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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치물과 구렁물

[인터넷료녕신문] | 발행시간: 2019.08.29일 09:04



《중국고금지명사전》 기록에 의하면 두만강 명칭은 만주어 한자로 에서 유래되였다고 적고 있다. 이는 만갈래 물줄기라는

뜻으로 해석되는데 이를 우리말로 즈믄 (천 혹은 많다의 고어), 삼치(함경도 방언 샘물)라고 풀이 하면 조금도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수많은

샘물이 두만강 량안에 널려있는 까닭으로 그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두만강 량안에는 말 그대로 샘물들이 하늘의 별처럼 모여있어 한 겨울에도 많은 구간이 완전히 얼어붙지 않는다. 샘물따라 물안개 보얗게 피는

곳엔 초가집들이 옹기종기 줄지어 들어앉아 마을 지명들도 약수동, 옥천동과 같은 땅이름들이 다양하게 붙이여 졌다. 그 가운데 두만강가에 자리잡은

개산툰 광소촌과 광종촌에는 야트막한 산들이 마치 이불처럼 포근하게 마을 둘레를 덮으며 동네를 감도는 산자락에 샘 줄기가 군데군데 자리해있어

사시장철 마르지도 않고 흘러나왔다. 최초에는 사무구팡이, 사무깨, 샘물둥지로 불리여지다가 차츰 상천평, 중천평, 하천평이라는 지명으로 굳어진다.

천평벌은 말 그대로 샘물이 주물러 자연 그대로 만들어놓은 동네다.

룡정시 지신진 이천마을은 본래 샘치물골 샘물둥지로 알려진 동네이다. 아이들 주먹 만큼 큰 샘치물이 대여섯 곳에서 퐁퐁 솟구쳐올라와 불리워진

이름이다. 샘물은 마을 복판으로 흐르는데 돌로 샘물 주위를 쌓고 첫 어귀는 음료수를 퍼가는 곳으로 지정하고 그 아래는 집집마다 짠지 그릇과

김치를 담은 단지들이 두 줄로 빼곡히 들어차있었고 맨아래쪽은 세수도 하고 목욕도 하는 구간으로 나뉘여 활용하였다.

오늘날 룡두레 우물에서 기원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룡정 이름도 사실은 유구한 세월과 더불어 다양한 언어적 변천을 동반하여 붙어진

지명이다. 룡정 지명은 최초에 함경도 방언 구렁물에서 기원된 땅이름이다. 19세기 60년대 한 날농군이 부싯돌을 찾으려다가 우연히 발견한 우물로

전해지고 그 후 20세기 문턱에 들어서서 부근에 교회당이 선 후 비로소 우물에 룡두레를 설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금의 룡정 시가지는 일찍 많은 고성, 고분 유적들이 산재하여있었다. 그 가운데 수남고분은 륙도하 남안에 널려있었는데 지난세기 20년대

소철을 놓고 강둑을 쌓으면서 파괴되기 시작하였다. 수남고분 분묘구조는 석루로 한 석실이 있고 외부는 수많은 거석으로 덮고 다시 흙을 쌓아올려서

커다란 산 모양을 이루었는데 이주초기 백성들의 거처로 사용되였다. 그리고 북쪽 지금의 룡정 기차역 부근과 서쪽 동흥촌 남쪽 토성포에는 흙과 돌로

기초를 다지고 그 우를 점토로 덮은 허물어진 고성들이 산재하여있었는데 최초에 이주민들의 주거지로 사용되였다. 이런 고성 안에는 깊이 파인

구렁물들이 여러개 널려있었는데 사람들은 이런 곳을 구렁물깨라고 불러왔다. 구렁물깨는 룡정 도시성곽제도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함경도 방언 구렁물과 동음어 낱말인 구렁이라는 말을 살펴보면 이에 대한 추론을 뒤받침하여 주고 있다. 옛 선인들은 구렁물에는 물고기가 살고

그 물고기는 천년이 지나면 구렁이가 되고 또 천년이 지나 뢰성벽력 치는 날 밤에 룡이 되여 하늘로 올라간다고 전해왔다. 과거에 연변의 집집마다의

물독에는 거개가 물고기가 두세마리씩 그려지여있었는데 이런 전설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아야 정확하다. 그 옛날 도자기 생산지로 유명한 토성포에서

나서 자란 한락연은 키질불교미술에 큰 획을 그은 인물이다. 상해 미술학원에 입학하여 그림을 배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사실은 어린시절 고향에서

날마다 보아왔던 물독에 그린 수많은 물고기 선들이 그의 마음속에 파고들어 어른이 된 후 작품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것이다.

룡정 주위 지명들 이를 테면 룡지, 룡원, 구룡 등은 모두 구렁물과 관련되여있다. 구렁이의 전설과 더불어 구렁물은 오랜 세월 동안

언어변천을 거쳐 오늘날 와서는 차츰 한자 룡(龍)자 지명 안에 숨어 쓰이게 되였다. 어찌 보면 오늘날 룡정 지명은 구렁물 속에서 건져 올려낸

샘물과도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구렁물 안에서 영롱한 뭇별 빛깔로 반짝이던 샘물이 두레박에 의하여 세상 밖으로 건져올리면 출렁이던 물결무늬가

사라지고 오늘날처럼 하나의 메마른 력사로만 남아있는 것은 아닐까…이제는 축축한 냄새가 나는 바줄도 두레박도 없는 기념비만 남은 우물에는 우리

선인들이 써왔던 구렁물이 아닌 룡두레란 우물 이름 안에 모든 력사가 꽁꽁 숨어 갇혀있다. 인간이 종내 무덤 속의 흰 뼈로 남듯. 룡정 구렁물에

진실한 무늬를 입혀야 할 몫은 이제 미래세대와 긴 시간의 흐름일 뿐일 것이다.

사람들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말을 모어라 한다. 옛날에는 전쟁과 식민화로 많이 사라졌지만 요즘은 인구의 이동 때문에 스스로 모어가 사라지고

있다. 일제식민지 시절 우리말을 지키려고 발버둥을 쳤듯이 이제는 자기 모어를 지키는 것도 세계화된 시대에 우리에게 주어진 새로운 과제이다.

우리의 모어로 된 지명도 사라진 룡정 고성과 고분처럼 죽은 언어의 공동묘지가 되지 않도록 더 많은 노력을 기울려야 할 때이다. 연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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