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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내 삶이다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9.09.11일 10:37



성현아 (할빈시도리조선족중심소학교)

  (흑룡강신문=하얼빈)마지막 퇴근벨소리가 되알지게 울린다. 옷깃에 묻은 새하얀 분필가루를 터는 것이 내 삶의 동반자로 되여온지도 어언간 20여년이다. 열아홉 꽃나이에 시작한 소학교 교원, 20여년의 교원생활을 돌이켜볼 때마다 나는 충실하게 내 인생을 살아왔다는 사실에 스스로 기쁘고 자랑스럽다.

  9월, 가을의 계절 9월이 오면 나는 또다시 1학년 꼬마들과의 만남을 만들어 간다. 가을볕속에 저절로 풍성해지는 그 서늘한 계절을 위해서 농민들은 텅 비어있던 벌판을 쟁기질하고 씨를 뿌리며 로고를 아끼지 않는다. 수고의 번거로움을 외면한채 수확의 기쁨을 누리려는 애심에서... 그래서 사람들은 가을을 수확의 계절이라고 한다. 그러나 돌아서 생각해 보면 우리 교원들의 수확의 계절은 일년 사계절, 아니, 인간의 일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에게 말을 배워주고 글을 가르치고 인생의 도리를 깨우쳐 준다. 농민들의 창고에 알곡이 가득 찰 때 우리 교원들의 마음엔 행복과 그리움이 가득찬다.

  어느듯 내 머리에도 하나 둘 백발이 늘어가고 백옥같던 얼굴에는 주름살이 여유롭게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나는 나이가 들어가지만 내 학생들과 스승이기보다는 참다운 벗으로 남는 그런 사람이 되고싶다. 그래서인가 밤하늘의 별처럼 초롱초롱 밝게 빛나는 저 눈의 소유자들을 볼 때면 왜 이리도 가슴이 벅차오르는지 모르겠다.

  저 귀염둥이들 하나하나가 얼마후면 나라를 위해, 민족을 위해 큰 일들을 해낼것이다. 아마도 그때 가면 저 애들이 보내는 꽃편지가 나비처럼 훨훨 나에게로 날아오겠지? 그러면 내 얼굴엔 미소가 지어질것이고...

  “미소”가 아름다운 사람은 마음도 아름답다고 한다.

  우리반에는 미소만큼이나 예쁜 미선이란 애가 있었다. 그런데 친구들이 자기를 “바보”라고 놀려서 학교가기 싫다는 것이였다. 반장 준석이가 조선어발음을 제대로 못하는 미선이 때문에 선생님께서 자주 눈살을 찌프리며 안타까와 하는 모습을 보고 선생님대신 미선이를 놀려주었다는 것이다.

  세상에 이런 일이? 무의식간에 보여지는 눈 찌프림이나 저도모르게 튕겨나오는 한숨소리가 자신들을 미워한다는 신호로 보여지다니... 갑자기 감정 조절이 약해지면서 가슴안에 잔물결이 살짝 스치고 지나갔다.

  저렇게 예쁜 미소를 지닌 아이들에게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모든것들을 다 주고 싶다.

  우리말 아 야 어 여는 어떻게 만들어 졌고 1,2,3,4는 어느 나라에서 만들어졌으며 또 어떤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이고 우리는 어떤 습관을 키우며 자라야 할것인가를...

  참으로 가르칠것도 많고 내가 배우며 알아가야 할 것도 많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길 때마다 나의 발걸음은 저절로 빨라지고 마음은 벌써 성스러운 학교에 가있다. 이 지구촌에서 교원이라는 사업보다 더 아름답고 신성한 직업이 또 있을가?

  내가 심어준 사랑의 씨앗이 비록 척박한 땅속일지라도 뾰족뾰족 솟아나게 하고 파릇파릇 싹을 틔우며 건실하게 자라게 해야 한다. 그러면 꽃피고 열매를 맺을 것이며 그때면 나 또한 더없는 성취감에 한없이 행복해 질 것이다.

  마냥 웃음을 버릴줄 모르는 저 귀여운 얼굴들은 늘 내 눈에, 내 가슴에 가득 차 있고 저 애티나는 얼굴들에는 항상 총명과 지혜가 깃들어 있으며 저 맑디맑은 눈동자에는 늘 궁금함으로 꽉 차있다.

  나는 아주 평범한 교원이다. 조선말이 희미한 산재지구의 아이들에게 우리 말 우리 글을 가르치며 자랑스러운 삶을 영위해 가는 도리조선족중심소학교의 교원이다. 나는 우리 민족의 후대들은 물론, 조선글을 배우겠다고 조선족학교를 찾은 한족 아이들에게도 사랑은 밝게 비춰 주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다람쥐 채바퀴돌리 듯 살아가고 있다.

