 넘으셨지만, 여전히 한해 이상 같은 옷을 입지 않으시고

머리를 항상 곱게 손질하신다. 남편에게 어머님 만났을 때, “우리 엄마 머리 하셨네, ”라고 한마디만 해달라고 부탁했다.

  뭔가 목표를 가지고 달려가고, 뭔가 해결한다는 것은, 내 기준에서의 ‘성과’와 ‘발전’, 좋은 가족관계 등을 과실로 누리게 되겠지만,

나의 감정과 시간은 ‘소모’라는 현실을 벗어나기 어렵다.

  일과 사람 이야기를 하면서, 지쳐가고 있다고 말하고 있고, 그러면서도 잘 풀어가려고 노력하고, 불만을 한번 털어놓더라도 “더 나아지기

위한”, 내가 더 마음 편하게 잘 할 수 있기 위한 계산된 불만을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리성의 끈을 내려놓을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사람을 바라보거나 눈앞에 현실을 바라볼 때 ‘리성적’이지 않고 ‘좋을 대로’, ‘될

대로’ 바라보는 것 또한 고 난이도의 선택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정말 사랑을 권장하고 싶다.

  나에게 닥쳤던 설렘의 나날들이 그리워서가 아니라, 그런 것들이 나의 삶에 숨을 쉴 수 있도록 많은 기회를 줘서가 아니라, 숨막히는

하루하루의 숨구멍으로 찾고 싶어서 더 그런 것일 수도 있다. 그냥, 사랑이라는 순진한 설렘은 언제 어떻게 찾아오든, 나에게 멍청해질 수 있도록

스스로를 허락하는 유일한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설렘에서 오는 상상, 평소에 절대 할 수 없는 멍청한 이야기와 멍청한 행동들, 이런 것들이 ‘리성’으로부터 나를 숨쉬게 하고 긴장을

내려놓은 그냥 ‘나’를 세상으로부터 독립시켜서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설사 일상이 남의 기준에서 덜 ‘리성’적이더라도, 본인 기준에서는

현재 처한 상황을 잘 이겨내기 위한 최선의 ‘리성’적인 노력을 하고 있을 터이니.

  결혼적령기에 들어서면, ‘련애’마저도 목적의식을 가지고 ‘리성’적으로 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한두명이 아닌 여러 사람에게

들으면서, 내 나이에 대한 생각을 처음 바꿔 보았다. 내가 결혼을 하지 않은 지금 이 나이였다면 어떻게 살고 있었을까, 참 상상이 되지는

않는다. 최소한 결혼이라는 것이 나에게 ‘설렘’을 빼앗지도 않았고, 나의 그 어떤 ‘목표’와 ‘꿈’도 빼앗지 않았다고 지금은 믿고

있으니.

  다만, 결혼을 고민하던 그때, 누군가가 조언해주었던, 사람과 사람은 평생 설렘으로 살지 못하고 언젠가는 좋아하는 그 어떠한 점 때문에

끊임없이 보여지는 ‘새로운’ 점들을 이겨내기 위하여 스스로를 설득하고 사는 그런 것, 그런 것이 결혼이라고 하였다.

  잘 모르겠으나, 나를 멍청하게 만드는 그런 연애를, 목적의식을 가지고 하는 사랑과 결혼으로는 결혼 후에 이어가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단순하게 해 본다면, 의식적으로라도, ‘새 사람’과 ‘새 사랑’에 의하여 설레는, 정신줄을 놓고 멍청해지는 그런 사랑을 지금이라도

서둘러서 많이 했으면 한다.

  시간이 지나 되돌아보는 나는, 더이상 내가 아닌 것을. 숨을 쉬고, 울고 웃고 늙어질 래일을 생각하며 오늘을 불태울 그런 것이,

‘나’인 것을. 그것이 행복이든 불행이든 무엇으로 해석된들 또 어떠랴.

  다이어트 하는 녀자들의 가장 큰 후회는 “그때 덜 먹고 참고 운동했을 것을”이 아니라, “그냥 그때 체중이라도 유지했을

것을…”이다.

정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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