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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유적지 답사 실기(5)그 산 그 강은 기억하네

[인터넷료녕신문] | 발행시간: 2019.06.20일 09:30
항일유적지 답사 실기(5)

그 산 그 강은 기억하네

배달학교와 7지사

김창영

배달학교와 7지사

최윤구장군의 묘소를 떠날 때는 이미 오후 한시가 지났었다. 봉고차는 마을 입구를 벗어나며 차머리를 현성 쪽이 아닌 왕청문진 쪽으로 돌렸다. 현성까지는 5분이면 족하나 왕청문진까지는 30분 족히 달려야 하는 거리다. 전정혁 주임이 왕청문진에 단골 식당이 있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럼 그렇겠지! 아무렴 점심을 굶기기야 하겠나?)



헌데 오산이였다. 왕청문진에 들어선 봉고차가 멈출 념을 않고 그냥 지나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동강연조선족촌을 벗어나고 마을을 감돌아 흐르는 부이강을 다리 우로 가로질러 길림성 경내에 들어서는 것이였다. 사실 길림성 집안시가 고향인 나는 이 길을 수없이 오갔었다. 지금은 몇년 전에 남통고속도로가 개통되여 많이 편안해졌지만 그 전엔 이 국도를 리용할 수 밖에 없었다.

차창을 내다보니 연록이 물들기 시작한 전야가 눈에 익숙했다. 하배(下排)촌이 다가왔다 물러가고 이윽고 삼과유수(三*楡樹)진이 시야에 들어왔다. 언젠가 여기에 특별히 먹으러 왔던 쏸차이돼지고기전골이 생각났다. 입안에 군침이 돌았으나 애써 참을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점심을 줄 때까지 아닌 보살하고 참기로 했다.

답사 계획에 통화현 합니하 신흥무관학교 옛터가 있어 내처 통화현까지 가는가 했는데 봉고차는 삼과유수에서 좌측 샛길로 들어서는 것이였다. 도로안내판을 보니 삼과유수진 부강(富江)향으로 가는 길이였다. 부강향 소재지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봉고차는 부강향인민정부 정문 앞 왼쪽 바로 옆에 멈춰섰다. 차에서 내리자 바람으로 내 눈에 안겨오는건 "부이강밥점"(富爾江飯店)이란 간판이였다. 체면에 어긋나는 일이긴 하지만 그 간판이 그처럼 반가운 것은 감출 수가 없었다.

전정혁 주임은 그 식당 주인과 잘 아는 사이였다. 이미 전에 전정혁 주임의 련락을 받고 문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식당 주인은 봉고차에 삽 세개를 실었다. 전정혁 주임은 일행의 심중을 헤아리기라도 한듯 반랍배(半拉背)촌 동남산 기슭에 세워져있는 반일7지사릉원에 가서 성묘한 후 다시 이곳에 와서 점심식사한다고 설명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반일7지사에 관해서 나는 금시초문이였다. 배고픔이 말끔히 가시는 순간이였다.

다시 차에 올라 3,4분 더 달려 길 옆에 멈춰섰다. 2메터가량 너비의 측백나무길이 약 50메터 거리의 산기슭에 닿아있었다. 길 량쪽 측백나무 가지들이 5,6메터 높이에서 서로 맞닿은 측백나무길은 반일7지사릉원의 범상치 않은 기상을 말없이 전해주고 있었다. 반일7지사릉원은 그 측백나무길이 끝나는 왼쪽켠에 세워져 있었다. 반일7지사릉원은 개보수로 사면의 담장을 허문 상태였다. 이 답사 실기를 쓰면서 재료 확인 차 전정혁 주임에게 련락했었는데 이미 담장을 새로 쌓았고 개보수를 끝냈다고 알려주었다.

반일7지사릉원 정면에 7지사의 이름이 새겨진 기념비가 있었다. 1996년 11월 3일 7지사의 후손들과 조선족지인들이 세운 것으로 비석 앞면에는 "공봉 반일지사 조용석 김기선 최찬화 김기준 승대언 조동호 승병균 지묘 1996년 11월 3일 립"이란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뒤면의 비문은 아래와 같다.

