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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글짓기응모] 꿈을 찾다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9.09.17일 11:23
- 글 / 송영금 -



  (흑룡강신문=도쿄) 2000년 4월, 부모님께서 마련해 주신 편한 길만 걷던 나는 일본 류학의 길에 올랐다. 쉽게 고향을 뒤로 한 자신을 두고 20대의 풋풋함이라는 핑계를 대기도 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다 하지 못했던 공부에 대한 미련 때문이였던것 같다.

  한살 일찍 여섯살에 소학교에 입학을 하고 중학교에서 고등학교가 아닌 전문학교에 입학했다. 교육부문을 주관하는 책임자이시고 자식을 누구보다도 애틋해 하시는 아버지의 선택에 따른것이다. 15살 소녀는 이렇게 되여 본의 아니게 고등학과 대신 전문학교 공부를 하게 되였고 졸업후에는 주급(州級)정부기관에서 안일한 나날을 보냈다. 나는 그냥 이 모든것을 운명처럼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때로부터 공부에 대한 갈증이 싹텄다. 대학교에 가는 것이 꿈이 된 것이다.

  일본에 와서 언어학교에 다니면서 내가 하고 싶었던 공부에 대해 재삼 고민했다. 고민도 행복했다. 그리고 일년뒤에 도쿄외국어대학에 원서를 넣었다. 시험까지는 얼마간의 시간이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도서관에서 시간을 아껴가며 공부를 했지만 결과는 락방이였다. 결국 영어시험이 없는 대학교에 진학을 하게 되였다. 우리 그 시절 영어과목은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배울 기회마저 없었던 시대였다. 지망하던 전공이 아니라서 아쉬웠지만 공부를 다시 시작할수 있는것만으로도 좋았다. 늘 보아오던 하늘은 여느때보다 한결 파랗게, 그리고 맑게 느껴졌다. 그때 남은 영어에 대한 아쉬움으로 지금도 짬짬이 영어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학업도 학업이지만 대학교 1학년때부터 시작한 중국어 강사 일이 재미있고 직성에 맞았다. 매일 저녁 세시간씩 나는 중국어로, 수강생들은 일본말로 우리는 각자의 꿈을 안고 원행을 시작했다. 토요일에는 아침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수업이 빼곡했다. 수강생들로부터 지명을 받은 것이다. 입문과 초급클래스는 장춘에서 다녔던 전문학교 덕분에 지도안 작성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지만 중급 이상의 클래스는 국적만 중국인 나로서는 준비시간이 수업시간의 배로 필요했다. 자신의 중국어 수준을 되돌아보는 좋은 기회였다. 나는 날이 새는 줄 모르고 도입과 마무리 부분까지 꼼꼼히 체크하면서 정성을 들였다. 실천과 함께 수업의 짜임새와 진행의 흐름에 대해서 나름대로 차곡차곡 경험을 쌓아갔다. 그리고 전수하는 립장이였지만 수강생들을 일본어 선생님으로 여기면서 이곳 문화를 있는 대로 받아들이고 배우는 자세로 모든 것에 임하면서 노력했다.

  학교 생활도 나름 색채가 있었다. 학교 수업외에 여러 민간단체들로부터 많은 행사와 활동이 진행되여 있어 본인의 의지로 참여할수 있었다. 류학생 회장직으로 하루가 바쁜 일정이였지만 크고 작은 규모의 스피치대회, 자원봉사활동 등에도 참가하면서 지역과의 교류를 거듭했다. 교토시정부 소속의 자원봉사단체의 년말총회에서는 일본 내각부(内閣府)의 표창상도 받았다. 교토시를 배경으로 찍는 드라마의 중국어 고문 역할을 맡으면서 처음으로 촬영현장도 경험했다. 대학교에서의 모든 체험들은 내가 일본 사회를 리해하는 긍정적인 디딤돌이 되여주었다.

  대학원 진학시험을 앞두고 아기가 찾아왔다. 결혼 10년만이라 포기할수 없었다. 대학교 공부만으로도 충분했다고 자신을 위안했다.

  아들하고 딸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육아로 바쁜 매일이였지만 3년간의 공백을 뒤로 하고 다시 강사일에 복직했다. 이번에 선택한 일은 한국어 강사였다. 중국어강사 시절, 칸 막이 옆 교실에서 수업을 하는 한국어강사가 리유없이 부러웠다. 나도 우리말로 수업을 할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가 하는 생각을 해 본 적도 여러번이였다. 국적과 모국어가 다른 우리 조선족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담겨져 있는 정체성 때문이였던 것이다. 처음 일본에 왔을 때부터 중국 국적인데 왜 한국어를 할줄 아느냐는 현지인들의 질문에 늘 그 대답을 망설였다. 나는 서서히 답과 함께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을 찾게 되였다.

  나는 또 새로운 꿈을 가지게 되였다. 우리 말 강사가 되는것이였다.