  “선생님, 이것은 한어로 무슨 뜻이예요?”

  “선생님, 이 단어는 왜 이렇게 읽어야 하나요?”

  내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한글자한글자 따라 읽히고 한글자한글자 손잡고 씌우며 살다보면 아름다운 우리민족의 문화가 오래오래 살아 숨 쉴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선다.

  그래서인가 졸업해서 지금까지 줄곧 1,2학년만 담임하다보니 남들보다 말도 많아지고 몸놀림도 많아진다. 말이 조선족이지 한족이나 다름없는 저 아이들, 같은 말, 같은 글이라도 몇번이고 곱씹고 곱씹어야 한다. 그러다가 지치고 지친 나는 결국은 물조차 넘길수 없어서야 성대에 큰 혹이 생겨 수술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알았다. 의사는 휴식을 강요했지만 마음은 벌써 학교에 와 있는 나, 나는 휴식은 커녕 학급에 외로이 앉아 있을 아이들이 걱정되여 부리나케 학교로 달려왔다. 나는 내 아이들이 엄마 없는 썰렁한 집안에 그대로 외로이 두고 싶지 않았다.

  아픔은 어찌 이것뿐이겠는가? 늘 시름시름 앓고 계시던 친정어머님을 찾아 뵐 시간을 줄이고 줄이다가 어머님이 병으로 급하게 하늘나라로 가셨을 때도 마음 한구석은 늘 학교의 내 아이들이 눈앞에 아물거렸었다.

  아픔과 괴로움은 왜 한꺼번에 오는 것 일가? 봄철운동회 날, 나는 칼로 살을 에이는 듯한 아픔에 진땀을 흘리면서도 아이들의 질서를 관리하느라 병원에 갈 시간을 놓쳤다. 한시간만 늦었어도 생명이 위험했을 자궁외임신이라 수술후 긴 시간의 휴식이 필요했다. 그러나 또다시 다정한 미소로 우리 애들을 마주하려고 내 마음과 발길은 벌써 조급해 지기만 했다.

  “괜찮다. 살았으니 다행이다.”

  시어머님과 남편이 다독여주는 투박한 사랑과 살며시 보듬어 주는 아들, 딸의 애틋한 사랑에 나는 새 힘을 얻고 또 하나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다.

  평범한 일상의 반복이 내게도 지겨울 때가 있었고 정신이든 육신이든 치열하게 맞붙어보고 싶을 때가 없은 것도 아니였다. 나도 변화를 갖고 싶었다. 그러나 변화를 원한다면 내 자신부터 변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보니 내 아이들이 또박또박 우리 글을 써내려 갈 때, 교실에 랑랑한 우리 글소리가 울려퍼질 때, 그때가 바로 내 행복의 순간이라는 원리를 알것 같았다.

  태양을 따르는 해바라기마냥 나를 졸졸 따르는 아이들을 볼 때면 나는 태양이 된 기분이고 휴식시간마다 오구작작 내곁으로 모여드는 아이들을 쫓으면서도 내 얼굴엔 좀처럼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나는 지금까지 세상을 놀래울 만한 거창한 일을 해놓은 적은 없다. 하지만 매일매일 열심히 배우고 최선을 다해 글을 가르치는 즐거움속에서, 그리고 아이들과 울고 웃으며 서로 어울리는 즐거움속에서, 평범한 내 삶을 살아가는 것이 나의 행복의 활력소라 생각한다.

  사랑이 무엇이고 정이 무엇인지? 나는 저 애들과 소담스레 쌓은 달콤한 사랑이 너무나 많다. 그리고 줘도 줘도 다 주지 못한 아쉬움들도 수두룩하게 남아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귀맛좋게 들려오는 이 소리가 나는 너무너무 좋다.

  나는 다시 태여나도 소학교 1학년 선생님이 될것이다. 왜냐구요?

  한번 해본 일이니까 더 잘 할수 있을 것이고 오늘의 아픈 상처와 아쉬움은 오직 아름다움과 그리움만으로 하나의 꿈을 기억하며 가슴속에 잔잔히 남게 할 것이다.

  나를 빛내주고 나를 보다 가치있는 삶을 살게 한 교원생애, 나는 내 아이들에게 삶의 지혜와 겨례의 소중함으로 눈을 뜨게 해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나의 자랑찬 삶이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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