"광소일월(光昭日月) 반일7지사지비. 본세기초 일제가 조선반도를 병탄하자 수십호 애국 한민족이 고향을 등지고 통화현 반랍배촌에 천입하여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을미년 전후, 한민족자치회는 민지(民智) 제고, 후대 교육, 항일구국을 목적으로 현지 만족, 한족 향민(鄕民)들의 열정적인 지지하에 본고장 남강(南崗)에 배달소학교와 업교(業校)를 세우고 청소년들에게 문화계몽과 민족애국교육을 실시했다. 갱신년에 일제는 동남만 각 현에 출병하여 대토벌을 감행했다. 11월 30일 일제는 갑작스레 이 학교를 습격해 교장 조용석, 교감 김기선, 교사 최찬화, 승대언, 김기준, 조동호, 승병균 등 7인을 강제로 체포하고 영액포령(英額布嶺)에서 살해했다. 오호! 지사가 나라를 구하고 인민을 위하는 데 무슨 죄가 있느냐? 국경을 침범한 일제의 랑자야심, 어찌 이런 도리가 있는가? 장하도다! 일곱 지사의 애국업적은 천추에 길이 빛나고 후세의 거울이 될 것이며 민족의 본보기다. 지사의 영혼을 만한(滿漢)지인들이 보호하길 바라며 이에 감사를 드린다. 특별히 비를 세워 이를 명기한다."



이외 나란히 자리하고 있는 7지사의 묘앞에 각기 묘비를 세워 각 묘의 신분을 분명히 했다.

일행은 가져간 삽으로 번갈아가며 봉분마다 흙을 올리고 술을 부은 다음 기념비앞에서 묵도를 했다.

7지사에 대해선 나뿐만 아니라 일행중 모르는 분도 있었다. 전정혁 주임이 7지사의 살해 배경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반랍배는 길림성 통화현 부강향의 한 자그마한 마을로 청조 말기 이미 조선인 50여호가 살고 있었다. 이들은 "3.1"운동 전, 애국지사 조용석과 김기선의 제의하에 마을 남산 소만강(小蔓崗)언덕우에 배달학교를 세웠다. 조용석이 교장을 맡고 김기선이 교감을 담당했다. 이들은 마을의 학생들뿐만 아니라 린근 보탕(寶湯), 부강(富强), 횡산자(橫山子) 등 마을의 조선인 어린이들을 모집하여 문화지식을 전수하는 외 조선독립사상을 심어주었다. 일제는 이 학교의 정황을 제보받고 이 학교를 없애기로 했다. 1920년 11월 30일, 일제는 이 마을을 덮치고 당장에서 교장 조용석, 교감 김기선과 교사 최찬화, 승대언, 김기준, 진보 군중 승병균, 조룡수 등 7명을 체포하였다. 일제는 통화로 돌아가던 중 영액포령에 이르러 이들을 나무에 매달은 후 총칼로 찔러죽이고 길옆에 웅덩이에 던져넣었다. 이 정경을 목격한 당지의 한 한족 농민이 그 길로 반랍배에 달려와 소식을 전했고 반랍배마을사람들은 소차로 시체를 가져다 이곳에 안장했다.

전정혁 주임은 이런 내막을 설명하면서 7지사의 사적을 수집 정리하는데 원 신빈만족자치현조선족경제문화교류협회 정석숭 비서장의 공로가 크다고 덧붙혔다.

귀로에 배달이란 낱말이 계속 머리속을 맴돌았다. 배달은 상고 때 조선의 나라 이름였은즉 이들이 이곳에 학교를 세우면서 굳이 배달이란 단어를 사용한 것은 필시 깊은 저의가 있었으리라. 그 저의가 일제의 미움을 산 것임이 분명하리라!



글을 끝맺으면서 유감 하나를 짚고 넘어가야 겠다. 7지사의 묘앞에 세워진 묘비에 이들의 희생일이 1920년 11월 30일이 아닌 1920년 11월 3일로 적혀있는 것, 전정혁 주임에게 이 사실을 알렸더니 향후 적당히 시기 수정할 의향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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