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자 앱 | | 모바일버전
뉴스 > 문화/생활 > 문화생활일반
  • 작게
  • 원본
  • 크게

글쓰기에 대한 단상

[인터넷료녕신문] | 발행시간: 2019.08.02일 08:17
나는 글쓰기를 싫어한다. 그러나 나는 글을 쓰지 않는 나를 혐오한다. 글쓰기의 형태란 흔히 창작으로 여겨지는 시, 소설 쓰기와 창작에 대한

비평으로 여겨지는 평론, 논문 쓰기 등이 있다. 어떤 면에서는 번역 또한 다른 측면에서의 창작적 글쓰기로 여겨진다. 아이러니하게도 글쓰기를

업으로 삼아야 하는 나에게 글쓰기란 운명과도 같은 것이다. 싫지만 어느 순간 반드시 맞닥뜨리게 되는 것.



  내가 그토록 존경해마지 않았던 대학교수, 심지어 그 유명한 작가마저 표절 논란에 휩싸였을 때 글쓰기란 도대체 무엇인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논문은 유일하게 대놓고 표절을 ‘허용’하는 글쓰기이다. 아무리 다른 사람이 썼던 글귀를 베껴도 성실하게 각주만 달면 표절이

아니다. 오히려 자기 논문이 인용된 저자는 이러한 ‘표절’에 고마워할 수도 있다. 두말할 것 없이 대학교수의 논문이 표절 논란에 휩싸인 것은

성실하게 각주를 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설은 독자의 독서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각주를 달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각주를 찾아 읽다보면 이야기의 흐름이 깨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 작가들은 각주를 달지 않는 소설 쓰기를 선호한다. 그 유명한 작가의 표절

논란에 휩싸인 글귀를 비교한 문장을 읽다보면 우연이라고 해도 그런 우연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똑같은 문장이 나열되어 있다.

  여기서 나는 이런 의문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무에서 창조란 가능할까? 당연히 불가능하다. 모든 작품의 탄생에는 언어의

구축이라는 기본적인 토대가 필요하다. 알다시피 글을 잘 쓰는 작가들은 거의가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다. 남의 글을 읽지 않고 순전히 내가

창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글쓰기의 역사에서 이름 모를 사람들이 조금씩 쌓아놓은 언어의 토대 위에서 작가들의 훌륭한 작품이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타인의 글을 읽고 우리는 반드시 그것을 자기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통째로 베껴 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체화시켜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나만의 새로운 세상을 구축해야 한다. 발터 벤야민은 파괴 위에 다시 구축할 것을 제안한다. ‘역사의 천사’는

폐허 위에서 역사의 파편들을 끌어 모아 다시 구축한다. 벤야민은 역사를 잔존해 있는 폐허로부터 거꾸로 읽을 것을 제안하며, 그의 이러한 작업에는

역사를 파괴하는 동시에 복구하는 기획을 담고 있었다. 글쓰기란 그러한 파편들을 끌어 모아 다시 나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작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루쉰은 '무덤'이라는 작품집을 내면서 “과거는 이미 지나가버렸고 정신은 되밟을 수 없는 것임을 잘 알고 있지만, 모질게 끊어 버리지

못하고 찌꺼기들을 주워 모아 자그마한 새 무덤을 하나 만들어 한편으로 묻어 두고 한편으로 아쉬워하려 한다”라고 하였다. 여기서 과거를 주워 모아

재구성하는 루쉰의 ‘새 무덤 만들기’ 작업은 역사의 파편을 모아 재구성하는 벤야민의 방식과 닮아있다. 루쉰이 ‘찌꺼기’로 표현한 과거와 벤야민이

말하는 ‘역사의 파편’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루쉰의 '고사신편'에 수록된 소설들을 보면 루쉰이 어떠한 작업을 했는지

분명히 알 수 있다. 루쉰은 누구나 아는 옛이야기를 끌어 모아 전혀 새로운 글쓰기를 시도하며 자기만의 소설세계를 구축한 것이다. 그렇다고 루쉰의

소설이 표절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루쉰은 신화와 전설을 높이 평가하면서 신화와 전설이 모든 종교, 예술, 문학의 원천이라고 생각하였다.

여기서 루쉰은 중국 상상력의 진정한 기원을 보았던 것이다. 루쉰에게 글쓰기란 과거를 파괴한 폐허 위에서 새롭게 자신만의 문학세계를 구축하는

과정이다.

