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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이 차마 꿈엔들…

[인터넷료녕신문] | 발행시간: 2019.09.12일 08:59



리은실

이태전에 중국당대문학작품선집에 수록된 산문 몇편을

번역한 적이 있다. 그중 라는 제목의 산문 한편이 기억난다. 훌룬부이르초원을 찾은 한 년로한 작가의 애수와

탄식이였다.

그 아름답고 넓디넓은 훌룬부이르초원의 목초지들이 당지

목민이 아닌 타고장 상인들의 차지가 되여가는 것을 작가는 안타까와하고 있었다. 그 곳 목민들의 젊은 자식들은 모두 그 아름다운 초원을 떠나

가까운 도시에 진출했던 것이다.

“그들은 말 타는 것을 좋아했지만 외로운 방목생활을

즐기는 것은 아니였다. 그들은 ‘몽골포’와 ‘젖차’를 좋아하지만 그보다는 노랗게 머리를 염색하고 청바지를 입고 ‘마라탕’을 먹는 것을 더

좋아했다. 그들은 천편일률적인 도시의 월급쟁이로 되기 위하여 전력을 다해 애쓰고 있었다… 나는 그들이 다시 예전처럼 아버지에게서 ‘투마간’을

물려받아 선대와 같은 생활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것을 타인의 손에 넘겨주는 순간 바로 전통과는 멀어지게

된다.”

저자는 그 젊은이들의 도시진출을 이렇게 안타까와하면서

개탄했다.

읽다 보니 이런 한탄이 퍽 낯설지는 않았다. 우리말

신문에서, 잡지에서 이런 개탄의 목소리를 많이 들어온 것 같다.

“해외, 내지 대도시에로의 진출로 인해 우리의 조선족

농촌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땅을 지켜야 합니다. 한치 보기로 당장 눈앞의 리익만을 쫓으면 안됩니다.”

한동안 여러 매체들에서 이런 구호들을 많이 웨쳤다.

마을이 비고 우리 민족의 공동체가 해체될가봐 너무 안타까와서 웨친 줄로 알고 있다. 물론 필자도 안타까운 마음이다.

그러나 오늘 필자가 말하고저 하는 것은 다름아니라

그들이 왜서 정든 고향을 등지고 해외로, 도시로 갔느냐는 문제이다.

내 부모님은 작은 진 마을의 국영공장에 근무했다.

지난 세기 1990년초 쯤, 국영공장은 파산되였고 어머니와 아버지는 정리실업 비슷하게 퇴직을 하고 말았다. 그 때 이미 년세가 많으셨던

부모님들이라 해외행을 택하지는 않았지만, 아니 못했지만, 그 때 다 성장한 두 오빠가 일본에 가지 않았다면 나는 학업을 완수할 수 있었을가 하는

의혹이 강하게 들 때가 있다.

옆마을에 사는 이모네는 딸 둘을 키우면서 마을에서

땅을 부치고 있었다. 그러나 거기에서 나오는 수입으론 입에 풀칠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였다. 집안형편을 속속 헤아린 언니는 고중을 졸업하자 마자

스스로 일본류학을 택했다. 공부를 더 많이 하고 싶어 택한 류학행은 아니였다. 혼자서 학비도 벌 수 있고 가정에 보탬도 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그렇게 선택한 것이다.

노래를 잘하고 풍금도 제법 잘 쳤던 동생은

유아사범전문학교에 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집안 사정을 생각하고는 전문학교 입학을 포기하였다.

만약 두 딸이 모두 국내에서 대학을 다녔더라면,

이모네가 농사만 지었더라면 과연 자식들의 뒤바라지를 할 수 있었을가?

해외행과 도시행은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수입이 얼마

되지 않는 땅을 파다가 실망한 농민들이 할 수 없이 선택한 길이였을 것이다.

