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시민들의 손에 의해 허물어졌다. 전세계 랭전의 가장 상징적 장소로 통했던 장벽이 지구상에서 사라진 것이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 동·서독인의 마음속 장벽은 허물어지지 않았다.
장벽붕괴 후 통일독일은 승승장구했다. 독일은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높은 통일비용으로‘유럽의 병자’로 불리웠다. 그러나 이후 내수시장 확대, 동독에서 류입된 생산가능인구 증가, 유럽 중심부라는 지정학적 위치의 리점 등 ‘통일효과’에 힘 입어 명실상부한‘유럽의 엔진’으로 비상했다. 2009년 유로존 위기로 유럽 국가들이 고전할 때 독일만이 건재함을 과시했다.
정치적으로는 전통적 라이벌이자 제2차세계대전 승전국인 영국과 프랑스를 압도하는 절대 강자로 부상했다.
락후지역이였던 동독 지역의 외적인 지표들도 외견상 나아졌다. 독일정부가 해마다 펴내는 통일보고서에 따르면 통일 후인 1994년에 14.8%였던 동독지역의 실업률은 2004년에는 18.4%로까지 악화됐으나 지난해에는 6.9%로 내려갔다. 인당 국민소득도 동독은 1991년에는 서독의 43%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75%까지 따라잡았다.
하지만 30주년을 맞는 독일의 지금 표정은 밝지 못하다. 지난 30년 동안 독일통일은 멋진 성공이였으나 최근 몇년 사이 동서간의 분렬이 전에 없이 깊어졌다.
무엇보다도 동·서독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동독 지역의 실업률이 꾸준히 내려갔다고 하지만 여전히 서독 지역보다 높다. 지난해 동독 지역의 55~64세 실업률은 7.5%로서 서독 지역의 같은 년령대 실업률(5.3%)보다 높았다. 동독 지역 15~24세 청년들의 실업률은 7.7%로서 서독 지역 청년들의 실업률(4.1%)의 두배에 육박한다.
정서적 박탈감은 더 문제이다. 고학력층과 젊은층은 서독으로 리탈했다. 독일 싱크탱크 이포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장벽이 무너질 당시 동독 지역의 인구는 1700만명이였으나 현재는 베를린을 제외하고 1360만명이다. 동독 인구의 15%가 서독으로 빠져나간 셈이다. 동독에 남은 사람들은 서독 지역과의 경쟁에서 밀려 본래 갖고 있던 일자리마저 잃었고 자존감에 상처를 입었다.
엘리트층도 서독 출신이 독식하고 있다. 라이프치히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독일의 정계, 련방법원, 군대, 기업 최고위직의 1.7%만이 동독 출신이다. 심지어 동독의 주정부, 언론, 기업에서도 최고위층 가운데 동독 출신은 20%에 불과했다. 경제적 자원도 서독 지역에 집중됐다. 독일 싱크탱크 할레경제연구소가 독일 500대 기업의 본사 위치를 조사했더니 전체의 93%인 464개 기업이 서독 지역에 있었다.
동독 지역 주민들의 불만은 체제에 대한 불신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 독일 알렌스바흐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동독 주민들의 31%만이 민주주의가 최선의 정부 형태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동독 출신의 47%가 자신이 ‘2등시민’이라고 답했다.
외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