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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수기]사랑은 서로 주고받는 것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9.10.11일 09:22



  (흑룡강신문=하얼빈)“수업 시작합시다!”

  “기립! 선생님, 존경합니다.”

  “친구들, 사랑합니다.”

  매일 반복되는 수업 전 인사말이지만 선생님을 존경한다는 아이들의 말 한마디에 마력같은 힘이 솟구치고 사랑한다고 뱉은 말 한마디에 책임감을 가지고 다시금 마음을 굳게 다지게 되는 순간들이다.

  (그래, 오늘 수업도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파이팅 해보자!)

  지난 학기부터 나는 중학교 졸업반 아이들의 조선어문 과임을 맡게 되였다. 워낙에 조선어문이라는 과목을 힘들어하고 기초지식이 약한 아이들이 많은지라 나 역시 각오를 단단히 하고 매 수업에 임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조선어문에 흥취를 가지고 조선어문 독서를 즐길 수 있을가에 대해 머리를 쥐여짜면서 여러가지 효과적인 방법과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일이 나 뿐만아니라 우리 조선어문교연조 선생님들앞에 놓여진 가장 어려운 과제이기도 하였다. 평소에 수업을 진행하는 모든 학과목들이 대부분은 한어로 강의가 이루어지고 아이들끼리 주고받는 생활속의 대화도 거의 한어다보니 조선어는 조선어문 수업이 아니면 아이들이 따로 표달할 기회가 없게 된다. 게다가 어떤 아이들은 조선어문 수업시간에마저 입 다물고 있으면 일주일 심지어는 한달내내 조선어를 구사할 기회가 없게 되는것이다. 정말로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수 없다.

  처음 교사라는 직업에 몸을 담궜을 때는 조선어에 대한 자부심이 나름 컸었다. 하여 아이들이 가끔 한어로 질문을 던져도 늘 한결같이 조선어로 대답을 해줬고 조선어로 질문을 많이 하게끔 유도했다. 언젠가는 우리 아이들도 조선어로 자유롭고 편하게 대화를 할 날이 오겠지 하는 한가닥의 희망을 품고서 말이다. 그러나 몸에 배여 버린 습관은 하루 아침에 고쳐지는 것이 아니라는걸 새삼스레 느꼈다. 아이들의 변화는 고사하고 언제부턴가 한어라고 하면 제일 자신이 없어하던 나마저도 무의식 속에 아이들과 한어로 소통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계속 이렇게 나아가다간 안되겠다 싶어서 어문숙제 내용을 확 늘렸다. 매일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숙제로 포치하는 외에 교과서나 훈련 집의 성구(한자어성구와 고유어성구), 속담이나 우리말 어원에 나오는 단어들의 뜻을 반복하여 베껴 써오게 하였다. 물론 처음에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숙제가 많다고 아우성을 쳤다. 그래서 매일 숙제를 포치하고나서 꼭 아이들에게 되묻군 했다.

  “혹시 선생님이 내준 숙제내용이 많다고 생각되는 친구는 조용히 선생님을 찾아오세요. 선생님도 그 친구의 리유를 듣고 납득이 되면 그 친구는 숙제를 완성하지 않아도 좋아요. 하지만 그냥 말없이 숙제를 완성하지 않는다면 그건 절대 안됩니다. 의견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이구동성으로 대답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안쓰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한학기를 견지해왔다. 덕분에 어문에 흥취가 없던 아이들의 동기부여에도 도움이 되였는지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던 아이들도 수업시간에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초롱초롱해졌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영향을 조금이라도 받으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고 게다가 매일과 같이 밥 먹듯이 틀리게 쓰던 철자, 띄여쓰기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우리 학교는 유치원, 소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가 한울안에 나란히 함께 들어앉은 대가족이다.처음엔 아이들의 어문수준이 왜 이정도로 차하냐고 애먼 소학교 어문선생님들을 마음속으로 탓했다. 특히 소학교에서 응당 넘겨야 할 철자관과 발음관마저 뒤죽박죽이였으니말이다. 언젠가 소학교 담임선생님과 함께 담소를 나눌 기회가 생겨 나는 틈을 타 슬쩍 화제를 어문쪽으로 돌렸다. 그러자 소학교 담임선생님은 길게 호흡을 들이쉬더니 한참후에야 입을 여셨다.

  “요즘 한족학생들이 조선족학교에 다니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언어환경도 열악하다보니 매 학생들의 발음관과 철자관을 제대로 넘기게 하려면 선생님과 학생 본인의 피타는 노력이 필요해요. 저는 오죽하면 아이들에게 일회용 저가락을 입에 물고 발음을 훈련시켰겠어요. 우리 어문선생님들 정말 힘들게 어문을 가르치고있는것만은 사실이에요…” 갑자기 말끝을 흐리우는 담임선생님의 얼굴에는 근심과 걱정이 가득 담겨있었다.

  순간 무턱대고 소학교선생님들을 탓했던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다. 이제와보니 소학교선생님들의 피타는 노력이 있었기에 아이들이 그나마 조선어문을 이정도라도 할수 있는게 아닌가 싶었다.

  환경이 열악하다고, 아이들의 기초지식이 얕다고 그 누군가를 탓할 것이 아니라 이런 아이들의 어문성적을 어떻게 하면 제고시킬 수 있고 아이들이 조선어문에 더 많은 흥취를 가질 수 있는 교수방법과 교학모식, 조선어문 독서를 즐길 수 있을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어문선생으로서의 앞으로의 과제이고 책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평소 아이들에게 늘 이런 얘기를 해준다.

  “막연한 노력은 시간만 들이고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공부에도 크고 작은 목표와 세세한 계획이 필요한 것입니다. 우리 친구들도 어문공부를 함에 있어서 막무가내로 할 것이 아니라 단어 하나를 기억하더라도 뜻을 정확하게 리해하고 기억을 해야 합니다.”

  생각해보니 아이들뿐만 아니라 나 역시 조선어문 선생님으로서 지금보다 더 험난하고 가파로울 앞으로의 조선어문 교학의 길에서 막연한 노력과 시간만을 가지고는 성공의 길에 오르려면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조선족 아이들이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한족아이들이 조선족 학교에 입학하는 현추세에서 우리 조선어문 선생님들은 점점 사라져가는 우리 민족의 언어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민족을 불문하고 모든 학생들을 차별화하지 말고 정성을 다해 조선어문을 가르쳐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조선어문 교학에 임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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