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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만필]레게머리를 땋는 시간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9.12.02일 10:59



◎ 김혁

지난 10월 10일 저녁 7시, 문학도들이고 보면 감질 나게 기다려오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끝내 베일을 벗었다.

스웨리예 한림원의 발표에 의하면 올해와 작년 노벨문학상의 영예는 오스트랄리아의 페터 한트케와 뽈스까의 녀류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에게 각각 돌아갔다.

노벨문학상의 수상자가 두사람이 한꺼번에 선정되기는 지난 1974년 이후 45년 만이다. 이는 한림원이 지난해 노벨문학상 심사위원 성추문 파문으로 인해 수상자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몇해전까지만 중국작가로는 여화(余华), 염련과(阎连科)가 자주 예측 리스트에 오르며 수상이 점쳐 졌지만 올해는 느닷없이 선봉파의 대표 작가 잔설(残雪)이 노벨상 예측 사이트의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에 잔설과 그의 문학세계에 대한 글들이 봇물처럼 사이트들에 올랐고 다시 중국 선봉파 주장들의 문학주장과 그 세계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들을 가졌다. 모두들 막언 이후로 7년 만에 중국의 녀류작가도 노벨상을 수상하기를 막연하게나마 바랐다. 하지만 아쉽게도 노벨상은 잔설을 비켜가고 말았다.

동방작가로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다시 떠올렸으나, 노벨상과 ‘악연’을 쌓은 무라카미는 또 한번, 그러니 무려 8번째로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금번의 수상자들은 여느 문호들처럼 익숙치는 않지만 그나마 간간이 작품을 접한 적 있는 작가들이였다. 페터 한트케의 작품은 영화로 접했다. 그가 각본을 맡은 《베를린 천사의 시(柏林苍穹下)》는 일찍 1998년경에 CD로 이미 갖추고 보았었다. 베를린에 내려온 두 천사의 시각으로 다양한 군상들을 보여준 다소 음울한 영화이다. 아련하고 우수 띤 분위기 속에서 심장의 박동처럼 느리게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영화는 평단의 호평과 칸 영화제의 감독상을 비롯하여 많은 영화제에서 영예를 안았다. 이 영화를 DVD로도 갖추었으나 서재의 수천부나 되는 영화더미에서 미처 찾지 못했다. 찾아내여 경건한 마음으로 다시 볼 참이다.

제작자들은 윤동주도 좋아했던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에서 령감을 얻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실존주의와 인간애를 다룬 철학영화의 걸작이다. 시같은 대사가 너무나 인상적이였다. 오늘 알고 보니 그 경전적인 대사들이 바로 페터 한트케의 손에서 나온 것이다.

영화에서 천사가 빌딩의 옥상에서 인간세상을 굽어보는 장면이 너무 인상적이여서 10여년전에 발표한 소설 를 문학 블로그에 올리면서 표제그림으로 차용한 적 있었다.

한림원은 한트케가 “인간 체험의 뻗어나간 갈래와 개별성을 독창적 언어로 탐구한 영향력 있는 작품을 썼다, 경계를 가로 지르는 삶의 형태를 구현하는 상상력을 담은 작품을 백과사전같은 열정으로 표현했다”고 평가했다.

그중에서도 내 안목을 사로 잡은 것은 올가 토카르추크의 작품이였다. 올가는 맨부커상 수상자이기에 그의 수상작을 주목했다.

《태고의 시간들》(太古和其他的时间. 2017년12월. 사천인민출판사)은 6월에 구입해 금방 읽었다. 몇십개의 편단으로 녀성의 탄생, 성장, 결혼, 출산,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생을 기록한 소설이다. 그 문체가 신선하여 인상 깊은 작품이다. 뽈스까의 교과서에까지 편단이 수록된 ‘국민소설’ 이라고 한다.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 이나 막언(莫言)의 《단향형(檀香刑)》처럼 마환적 리얼리즘 수법으로 씌여진 소설이다. 작품 속에서 태고는 현실과 허구가 중첩돼있는 가상 공간이다. 신화와 전설, 외전을 차용해온 올가 토카르추크는 철학과 문화인류학에 조예가 깊다.

