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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날, 떠오르는 우리말 실천교육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9.06.24일 14:08
비 내리는 날, 떠오르는 우리말 실천교육

▣아들에게 “낫 놓고 기윽자도 모른다”라는 속담을 더 깊이 배워주려고 ‘낫’이란 사물을 찾았으나 어디 가도 찾을 수가 없다

▣“목에서 겨불내가 난다”를 배우는데 ‘겨불내’란 뜻을 잘 리해하지 못하는 아들에게 ‘嗓子冒烟了’라고 해석

▣큰 환경의 변화로 하여 오늘날 많은 언어환경 속의 사물들이 사라지고 사용할 기회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간밤에 내린 비가 아침 출근길까지 쭉 이어졌다. 어릴 적에는 비오는 날 꼭꼭 신고 다니던 고무장화, 오늘날은 꼭 필요한 물품이 아닌, 신고 나서면 또 다른 류행의 완성이구나 하고 착각하는 물품이 된 듯 싶다.

어릴 적 비오는 날, 검정 고무장화를 신고 농촌의 흙길을 헤치며 학교가던 시절이 생각 난다. 우비(雨备)는 퇴역군인이였던 외삼촌이 물려준 군용비옷인데 바닥까지 질질 끌며 학교가는 길에 들어섰다. 하교할 때 애들은 제각기 우비를 쓰고 흙탕물을 튕기며 흩어지고 갑자기 소나기가 들이닥치면 모두 물맞은 병아리가 되여 집에 들어서기가 일쑤다. 그런데 그 처절한 사연들이 하나, 둘 그 때의 우리말 글짓기소재가 되였고 비온 뒤의 아름다운 무지개처럼 우리의 어린 시절을 오색찬란하게 꾸며주었다.



지난 일요일의 비 오는 날, 하루 종일 집구석에 처박혀 혼자 뒹굴던 아들이 집에서 노는 것이 지쳤는지 밖으로 뽈 차러 나가잔다. 나와 남편은 웬 말썽이냐 싶어 비가 쏟아지는데 감기 걸릴 일 있냐며 자연스레 바로 아들의 청구를 거절해버렸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어릴 적 우리는 비를 좀 맞는다고 무슨 대수냐 하며 비 맞으면서 학교 다니지 않았는가. 비 맞았다고 감기에 걸린적이 몇번이나 있었을가. 비 맞으며 뽈차는 것도 글짓기에서 갑자기 떠오르는 소재가 될 수 있고 나중에 커서 소중한 추억이 될 수 있을 텐데… 과잉보호, 과민반응, 면역력 키우기는 둘째 치고 그들의 호기심과 탐구욕까지 말살하는 것 같아서 괜히 미안했다.

요즘 애들은 학교, 학원 다니면서 글공부에 바쁜 세대들이다. 물론 과거보다 애들이 더 총명하고 아는 것도 많다. 그런데 현실세계에 대한 아이들의 인지능력이 약화되지 않는가 걱정된다. 자연의 리치는 모두 서로 통하는 것이다. 직접 몸으로 체험하고 실천하면서 얻게 되는 리론과 글귀를 통하여 뜯어보는 지식은 그로부터 얻게 되는 성취감부터 차원이 다르다.

전에 학교에서 “낫 놓고 기윽자도 모른다”라는 속담을 배우고 온 아들에게 나는 좀더 깊게 기억에 남도록 뜻풀이를 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도시에서 생활하는 아이에게 ‘낫’이란 사물을 어디 가도 찾아줄 수 없었다. ‘기윽자’는 어찌하여 해석이 되건만 ‘낫’은 결국 인터넷에서 찾아내 비교하는 수 밖에 없었다. 우리 어릴 적이라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금방 뇌에 확 와닿을 말이다. “목에서 겨불내가 난다”를 배우는데 ‘겨불내’란 뜻을 잘 리해하지 못해서 ‘목이 타는듯하다’(嗓子冒烟了)라고 중국어로 번역하여 해석해주었다.

어느 하루 집에 온 아들이 “어머니 오늘 ‘목에서 겨불내가 난다’가 어떤 느낌인자 알았어요” 라고 했다. 달리기 훈련하던중 느낀 것이였다. 그러니 몸소 체험을 통해 그 느낌을 생생하게 받은 것이다. 이렇게라도 체험할 기회가 있으니 참 다행이다.

큰 환경의 변화로 하여 오늘 날 많은 언어환경 속의 사물들이 사라지고 사용할 기회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우리말, 우리글을 익힘에 있어서 우리말이 길어서, 애들이 우리말을 하기 싫어한다는 리유로 한어로 대화할 때가 더 많다. 최근에 이중언어 가정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아이들에게 이중언어를 터득하게 하는 지를 고민하다가 우연히 유럽나라의 실천경험을 알게 되였다.

부모 쌍방이 서로 다른 언어를 구사할 경우 아이에게 각각 한가지 언어만 사용하여 대화한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통용하는 언어는 사용에 문제가 안되지만 소수언어의 능력을 키우자면 부모 한측이 꾸준히 그 언어로만 아이와 소통한다는 것이다. 이를 보고 우리 집에서도 이렇게 해보려 한다. 나는 꾸준히 조선어를 하고 애 아빠는 한어로 아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교육에는 지름길이 없다. 디지털시대에 모든 것이 편리해지고 쉬워지고 있지만 몸소 체험하고 실천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 같다. 이제 비 오는 날 아들과 같이 비 속에서 뽈을 차볼가 한다. 그러면서 우리말 속담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를 아들에게 가르쳐주려 한다. / 윤미란 (장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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