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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추천]‘궁금이’ 작품집 출간에 부쳐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9.07.25일 15:03



 리은실

매일 글을 쓴다는 어떤 두사람을 알고 있다. 일기가 아니라 매일 발표하여 독자들과 만나는 글 말이다.

그 두사람이 누군고 하니 한국의 이슬아(월 한화 5만원의 구독료를 받고 매일 글을 써서 구독자들에게 보내준다고 한다)라는 어린 처자와 ‘궁금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매일 중앙인민방송국 계정에 창작글을 올리는 어떤 사람이다. 닉네임답게 아주 궁금한 상태로 닉네임 뒤에 숨어 버렸다.

그의 글을 처음 읽은 것은 좋아하는 문우 언니가 링크를 보내 준 이후부터이다. 글을 읽어보니 북경의 문화단위에 출근하는 분일 것 같은데 아느냐는 것이다.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아 단호하게 모른다고 대답하고나서 보내준 글을 읽고나니 적당히 재미있고 적당히 깊이가 있고 적당히 능청스러운 것이 술술 잘 읽혔다. 읽는 김에 그 계정에 들어가 대여섯편을 더 읽었는데 중간중간 풉~ 웃게 만드는 재치가 있어 읽기에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그때까지도 그 글을 쓴 사람이 몇년 전에 문화단위 모임에서 만났던 마른 몸매에 과묵한 모습으로 앉아서 술잔만 비우던 그 어려운 인상의 선생님일 줄은 예상도 못했다.(신상을 숨기려 하는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여 더 이상의 소개는 하지 않기로 한다) ‘궁금이’라는 닉네임 자체가 상당히 익살스러운데다 마스코트라 할 수 있는 동자승 얼굴이 심히 귀여웠던 것이다. 그 엄숙하고 과묵한 분이? 그 속에 그런 재치와 귀여움과 능청스러움이 있었다니 사람은 정말이지 다면체의 소유자인 것 같다.

이에 앞서 반성할 것이 있다면 나는 훈계조가 다분한 중년 남성의 경직된 글을 설명서처럼 읽기 힘들어 하는 경향이 있다. 가독성이 떨어져서 도무지 읽어 내려가기가 힘들다. 아주 폭력적으로 나는 중년 남성이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 그런 글을 쓰는 저자들 통채로를 넣고 말았다.

그러나 글 속에서 중년 남성으로 짐작되는 궁금이의 글은 달랐다. 난해한 사자성어를 줄줄이 라렬하지도 않았고 “에헴”, 건가래 떼며 “삼국시기에, 장자가, 로자가, 손자병법에” 하고 서두를 떼면서 독자에게 위압감을 주지 않았다.

읽기에 매우 편했고 두어단락에 한번씩 풋~ 웃음을 자아내는 웃음작탄이 매장되여 있었다. 그의 글을 읽을 때는 보물찾기 하듯이 기어이 눈에 불을 켜고 그 웃음보물을 찾아 헤맨다. 그분이라고 유머 자판기도 아닐텐데 이미 그 단맛에 길들여져서 이리 되였다.

그리고 웃음보물 찾기를 하는 동시에 늘 긴장감을 안고 읽는다. ‘오시랍게’ 그가 라렬한 에피소드들을 읽으며 이 많은 ‘떡밥’들을 대체 어찌 회수하려고 이렇게 많이 늘어놓은 것일까? 하는 초조함을 안고 말이다.

재미있기는 한데 무슨 주제를 말하려고 이 에피소드를 적은 것이지? 나도 같이 글을 쓰는 사람인 동시에 독자이고 보면 그런 걱정을 안할 수가 없었다. 어쨌든 결말은 그럴듯하게 본문에 늘어놓은 것을 총화하고 승화시켜야 하는데 떡밥을 많이 뿌릴수록 작가 자신은 몹시 버거워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의 그런 걱정은 늘 기우였다. 강물에 큰 그물을 휙 뿌린 그는 무심한 듯 능청스럽게 담배나 피우며 지켜보다 이 물고기, 저 물고기 다 그물에 걸린 후에 여유작작하게 그 그물을 휙 나꿔채곤 했다. 뿌려 놓은 많은 미끼들과 잡은 물고기들을 능란하게 회수하고는 꽉 졸라매듯이 의미심장한 한마디로 결말을 맺는 것이 그의 글이 특점이었다. 년륜 있는 경험 많은 어부의 내공일 것이다.

그의 능청스러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독자들에게 자칫 만만한 인상을 주는 것이 두번째 특점이다. 필자의 글에서 이 말은 참 자주 언급되는 말인데 잘 쓴 글이란 독자가 생각하기에 “저런 글은 나도 쓰겠다.”라는 인상을 주는 글이라고 한다. 아주 교만한 말이지만 그의 글은 “이런 글은 나도 쓸 수 있을 것 같은데?”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그리고 내처 몇편을 보면 다시금 생각한다. 결코 만만하지 않구나.



