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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일… 세상을 마주하는 일

[인터넷료녕신문] | 발행시간: 2019.11.25일 10:07
한때 내게는 글을 쓰고 책을 읽는 일을 내놓고 별다른 취미가 따로 없었다. 같잖은

글이라도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들을 차곡차곡 글로 표현해내고 나면 모종의 희열 같은 것을 느끼군 했다. 그랬던 적이 있었다. 그런 나에게 요즘은

글을 쓰는 일이 일상이 되여버렸다.

졸업을 하고 출판사의 편집이 되고 나서, 또 지금은

하루가 멀다하게 마감시간에 맞춰 헐레벌떡 기사를 써내야 하는 기자가 되고 나서 글 쓰는 일이 한없는 부담으로 몰려오기도 했다. 내가 지향했던

문학적인 글쓰기는 고사하고 변변한 기사 한편 써내는 것도 큰 부담이였다. 그렇게 어쩔 수 없이 대충 마무리를 끝낸 글에는 항상 부족한 것이

있었다. ‘감동’이였다.

작년 이맘 때 쯤부터 ‘8090세대의 글쟁이’들을

만나면서 이런 압박감과 초조함은 더해갔다. 나도 써내야 할텐데… 그러나 무엇을 쓰지? 그렇게 ‘무엇을 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지금까지도

계속되여 왔지만 아직까지도 나는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얻지 못했다.

아이들이 잠이 들고 난 후부터 서로 줄기찬 대화를

이어가는 위챗그룹이 있다. 녀자 7명, 일명 ‘7공주 그룹’이라 해서 애초에는 쓸 만한 중고물품들을 서로 교환하자는 의미에서 무어졌는데

어쩌다보니 글을 쓰는 얘기도 하게 되고 일상도 나누게 되면서 거의 매일 자정이 가까와질 때까지 끝날 줄 모르는 수다로 밤을 태우군 했다.

그날 밤, 나는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대비해

아이에게 줄 선물을 고르고 있었다. 오래전부터 사달라고 졸라댔던 병아리 놀이감이였는데 가격이 꽤나 나가는지라 망설이고 있는 중이였다. 그러다가

위챗 단톡방에 들렸더니 한 언니가 자신이 돕고 있는 8살짜리 꼬마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다. 철없는 엄마는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는 아이를 배고

그렇게 짐 부리듯 부랴부랴 아이를 낳고는 두달 된 피덩어리를 외할머니한테 맡기고 사라졌단다. 이후 7년, 이제 8살이 된 아이는 지금까지도

무릎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할머니와 함께 지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불행에는 리유가 있었다. 그 무겁고 아픈 이야기들, 무엇보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턴넬 속을 걷고 있을 것 같은 아이의 미래가 걱정되였다…

그날, 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저변에는 내가

몰랐던 가슴 아픈 일들이 참 많다는 것에 놀랐고 이후로도 오래 동안 그러한 아픔의 여운이 좀처럼 가셔지지 않아 련며칠은 무거운 마음으로 보내야

했다.

문득, 그 이야기를 전하던 언니가 글을 쓸 수 있는

리유를 알게 되였다. 아직 나는 제대로 갖추지 못한,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과 마음을 가졌기 때문인 것 같았다.

나는 글을 쓰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며 그런

글에, 혹은 문학작품에 지나치게 효용성을, 그중에서도 문학이 주는 교훈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에 대해 늘 비딱한 시선을 갖고 있었더랬다. 작가에게

어떤 사회적이고 도의적인 책임을 안긴다 할 때 그 작품에는 어쩔 수 없이 교조적이고 계몽적인 메세지가 실릴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렇다면

‘문학은 예술’이라는 명제와 어긋나지 않을가. 반대로 생활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나 감정이 그 어떤 억지스러운 가공도 거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작품에 녹아있을 때면 독자들은 작품을 통해 작가와 호흡을 같이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바로 문학이 사람에게 주는 기쁨이고

정화의 힘이라고 믿었다. 어쩌면 문학의 효용성은 이러한 힘에 있지

않을가? 반대로 한 작가의 관점에 대해 전혀 공감을 할 수 없거나 부정을 하고 싶어진다면, 그것마저 문학이 가지는 긍정적인 가치라고 믿고

싶었다.