  우선 서울대학교 온라인 한국어교원 양성과정을 이수했다. 몰래 쌓여 있던 한국에 대한 마음의 장벽도 어디론가 허물어져가고 있었다. 일본에 이어 한국을 받아들이면서 자신만의 마음속 평화를 찾은 것 같았다. 그리고 한국 도서, 한국 드라마, 한국 방송들을 짬만 나면 의식적으로 접하면서 새로은 외국어로 한국어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한국어 공부를 하면서 느낀 바이지만 우리 고향의 회화는 지역어 그 자체이다. 물론 지역어도 한국어에 속하며 그 지역의 력사의 얼이 스며든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하지만 해외에서 인정을 받고 보급되고 있는 우리말은 규범화가 된 한국어이다. 또한 한국인과의 대화를 경험한 조선족이라면 어딘가 말문이 안 열리면서 위축되는 느낌을 한번쯤은 받았을 것이다. 표준어를 구사하는 사람과 지역어를 구사하는 사람의 차이인 것이다. 지역어가 자연스럽게 습득되는 것이라고 한다면 표준어는 교육을 통해 습득되는 지식이다. 나는 우리 조선족들이 지역어의 가치를 지키면서 규범화된 표준어도 받아들일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십여년을 현역에서 일해오면서 지도안 작성은 단 한번도 소홀히 한 적이 없었다. 새로운 교재 확인을 위해 한달에 한번씩 서점에 다녀오고 텔레비전과 라디오 한국어강좌는 어김없이 들었다. 설문조사도 진행하면서 수업의 질의 향상과 수강생들이 필요로하는 수업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한국도서를 탐독하면서 한국에 가면 서점부터 둘러보았다. 좋아서 하는 일이였기에 모든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또 그렇게 할수 있었던것 같다. 학생들로부터 배우는 점도 많았다. 수강생들로는 회사 임원, 대학교교수 부인, 경찰, 회사원, 주부 등으로 다양했다. 서로 경력도 다르고 한국어를 배우는 목적도 회사 수요, 취미 등으로 달랐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매 한 분마다 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자신의 말을 아꼈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대방의 말허리를 자르지 않았다. 겸손과 존중이였다. 타인한테 대한 배려가 없이는 존재할수 없는 부분들이다. 일본인들한테는 한가지 뼈속깊이 자리잡은 문화가 있다. 즉 타인한테 민페를 끼치지 않는 것이다. 이런 문화를 바탕으로 남한테 대한 배려가 습관화 되고 또 그 배려가 존중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우리한테도 자신을 되돌아볼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수업중에 한번은 '야근'이라는 표준어가 떠오르지 않아 '밤발'이라는 지역어를 사용한 적이 있었다. 한자까지 써가면서 설명을 하던 도중 '야근'이라는 단어가 갑자기 생각났다. 그래서 '밤발'은 지역어이고 '야근'은 표준어라고 설명을 보탰다. 의아해하던 학생들이였지만 지금은 가끔씩 한개 단어에 대해 지역어로는 뭐라고 하냐고 호기심 가득 묻기까지 한다. 나 자신을 받아들여주고 지역어까지 궁금해 하는 수강생들이 고맙기만 하다.

  요즘 꿈을 주제로 한 수업에서 꿈이 뭐였냐고 되묻는 학생들의 질문에 나는 말했다. 지금 이 순간에 하고 있는 일이고 또 계속해서 자신의 꿈을 키워 갈거라고. 앞으로는 이곳의 젊은 세대들한테도 우리말을 가르치고 싶다. 나 자신을 더 닦아서 우리 말과 우리 문화를 널리 알리고 모든 이들과 함께 평화에 기여하고자 한다.

  흑룡강신문사는 일본조선족문화교류협회, 조선족연구학회와손잡고 글짓기응모활동을 진행합니다. 자신이 직접 겪은 진솔한 창업이야기, 생활이야기면 누구나 도전해볼수 있습니다. 우수한 작품을 선정하여 흑룡강신문사 및 조선족문학창에 발표를 합니다. 시상식은 2019년 일본조선족문화교류협회에서주최하는 행사와 함께 동경에서 진행합니다. 월드로된 문장을문화교류협회 메일로(info@jkce.org)로 보내시면 됩니다.

  문화교류협회 협찬사

  1. 전일본화교화인부동산협회

  2. (주)아시안익스프레스

  3. 코코미보육원

  4. 아세아인재연구소

  5. 우현세미나

  6. 나미여행사

  7. 주식회사아이지

  8. 메리바미용복지산업연구소

  9. 쉼터물산

  10. 삼구일품김치

  11. 글로벌핸드주식회사

  12. 연아마을

  13. 류우덴무역주식회사

  14. 카바야한방연구소

  15. 주식회사에이요상사

  개인협찬

  강지현(동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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