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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글짓기응모] 죽순대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9.08.16일 10:56
- 글 / 최미영 -



  (흑룡강신문=도쿄) 예쁜 화장을 하고 긴 생머리는 단정하게 뒤에 꼭 묶었다. 까만 정장에 흰 셔츠를 정중하게 쭉 차려입고 살색 스타킹에 까만 하이힐을 신었다. 손에는 전날에 준비해둔 리력서를 꽂은 폴더를 꼭 쥐여안았다. 거울속의 나는 신심있는 환한 미소를 짓고있었다. 모든 준비를 끝내고 이어폰을 귀에 꽂고 나는 집문을 나섰다.

  먼저 세집밑의 마트에 들려서 커피 한잔을 사고 마트창가의 의자에 앉아 습관처럼 창밖을 바라보았다. 눈부신 아침해살이 쏟아지는 길바닥에서 열심히 전단지를 돌리는 한 사람이 나의 눈에 들어왔다.

  (나도 전단지를 돌려본적 있는데. )

  그건 지금 생각해도 즐거운 추억이였다. 금방 대학 입학해서 나는 부모님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픈 심정에 학교학습과 써클외의 시간을 틈나는대로 리용해서 알바하러 다녔다. 근데 내가 처음으로 받은 알바가 바로 전단지 돌리는 일이였다. 그때의 나는 참으로 수줍고 얌전한 녀자애였다. 전단지를 꼭 잡은 그 손안은 긴장감에 땀으로 찐득찐득해졌다. 하지만 시간내로 200장을 전부 돌려야 했다. 하여 나는 침을 꿀떡 삼키고 없는 어색한 용기를 내서 길가는 행인들의 눈을 간절히 바라보며 떨리는 손으로 전단지를 한장한장 내밀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한번 봐주세요."

  "우대가격이 좋은 한주입니다. 한번 봐보세요."

  "지나가면 다시 볼 기회 없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눈빛이 간절하고 꾸벅꾸벅 인사하는 학생같은 녀자애가 돌리는 전단지여서인지 나는 그나마 조금 빨리 완성하고 처음으로 자기손으로 번 그 75원을 손에 꼭 쥐고 소중한 추억의 한페지를 남겼다.

  이런 경험때문에 그후부터 나는 전단지를 돌리는 사람들을 볼때마다 그 전단지를 꼭꼭 받게 되였다. 바깥세상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용기있게 한발을 내딛는 인증이기도 하였기때문이였다.

  사색을 거두고 다 마신 커피컵을 쓰레기통속에 버리고 나는 마트를 나섰다. 아침해살을 한껏 한몸에 받아안으며 전날에 찾아둔 코스대로 지하철에 들어섰다. 아침 출근 고봉기라서 지하철역은 사람들로 꽉 박아섰다. 하지만 이 지하철은 꼭 타야만 했다. 지하철이 들어서서 문이 열리기 직전 나는 이미 전투상태로 들어가 있었다. 어깨에 멘 가방을 앞쪽으로 잡아당겨 쥐고 두손은 웃몸에 딱 붙이고 눈길은 사냥감을 본 짐승마냥 단호해졌다. 그리고 문이 열림과 함께 뒤사람의 밀림으로 터질것같이 이미 만원이 된 지하철로 밀려들어갔다...역시 몇달동안의 훈련이 헛되지 않았다. 나는 순리롭게 지하철에 삐집고 올라 문이 닫기는 순간 모든 숨을 다 빨아쉬여 자신을 납작하게 만들어 문이 닫기게 하였다. 지하철의 창가에 붙어선 나는 지하철밖의 유리창가에 붙어서있는 한 녀자애의 당황스러운 눈길을 보았다.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애초 나도 이런 지하철을 보고 이러한 표정을 지었었으니 말이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상해라는 일류의 도시에 와서 회계사무소에서 졸업실습을 하게 되였는데 매일마다 이러한 지하철을 비집을수밖에 없었다. 굉장한 지하철역을 비집었지만 놓치고 또 놓치는 지하철뒤를 애타게만 바라보았었다. 그리하여 인턴생활을 시작한 첫날부터 지각하여 사무소 모두의 의심스러운 눈길속에서 어색하게 제자리를 찾아갔었다. 그후의 며칠도 아무리 일찍 일어나도 또 지각하게 되고 사무소의 그 누구도 나에게 일을 맡기려하지 않았다. 지하철역에서도 사무소에서도 나는 긴장과 애탐속에서 부뚜막의 개미마냥 안절부절 못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나를 책임진 담당님께서 나에게 세무국자문전화를 걸게 하는 첫번째임무를 주셨다. 나는 전화거는 것에 아주 하수였고 한어말도 많이 딸리여서 피하고 싶었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온몸이 땀벌창이 되여 겨우겨우 전화기를 들어 전화를 걸었다.

  "저기 묻고싶은 거 있는데 혹시 회사기계 감가상각은 보통 10년인가요? 아니면 다른가요?"

  아주아주 어색하고 오리무중에 빠진 물음이였다.

  "네? 무슨 말씀 하시는지 도무지 알아들을수 없네요. 도대체 어느 회사예요? 무슨 기계예요? 알고 싶은게 대체 뭐죠?"

  "아...그...죄송합니다. 그...그거...그 감가상각 있잖아요?..."

  더욱더 흐트러진 언어였고 나도 내가 뭘 말하는지 통 알지 못할 정도였다.

  "뚝...뚝...뚝..."

