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혁(소설가, 연변작가협회 부주석)
글 짓는 사람으로서 매양 우리 작가들의 호흡과 진미(真味)가 서려있는 신간을 받아볼 때마다 은근한 희열로 팽만해오르는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더우기 그것이 여러 작가들의 작품집이요, 작가 인생의 정점이라 할 문학상 수상작 모음집이라 할 때 그 기쁨은 또한 가배로 되는 것이겠지요.
《길림신문》은 우리 조선족사회에서 문화와 기업지간의 끈끈한 뉴대의 전범을 보여준 통화청산그룹 리청산 리사장의 협력으로 ‘두만강’문학상을 설립, 시상했고 오늘 또한 그 5년간의 성과물로 《길림신문》‘두만강’문학정품선을 펴내기에 이르렀습니다.
저는 제1회 수상자이자 평의위원의 한사람이기에 금번 작품집에 오른 작품들에 대해 다량 읽어볼 기회를 가졌습니다. 주지하다 싶이 ‘두만강’문학상은 길지 않은 년륜에도 불구하고 우리 문학계의 영향력 있는 문학상으로 자리매김하였으며 그동안에 우리 작가들이 펴낸 수상작 또한 우리 시대의 삶과 정신을 결집해낸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상의 위의(威意)를 정착시키기 위해 로고를 바친 길림신문사와 통화청산그룹이 이룬 결실에 작가의 일원으로 커다란 경의를 표합니다.
우리는 지금 영상매체와 온라인의 현란함 속에 읽는 것보다는 보는 것, 보는 것보다는 감각으로 느끼는 것을 더 선호하는 시대에 살고 있으며 활자에 묶여있는 문학은 점점 변방으로 밀려가는 형국에 처해있습니다.
때문에 척박한 요즘의 출판 풍토에서 책 한권의 출간일지라도 의지와 용기로 이루어진 결과물일 것입니다.
척박한 문화풍토를 딛고 펴내는 이러한 한권 또 한권의 책자들의 출간과 그 책이 담은 메시지의 전파와 수용은 바로 부침과 리산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아픔과 고민을 위무해주고 지역과 세대를 하나로 이어주며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해주는 하나의 중요한 행위로 될 것입니다.
우리 문단에서 가끔 개운치 않은 뒤맛을 남기는 문학상이나 그에 기대여 나온 설익은 작품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쥐여뿌린 모래와 같이 흐트러져 독선과 상경으로 얼룩진 문단의 부박한 풍토에서 공동의 작품집을 내는 것만으로도 이즈음 우리 문단에 새로운 활력의 파장을 일으키는 일이라고 봅니다. 이러한 작업들이 지금 우리의 문학이 어데까지 와 있는지를 인증하고 문단의 화합과 번영에 촉매물로 되리라는 소망과 믿음도 가져봅니다.
이렇게 어렵게 나오는 책자들을 잡음이 끊이지 않는 우리 부끄러운 문학진영의 속좁음을 떨쳐내는 소중한 마음으로 펼쳐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앞으로 나올 작가와 작품들의 가능태(可能態)를 보여주는 그런 책이기를 기대해봅니다.
지난번의 ‘두만강’문학상 시상식에서 저는 조선 중기의 성리학자인 이황의 시조 한수로 청산그룹과 ‘두만강’문학상에 대해 은유해 읊은 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역시 푸른 산과 푸른 강물이 절창으로 그려진 황진이의 시 한구절로 저의 수감록을 가름하고저 합니다.
청산(青山)은 내 뜻이오, 록수(緑水)는 님의 정이니
록수가 흘러간들 청산이야 변할손가
한낱 님을 향한 일편단심을 보여준 시 같지만 이 작품은 대구의 형식을 통하여 산과 물,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을 표상하면서 ‘항존(恒存)’과 ‘불변성(不変)’을 읽어내고 그것을 충의정신과 련결시키고 있는 명구로 읊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 모두 이러한 변하지 않는 뜻과 자세로 우리 문학의 용용한 흐름의 한 진경(真景)을 지켜나가고 이어나가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