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월매(할빈시도리조선족중심소학교)
(흑룡강신문=하얼빈)요즘 전반 조선족사회에 출국붐이 일면서 편부모 자녀가 급증, 사회, 가정교육의 사각지대에 방치한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민족사회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가야 할 꽃봉오리들이 가치관, 인생관에 혼란이 생겨 기로에서 방황하고 있다. 자녀들의 밝은 장래를 위해 출국한다고 하지만 결국 부모자식간의 정만 멀어지고 부모의 사랑갈증에 모대기던 어린이들이 문제아로 전락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한것이다. 득과 실의 천평우에서 과연 해결책은 없는것 일가? 내가 이 문제를 심사숙고해보게 된데는 하나의 우연한 계기가 있었다.
내가 담임을 맡은 학급에 명걸이라는 학생이 있었는데 접수력이 좋고 공부도 잘하며 성실하고 참된 모범생이여서 거의 모든 교원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다 싶이 하였다. 그런데 새학기에 들어서서 수업시간에 장난도 심하며 공부도 게을리 한다는 평판이 올라왔다. 이런 말이 들려오던 어느날, 명걸이는 전날에 맡긴 어문과 한어 숙제를 해오지 않았다. 이에 나는 명걸이를 불러다 알아듣기 쉽게 타이르고 나서 이튿날 밀린 숙제를 보충해오라고 시켰다. 그러겠노라고 시원한 대답을 하는 그였기에 해오려니 하고 믿었다. 하지만 이튿날 그는 어문숙제는 해왔는데 한어숙제는 숙제책을 집에 두고 왔다며 바치질 않았다. 여기에 조금 의심이 간 나는 명걸이에게 만일 숙제를 하지 않았으면 보충하면 되지만 거짓말을 하면 안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명걸이가 한사코 숙제를 썼다고 고집하기에 한번 더 믿어보자는 립장에서 점심 시간에 숙제책을 가져오라고 했다. 그는 오후 첫번째 수업시간이 될 때야 들어왔다. “명걸학생, 숙제책을 가져왔어요?”내가 묻는 말에 그는 눈치를 슬슬 보며 책가방의 책들을 꺼내였다. 나는 순간적인 직감에 명걸이의 가방 제일 뒤쪽에 든 책을 꺼내들었다. 거기에는 절반 쓰다만 한어숙제가 한눈에 들어왔다. 배신감에 화가 상투밑까지 올라왔지만 명걸이가 거짓말쟁이라고 친구들에게서 왕따를 당할가 두려워 수업시간이 끝날때까지 별다른 내색을 내지 않았다.
수업시간이 끝난후 나는 명걸이를 상담실로 불렀다. “명걸학생, 왜 숙제를 하지도 않고 선생님에게 거짓말을 하는거죠? 공부하기 싫어요?”그는 머리를 끄덕이였다. “공부가 하기 싫으면 어떡해요?명걸이의 리상은 과학자가 되는것이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공부를 싫어해서야 어찌 과학자가 될수 있겠어요?” 나의 말에 명걸이는 눈물만 흘리며 어머니가 보고파서 공부가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실토정을 했다. 순간 나는 눈시울이 붉어져 그를 와락 껴안으며 속삭였다. “어머니도 명걸이가 무척 보고플거예요. 한국에 가서 고생하는 것도 다 명걸이를 위해서예요. 어머니가 한국에서 명걸이가 공부도 안하고 거짓말만 한다는걸 알면 얼마나 속상하시겠어요? 명걸이를 위해 고생하는 어머니를 생각해서라도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렇게 말했더니 그는 나의 품에 안겨서 큰소리로 흐느껴 울면서 다시는 거짓말도 안하고 공부도 열심히 해서 어머니가 오시면 기쁘게 해드리겠다는 것이였다. 이 일은 나에게 엄청난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인류령혼의 공정사인 우리 교원들에게 후대양성의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가 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허나 학교, 가정, 사회가 공동 이끌어가야 할 후대양성의 중임을 학교 일방만으로선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을 심심히 느꼈다. 이는 결코 교원의 책임을 회피하는 말이 아니다. 우리 교원들도 자질을 부단히 제고하여 학생들에게 더욱 많은 지식을 전수하는 동시에 항상 베푸는 마음으로 학생들에게 사랑을 전달해야겠지만 학교교육으로는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 조선족사회의 도덕기강이 무너지고 너도나도 출국바람에 자녀교육을 뒤전으로 하는 현상이 만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모두가 후대 양성의 절박성과 위기감을 느껴야 할 때라고 본다. 출국로무, 도시진출로 더욱 나은 삶을 지향하고 자녀들의 학업에 필요한 돈을 번다는데는 한도가 없다고 본다. 다만 자녀의 미래와 돈의 함수관계에서 우리는 어느쪽으로 더 치우치고 있는가에 대해 심사숙고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들이 자녀의 본보기가 될수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보야 할 것이다. 맨날 술에 젖은 모습, 마작이나 도박판에 붙어 있는 모습, 엄마 아빠가 아닌 이성과의 불륜 등 모든것이 자녀들에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잘 알아야 한다. 더우기 자녀 교양은 돈으로 하는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명기해야 할 것이다. 사랑은 부모와 자녀, 교원과 학생 등 모든 관계를 원활하게 할 수있는 윤활제이다. 우리들이 학생이나 자녀들에 대한 사랑이 적으면 적을수록 그들은 다른 방식으로 이 갈증을 풀려고 할 것이다. 문제아는 없고 다만 문제어른만 존재한다는것을 깊이 느끼고 교원, 학부모, 사회가 하나가 되여 후대양성에 주력해 그들의 찬란한 미래를 열어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