  전화 끊는 소리와 함께 온 사무소가 쥐죽은듯 조용해졌다. 나는 창피로 온몸의 피가 거꾸로 흐르는듯 했고 나자신의 심장박동소리도 엄청 크게 들리고 온 얼굴과 눈은 열기를 확확 내뿜고 있었다. 하는수없이 도움을 청하듯 담당자분을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더니 담당자분은 몸을 획 돌리고 뒤몸을 나한테 주었다. 울고 싶은 충동에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펜과 노트를 들고 정식직원 된지 얼마 안되는 선배를 찾아가 어떻게 해야할지 물었다.

  "그렇게 물으면 절대 안돼. 자기 자신부터 자기가 물을 문제들이 머리속에 생생해야 돼. 그리고 자기가 물을 문제의 법률문헌을 먼저 찾아내고 또 해당법률을 찾아내고 그 조항에 따라..."

  나는 선배의 세부를 추구하고 문제를 확산시켜 여러갈래 가능성가설을 설립하는 사색의 완벽성에 감탄되였다. 그리고 긴장감으로 듬뿍 젖은 손은 내가 잡은 필에서 자꾸 미끌어 내려오지만 미친듯 노트에 힌트와 중점을 적어내려갔다.

  인턴한지 두개월 넘고 그속에서 수백번의 자문전화가 걸려왔다. 나는 더 이상 떨리지 않았고 자문전화도 이젠 다만 나의 자료수집, 결과수집의 한부분으로 되던 어느날이였다. 내가 성공적으로 세무자문센터에서 내가 알고싶은 답안을 물어내고 전화를 끊는 순간 내옆에 앉은 담당자분이 의자몸을 획 내쪽으로 돌리더니 나한테 엄지손가락을 내밀며 얼굴에는 인정의 웃음꽃을 활짝 피우는 것이였다. 그 순간 나도 활짝 웃게 되였다. 나도 해낼수 있는 것이였다. 나한테서 변한건 나의 생각을 당당히 말해내고 겁없이 나서서 접어들수있는 강한 기세가 생겨난것이였다.

  나머지 한달정도의 인턴생활에서 나도 홀로 작은 프로젝트건을 해결할수 있게 되였다. 비록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사무소 모두의 인정을 받게 되였다.

  인턴생활의 마지막 되는 무렵 지하철 바깥 유리문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던 나는 유리창속의 나를 문득 바라보게 되였다. 그속의 나는 이전의 나와는 완연 달랐다. 더 용감하고 더 자신있고 더 세련되고 더 강해진 나였다.

  사색을 다듬고 보니 오라지 않아 내릴 차례가 되였다. 지하철문이 열리는 동시에 나는 거의 인파에 밀리여 튕겨나오듯 밀쳐나왔다. 그렇지만 더 이상 무서울것 없었다. 어떤 환경에서든 얼마든지 당당한 나자신을 찾아갈수 있었으니 말이다.

  면접실에서 면접관과 순리롭게 면접을 끝내가고 있을때 면접관의 한가지 물음에 사색에 잠기게 되였다.

  "이제 대학졸업 반년인데 참 많은 업종을 접촉해보셨네요. 대학시절 여러가지 비정부 한-중, 일-중교류통역, 무역회사, 비정부조직기구, 세무건설팅회사...근데 왜 보다 경력많은 회사를 선택하지 않고 우리 회사를 선택했는가요?"

  "...네- 죽순대를 알죠, 죽순대는 처음 4년사이 3센치메터밖에 못 자란대요. 그러다 때가 되여 5년철을 잡아들면 매일 30센치메터의 속도로 자라나 6개월이면 15메터의 큰 참대나무로 자란대요. 그런데 그 4년사이 죽순대는 땅우로는 3센치메터밖에 안 자랐지만 땅밑으로는 수백평에 이르게 뿌리를 든든히 뻗는대요. 저도 이런 비축이 필요해요. 그 어느날엔가 번데기가 탈변하여 이쁜 나비로 되여 자유로이 하늘공간을 날아예듯이 말이예요."

  면접관들의 만족해하는 미소를 받으며 나는 한결 거뿐한 마음으로 나의 생각에 종지부를 찍었다.

  "미래는 누구도 장담할수 없지만 저는 많은 경험을 쌓아가며 저의 자리를 찾아가고 싶고 거기서 저의 가치를 실현하고 싶어요."

  흑룡강신문사는 일본조선족문화교류협회, 조선족연구학회와손잡고 글짓기응모활동을 진행합니다. 자신이 직접 겪은 진솔한 창업이야기, 생활이야기면 누구나 도전해볼수 있습니다. 우수한 작품을 선정하여 흑룡강신문사 및 조선족문학창에 발표를 합니다. 시상식은 2019년 일본조선족문화교류협회에서주최하는 행사와 함께 동경에서 진행합니다. 월드로된 문장을문화교류협회 메일로(info@jkce.org)로 보내시면 됩니다.

  문화교류협회 협찬사

  1. 전일본화교화인부동산협회

  2. (주)아시안익스프레스

  3. 코코미보육원

  4. 아세아인재연구소

  5. 우현세미나

  6. 나미여행사

  7. 주식회사아이지

  8. 메리바미용복지산업연구소

  9. 쉼터물산

  10. 삼구일품김치

  11. 글로벌핸드주식회사

  12. 연아마을

  13. 류우덴무역주식회사

  14. 카바야한방연구소

  15. 주식회사에이요상사

  개인협찬

  강지현(동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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