이런 점을 기반으로 삼아 올가는 《태고의 시간들》에서 로씨야, 오스트랄리아로부터 점령당했던 시기 1, 2차 세계대전 등 실제 사건과 주민의 신화적 삶을 결합시켜 야만적인 20세기의 삶을 살아가는 화란인들의 심령의 궤적을 소설 속에 기록했다.

올가 토카르추크는 작은 조각, 소소한 개인들의 이야기를 모아서 하나의 력사적인 담론을 보여준다. 그리고 현실과 허구의 접점을 기묘하게 찾아낸다. 다큐멘터리와 판타지의 중간 지점을 찾아 적는데 실제보다 더 현실적이다. 우주 복판의 가상적인 작은 마을에서 진행되는 스토리, 마환적리얼리즘 수법의 문체가 빛나는 작품이였다.

한림원은 “올가 토카르추크는 삶의 한 형태로서 경계 넘나들기를 묘사하는 데 백과사전적 열정과 서술의 상상력을 보여주었다”, 또 “언어의 독창성이 돋보이는 영향력 있는 작품으로 인간 경험의 변경과 특별함을 탐사했다” 고 선정 리유를 밝혔다.

이로서 올가는 세계 3대 문학상 가운데 프랑스 콩쿠르상을 제외하고 노벨문학상과 맨부커상 두개를 석권한 녀류작가가 되였다. 또한 올가는 력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열다섯번째 녀성 작가이다. 녀성 작가가 상을 받은 것은 2015년 벨라루스의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이후 3년 만이다.

한달여전 한국행차를 하면서 여느때처럼 어김없이 교보문고에 들렸고 올해 노벨문학상코너에서 모든 수상작들을 사들였다. 올가의 《태고의 시간들》도 중문으로 갖추고 읽었음에도 한글판으로 다시 사들였다.

흥미로운 것은 평소 한달에 1권 밖에 팔리지 않았던 올가의 《태고의 시간들》들이 노벨문학상 발표 이후 하루 만에 150여권이나 팔렸다는 것이다.

올가의 작품은 읽었지만 노벨상 수상자가 공표되여서야 그의 얼굴을 보게 되였다. 그리고 은연중 웃음을 짓고 말았다.

개성 짙은 얼굴의 녀작가는 레게머리를 하고 있었다.

긴 머리카락을 여러 가닥으로 로프처럼 땋아서 늘어 뜨리거나 둥그렇게 감고 다니는 머리를 항간에서 ‘레게머리’라고 한다. 1950년대에 가난한 흑인들 사이에서 일어난 ‘라스타파리안’ 운동과 함께 영어문화권에 편입되였다.

그 전문 헤어스타일 용어는 ‘드래드록(dreadlock)’이라고 한다.

레게머리에 대해 낯 설지 않았다.

내가 좋아했던 AC밀란의 축구선수 루드.구리터가 바로 레게머리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 머리모양 자체는 드래드록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지기전에 이미 수세기 동안 류행하고 있었다.

오스트랄리아에서는 길게 땋은 머리모양을 한 원주민 미이라가 발굴되기도 했다.

미장원에서 레게머리를 땋으려면 비용이 더 많이 들고 땋기도 힘들어 3-4시간 이상의 시간이 소요돼야 한다고 한다 .

레게머리를 땋는 시간은 길다. 레게머리의 작가가 집필하는 시간은 더더욱 길다. 하지만 그 작품을 사는 독자들의 스피드는 빠르다.

올가 토카르추크 작품의 본질적 특징에 대해 평단은 “타인과의 공감, 련민이다. 타문화에 대한 열린 시각, 경계와 단절을 허무는 글쓰기를 한다” 고 짚었다.

스피드를 강조하는 시대 《태고의 시간들》이 독자들의 뇌리에 어떻게 스며들지, 작가로서 독자로서 그 시간대가 궁금하다. 그 오랜 시간의 소리가 경계와 단절을 허물며, 공감의 동심원을 그리며 궁글지게 울려퍼지기를 바란다.

올해의 노벨문학상시상식은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곧 스웨리예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문학에 대한 관심이 노벨문학상 수상 시즌에만 반짝이는 특수, 이슈로 끝나지 말고 일상에 보편화된 시간으로 내내 이어지기를 또한 바래본다.




▲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올가 토카르추크와 그의 《태고의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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