공동체가 무너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개인의 삶이

공동체를 위해 영위되진 않는다. 또 그러해서도 안된다. 인간에게는 공동체의 발전보다 당장 먹여 살려야 할 가족의 세끼 밥이 더 절박하다. 그런

걱정을 안해본 사람의 이러쿵저러쿵은 그저 공허할 뿐이다.

인류력사상 세계 그 어느 나라, 민족이든 근대화에

들어서면서 경제발전의 흐름에 따라 공동체사회 구조에서 리익사회 구조로 전환된 것은 모두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고향을 떠나 외국이나 대도시의

삶을 선택한 이들중에는 물론 어떤 환상이나 꿈에 부풀어 무작정 고향을 떠난 이들도 있을 것이다. 바로 서두에서 인용했던 글 속의 젊은 목민들처럼

말이다.

더 좋은 삶을 향한 그 소박한 욕구를 누가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도시의 유혹은 강렬하다. 초원을 사랑하고 말을 사랑하지만 그들에게 도시의 번화함은 강렬한 유혹일 것이다. 그 유혹에 꿈틀대는

젊은이의 욕망이 왜 문제시되여야 하는가? 누가? 무엇 때문에? 무슨 자대로?

이모들중에서 넷째 이모가 제일 처음으로 도시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아이의 공부를 위해서 분연히 시골을 떠나 연길에 간 것이다. 그러나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연길에서 넷째 이모네는 발을 붙이기가

쉽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연길 호적이 없는 아이들에게서 돈을 많이 거뒀는데 그 호적을 해결하느라 또 없는 돈을 써야 했으니 이모네는 꽤 오래동안

자기 집을 마련하지 못하고 세집살이를 해야 했다.

코구멍만한 세방 귀퉁이에 설치된 수도가에서 세수하고

물을 버리면 하수도로 물이 꿀렁꿀렁 흘러들어가는 소리가 잠시 후에 주인집 쪽에서 들리군 했다.

조선족사회의 해체는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이 역시

발전의 과정이지 않을가 싶다.

그들은 땅을 떠났어도 마음만은 여전히 고향에 두고

있다. 가끔 고향의 희소식이 날아들 때면 그들은 기쁨에 겨워 눈굽까지 적시며 정든 고향의 이야기로 날이 새는 줄 모른다. 그들은 글로, 축구로

고향을 소환하고 서로의 이름을 목 놓아 부르고 있다. 또 한국에서, 일본에서, 북경에서, 상해에서… 겨레의 단체들이 일떠서고 있다. 몸은 고향을

떠났어도 마음만은 흩어지지 않고 있음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요즘 산업으로 도시와 농촌이 융합을 이루면서

해외에서, 내지 도시에서 돈깨나 좀 번 일부 조선족기업가들이 고향에 돌아와 창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고향의 아름다운 미래가 각일각 눈앞에

펼쳐질듯 싶다.

때문에 떠나가는 사람들에게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날

것이요”, “그렇게 떠나면 이 땅은 어찌하란 말이요?” 하는 텅 빈 감정적 호소보다는 그들의 떠날 수 밖에 없는 그 원인에 대한 분석이 먼저여야

하지 않을가. 그 고민 우에서 다시 해결책에 대한 론의가 나오는 게 순서일 것이다.

보다 발전하고 부강해진 고향에서 우리가 다시 모여

공동체를 꾸려가고 오손도손 살아갈 날을 꿈꿔보기도 한다. 비록 갈길은 멀고도 멀지만 모두가 신심만 가진다면 뭐나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다.

바야흐로 5G시대이다. 초고속, 초저지연,

초련결이라는 특징으로 대표되는 5G세상! 땅 하나에 매달리지 않아도 우리의 련결망은 촘촘하다. 가상의 공간에라도 우리의 ‘유토피아’를 건설하고

그 안에서 공동체를 재구축한다면? 다시 그 속에서 우리가 나갈 길을 고민해본다면 어떨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길림신문/리은실(민족출판사 조문편집실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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