  인공지능이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것은 과거의 모든 창작을 학습하고 분석한 딥러닝을 통해 가능한 것이다. 인공지능의 예술 창작에 대해

어떤 이는 두려워했고 어떤 이는 경이로움을 표했다. 예술가의 존재가 위협 받는다는 목소리와 기계는 기계일 뿐 인공지능이 인간을 초월할 수는

없다는 목소리가 동시에 존재한다. 진정한 작가라면 나는 이를 무시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는 훌륭한 작품을 써내는 사람들이 많다. 널리

알려진 사람도 있고 무명작가로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심지어 어떤 작가는 엄청난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발굴되기도 한다. 이런 작가에

대해서는 시대를 초월한 글쓰기를 한 작가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인공지능이든 널리 알려진 작가이든 나만의 문학세계를 구축할 수 있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훌륭한 작품의 평가에는 기준이 없다. 흔히 입상을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데 훌륭한 작가들은 글을 쓸 때 입상 따위를 염두에 두고 쓰지

않는다. 또 그렇게 해야만 훌륭한 글이 나올 수 있다. 매번 노벨문학상 시즌이 오면 문학계는 이 문학상에 열을 올린다. 그러나 그 전에 제도권에

의해 규정되기를 거부한다면서 노벨문학상 수상을 거부한 사르트르와 같은 작가도 있다. 그것 또한 그 작가의 소신이자 그의 작품에 반영된 그의

사유이다. 끊임없이 읽고 쓰고 치열하게 고민한 끝에 나올 수 있는 것만이 작품이 될 수 있다.

  류경자 흑룡강신문

뉴스조회 이용자 (연령)비율 표시 값 회원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 주시면 통계에 도움이 됩니다.

남성 100%
10대 33%
20대 0%
30대 33%
40대 33%
50대 0%
60대 0%
70대 0%
여성 0%
10대 0%
20대 0%
30대 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네티즌 의견

첫 의견을 남겨주세요. 0 / 300 자

- 관련 태그 기사

관심 많은 뉴스

관심 필요 뉴스

가수 현아가 현재 공개열애 중인 하이라이트(비스트) 출신 가수 용준형에 대한 마음을 고백했다. 지난 18일 유튜브 채널 '조현아의 목요일 밤' 에서는 '드디어 만난 하늘 아래 두 현아' 라는 제목의 영상이 새롭게 업로드됐다. 이날 게스트로 출연한 사람은 바로 가수
1/3
모이자114

추천 많은 뉴스

댓글 많은 뉴스

1/3
"지하철 길바닥에 가부좌" 한소희, SNS 재개 충격 사진에 '또 술 마셨나'

"지하철 길바닥에 가부좌" 한소희, SNS 재개 충격 사진에 '또 술 마셨나'

사진=나남뉴스 배우 한소희가 SNS를 다시 시작하며 지하철 승강장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사진을 공개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8일 한소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너희가 있고 내가 있고 우리가 있고 같이 달리게 해 준"이라며 사진 여러 장을 업로드했다. 사

"돈 빌려준 팬들 어떡하나" 티아라 아름, '남친이 시켰다' 감금 충격 폭로

"돈 빌려준 팬들 어떡하나" 티아라 아름, '남친이 시켰다' 감금 충격 폭로

사진=나남뉴스 그룹 티아라 출신 아름이 금전사기, 도박설 등 각종 의혹에 휩싸인 가운데 재혼을 준비하던 남자친구와 결별했다. 이날 19일 한 언론 매체 보도에 따르면 아름은 재혼을 발표했던 남자친구 A씨와 각자의 길을 가기로 선택했다고 전해졌다. 이어 유튜브

"본인이 피해자인 줄" 유영재, 결국 라디오 하차 삼혼·사실혼 묵묵부답

"본인이 피해자인 줄" 유영재, 결국 라디오 하차 삼혼·사실혼 묵묵부답

사진=나남뉴스 배우 선우은숙이 전남편 유영재의 삼혼, 사실혼에 대해서 '팩트'라고 인정한 가운데, 결국 유영재가 라디오에서 하차했다. 지난 18일 경인방송은 유영재가 진행하는 '유영재의 라디오쇼' 프로그램에서 자진 하차 소식을 공지했다. 경인방송 측에서는 "유

모이자 소개|모이자 모바일|운영원칙|개인정보 보호정책|모이자 연혁|광고안내|제휴안내|제휴사 소개
기사송고: news@moyiza.kr
Copyright © Moyiza.kr 2000~2024 All Rights Reserved.
모이자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 끄기
광고 차단 기능을 사용하면 모이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모이자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광고 차단 기능을 꺼 두세요.
광고 차단 해지방법을 참조하시거나 서비스 센터에 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