그래서 8년 넘게 문학편집으로 일해오면서 나는

작가들의 원시원고를 대할 때면 나름대로의 원칙을 세웠었다. 바로 ‘나는 제1의 독자다’라는 생각으로 작품을 대한다는 것이다. 지난 8년 동안

정말 많은 작가들의 작품을 봐왔다. 현란한 기교를 자랑하는 글들, 새롭고 예리한 시각으로 머리가 끄덕여지게 만드는 글들, 참신한 내용으로 재미를

더해주는 글들… 그러나 그중에서도 나를 울게 만드는 글은 결코 이상의 모든 우점을 갖춘 완벽한 글이 아니였다. 조금은 비문이 섞여있어도, 조금은

내용이 어수선하긴 해도 글쓴 이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그런 글들이 가장 마음에 와닿았고 그래서 다시 또 읽고 싶어졌다.

그래서 최근에는 글의 진정성이란 도대체 무엇일가라는

생각을 곱씹어보았다. 한 선배는 “글을 쓰고 싶어 안달이 나있는 마음”이라고 했다. 또 다른 선배는 “내가 작품 속에 얼마나 들어가 있냐 하는

깊이의 문제”라고도 말했다. 결국 진정성이 있는 글을 쓴다는 것은 ‘나를 내려놓은 일’인 것 같다. 진실한 모습으로 글에 다가가는 것. 때론

내가 주인공이 되고 주인공이 내가 되여 아파하고 행복해하며 서로 다독이고 감싸주는 일, 그것이 바로 진정성 있는 글쓰기인 것 같다.

고백하자면, 나에겐 참 몹쓸 버릇이 있다. 지나치게

자신을 사랑하는 것. 호불호가 분명한 성격이라 자부하지만 그것마저도 내가 상처받지 않기 위한 하나의 방패임을 나는 안다.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종종 받기도 하지만 아프고 힘든게 싫어서 단기 기억상실자마냥 잊음이 헤픈 자신을 만들어버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글을 쓰는 일에서도 늘 그래왔던

것 같다. 내 글에 조금이라도 완벽하지 못한 내가 비쳐질가 봐, 그것이 결국 내 허점으로 남을가 봐 전전긍긍하며 글을 써왔던 것 같다. 아마

그래서 ‘감동’이 없는 글들만 쏟아냈던 게 아닐가 스스로를 진단해본다.

몇달 동안 피타는 노력으로 다이어트에 성공을 한

후배가 그런 말을 했다. “뭔가를 얻으려고 죽도록 노력하는 것보다 헛된 것들을 하나, 둘 내려놓는 일이 때론 더 힘들더라.” 글을 쓰는 일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때론 과감히 내 아픔을 마주할 용기도 가져야 하고 그렇게 나 역시 완벽하지 않은 하나의 인간일 뿐이라는 걸 인정할 수도

있어야 하며 누구나 아파하기도 행복해하기도 하면서 생을 살아간다는 것을 알아야 하는… 어쩌면 글을 쓴다는 것은 곧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일 수도

있겠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해본다. 왜 나는 글을 좋아했고

그것을 평생의 직업으로 선택했을가? 그동안 무수한 회의에 빠진 적도 있었다. 과연 글이 나에게 어떤 행복감을 주는지, 때론 그것이 살아가는데

그리 구체적인 도움을 주지 않는 것 같아 괴로울 때도 있었다. 오히려, 글을 쓰는 것 외에 별다른 재주도 갖고 있지 못하는 자신이 우스웠고

그렇다고 변변한 글 한편도 제대로 써내지 못하는 자신에게 정말 재능이 있기라도 한걸가? 라는 의문도 던져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끝까지

이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어떤 형식이 돼왔을 지라도 글을 쓰는 일은 내가 세상을 대하는 방법이였고 내가 누군가를 향한 고백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나에게 적지 않은 위로가 되여주었기 때문이다. 과거에 그러했고 지금도 그러하다. 앞으로도 웬지 세상을 마주하는 나만의

방법으로 글 쓰는 일을 계속 해볼 것 같다. 박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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