 ‘궁금이’의 작품집 《하루살이도 평생을 산다》와 《갚을수 없는 빚》

‘꽃사슴’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내가 아는 한에는 가장 꼼꼼한 한 선생님이 계신다. 바로 우리 출판사 편집 선생님이시다. 며칠전 그 선생님이 궁금이 글 해부하기에 도전하겠다고 칼을 빼들었다. 글창작에서의 정확한 문법구사와 적확한 언어구사를 그 누구보다 주장하는 선생님은 ‘궁금이’라는 인기 작가의 글을 해부함으로써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려주고 싶다고 하셨다.

그러던 선생님이 얼마 안지나 두손을 들고 말았다. 두눈에 쌍심지를 켜고 전형적인 오류를 찾아내겠다고‘궁금이’ 글 수십편을 읽었는데 그런 오류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나도 돕겠노라 팔걷고 나섰다가 투항하고 말았다.

‘궁금이’. 그는 자기 나름대로 문법적 규범 안에서 정확한 어휘를 골라 쓰려 노력했고 정확한 문법을 구사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런 노력을 전혀 안한 듯이, 대충 휘갈긴 듯이 연출한 교활한(?) 능구렁이였던 것이다.

“나 시험준비 하나도 못했어.” 라며 대수롭지 않은 얼굴을 하고 시험장에 와서는 슬렁슬렁 답을 적고 시험지를 바치고 바람처럼 사라지지만 시험성적은 늘 상위권인 우등생 한두명을 우리는 학창생활을 거치며 가끔 보곤 한다.

나는 늘 진정한 문학이란 무엇인가? 진정한 작가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곤 한다. 인류보편의 가치, 살아 있는 시대정신, 생동한 언어의 예술... 진정한, 훌륭한 문학작품에는 이 모든 것이 필수불가결의 요소로 들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작품을 써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이 아마 진정한 작가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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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궁금이의 글은 어느 좌표에 있는 것일까?

아주 가끔 비싼 레스토랑에 가서 각잡고 앉아 스테이크를 썰며 와인을 마실 때가 있다. 결혼기념일이나 생일 때 가끔 있는 호사이다. 그런 날은 입고간 내 옷이 다 초라하고 꾀죄죄하게 생각된다. 여기는 마치 레드카펫 우에 선 유명연예인들처럼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와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다. 부드러운 고기의 육질은 물론 일품이지만 나는 그 부드러운 고기 앞에 되도록 례를 지키느라 매우 엄숙한 자세가 되여 버린다.

몇년전에 일본에 갔다가 사람으로 붐비는 한 식당에 간 적이 있었다. 이모는 그 집이 꽤 알려진 맛집이라고 했지만 나는 북적이는 사람들에 지레 지쳐 있었다. 그러다 올라온 돈가스 한점을 집어 먹었는데 눈이 바로 커지고 입은 떡 벌어지는 맛이였다. 바삭바삭한 튀김옷과 촉촉한 고기의 환상적인 조화는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대충 해서 내온 듯한 매실주도 일품이였다. 그 후에 집에서 해본다고 매실주를 사다 탄산수를 섞으며 여러번 시도를 해봤지만 그런 황금비률로 잘 타진 매실주는 다시 마셔 본 적이 없다.

‘궁금이’ 글이 기대하지 않고 들어갔던 식당의 맛좋은 돈가스같은 료리라고 한다면, 그에 대한, 그의 글에 대한 큰 결례가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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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레스토랑의 스테이크냐? 서민 식당의 맛좋은 돈가스냐? 우리에겐 다 필요하다. 량질의 읽을거리이기만 한다면 어떤 형식이든 환영이다. 독자들에게 골라볼 재미를 선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각한다.

‘궁금이’ 글은 문학수필이냐? 잡문이냐? 그걸 분류하는 것은 이제 다소 싱거운 일이 되였다. 독자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량질의 읽을거리, 그거면 족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그의 글 수백편을 읽은 눈만 높아져버린 나 같은 독자는 ‘태클’을 걸고싶어지기도 한다. 판단이나 설명보다는 표현을 더 많이 해줬으면, 보다 많이는 공감을 이야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다 이내 생각을 고쳐한다. 나는 왜 한 과수나무에서 귤도 바나나도 키위도 다 달리길 기대하는 것일까?

쉽게 싫증 내고 쉽게 단정 짓고... 사람이 원래 그런 거다.(‘궁금이’식 화법으로 말해 보았다.)

‘궁금이’의 이런 글들이 활자로 찍혀 나왔다고 한다. 중앙인민방송국 계정에 그동안 실렸던 그의 글들중 일부를 추려 북경 민족출판사에서 책으로 출판하였다. 《하루살이도 평생을 간다》와 《갚을 수 없는 빚》이 바로 그 두 작품집이다.

궁금이의 활발한 창작을 응원하면서 정중히 그의 작품집을 독자들께 추천한다.

/리은실(북경 민족출판사 조문편집실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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