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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수요일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9.05.14일 10:05



리동엽 (녕안시조선족소학교 4학년1반)

  (흑룡강신문=하얼빈)휴식시간, 교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한족말을 한참 듣고계시던 선생님께서 우리를 쭉 둘러보시더니 엄숙한 표정으로 입을 여셨다.

  “친구들, 이제부터 매주 수요일을 우리말을 하는 날로 정하겠습니다. 만약 누가 한족말을 하면 그 소조의 점수를 1점씩 깎겠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자 학생들은 대번에 울상이 되였다. 나도 례외가 아니였다.

  친구들이 어쩌면 좋을지 몰라하는데 4조의 박문이가 “나거(那个)…” 하고 말을 시작하다가 한족말인 걸 느끼고는 입을 다물어버렸다. 4조의 친구들이 말은 못하고 박문이를 손가락질하며 야단이였다. “4조 1점 깎겠습니다.” 벅적하던 교실 안이 대번에 조용해졌다.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새처럼 재잘대던 입들에 모두 자물쇠를 잠가놓은 듯했다. 이 때 꼬맹이 문택이가 손을 들고 “커이 추취완마(可以出去玩吗).”라고 물었다. 선생님과 친구들은 모두 참지 못하고 “하하!” 하고 웃었다. 그제야 문택이는 자기의 실수를 알았는지 게면쩍게 웃으며 입을 다물었다.

  점심시간이 되였다. 선생님이 계시지 않으니 매 소조에서 깎이우는 점수가 점점 더 많아졌다. 자기도 모르게 청개구리처럼 불쑥불쑥 튕겨나오는 한족말을 막으려고 나는 우리 조 우형이의 입에 비닐테프를 붙여놓았다. 조선말을 잘 못하는 그 애가 입만 열면 한족말이 튀여나오기 때문이였다. 이걸 보고 1조의 백설이도 테프를 가져다 자기 입에 붙여놓았다. 박문이와 한조인 천홍이는 한번 실수한 박문이가 또 입을 열고 한족말을 할가봐 손으로 박문이의 입을 막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것처럼 쉴새없이 튕겨나오는 한족말 때문에 우리 소조는 46점이나 깎이웠다. 다른 소조도 례외가 아니였다. 전쟁이 따로 없었다.

  ‘공포의 수요일’을 지내고 나는 우리말보다 더 익숙해진 한족말에 깜짝 놀랐다. 또 한족말을 넣지 않으면 말도 할 수 없는 나자신을 발견하였다. 지금까지 우리말을 너무 랭대하고 무시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나부터라도 ‘공포의 수요일’이 아니라 ‘행복의 수요일’이 되도록 우리 말을 열심히 하리라 마음먹었다.

  /지도교원: 김옥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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