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화길
(흑룡강신문=하얼빈)우리 학교에서는 지난 학기부터 흡연하는 교원들을 배려하여 마련했던 흡연실을 아예 없애버렸다. 하지만 흡연실이 없다 하여 흡연하던 교원들이 모두 금연한 건 아니다. 지정된 장소를 잃은 흡연 교원들은 어느 때부턴가 층마다 주어진 중앙현관에서 창문을 열고 흡연하는 신세가 되였다. 별로 아름답지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렬악한 환경에도 흡연애호가들은 용케 버 티고 있다. 나도 그 속의 일원이다.
어느 날 점심휴식시간이였다. 그날도 아주 자연스럽게 3층 중앙현관에서 창문을 열고 담배를 태우고 있는데 한 녀학생이 슬그머니 내 옆에 와서 하 는 말이 “선생님 담배가 건강에 그렇게 안 좋다는데도 피우세요?!” 나는 당장 합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무슨 대답을 하랴! 학생의 관심어린 충고인데. 그래도 그냥 묵묵부답으로 넘기기엔 어딘가 어색하다는 생각에 “네, 관심에 감사합니다.”하고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내가 담배 피우다 들은 학생의 가벼운 충고였다면 한 남학생이 나에게 한 말은 그대 로 충격이였다. “선생님들은 우리를 담배 피우지 말라면서 우리 앞에서 스 스럼 없이 담배 피워도 되나요?!” 스쳐 듣기엔 너무도 무거운 말이였다. 그 날 하루 아니 며칠이고 머리속에서 메아리쳤다. 그냥 지나치기에는 어 딘가 무책임하다는 느낌이 들면서 생각을 고누지 않을 수 없었다.
교원이란 직업이 특수하다는 생각이 새삼스러운 순간이기도 하였다. 교 원의 일거일동이 항상 거울에 비쳐진다는 생각을 잠시나마 망각한 보응이 아닌가 싶었다.
그 학생은 그냥 편히 대화할 수 있는 선생님이라고 생각되여 롱삼아 한 말일 수도 있지만 교원인 나의 생각은 거기서 멈출 수 없었다. 말이 힘을 잃은 경우라겠다. 그 어떤 변명도 그 학생 앞에선 모두 궤변일 것이다. 그 학생에게 확실한 답을 주려면 오직 몇십년의 경력을 자랑하는 흡연행위를 철저히 끊어버리는 길 밖에 또 다른 어떤 처방도 석연치 않다는 생각이 들 었다. 적어도 설복력은 없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교원직업이다. 수의성을 고도로 극복해야 하는 교원직업이 다. 다른 어떤 직업보다도 자기 단속이 필요하며 다른 어떤 직업보다도 이 신작칙이 요청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내가 흡연하는 것을 그 학생이 다시 본다면 나는 적어도 그 학생 앞에서 는 낯이 붉어질 것 같다. 특히 어떤 요구나 건의를 제기하자면 나부터 돌 아봐야 할 일이 아닐가? 뿐만 아니라 전체 학생을 마주하고 어떤 말을 하 면 설 수 있겠는가도 걱정된다.
좋으나 굿으나 함께 했고 기쁘나 슬프나 변함없이 나를 따라준 지기 같 은 담배였다. 그만큼 지독하게 사랑해온 담배지만 학생을 위하는 일이라면 학생들 앞에서 당당하려면 끊어야 한다. 도리는 대낮 같이 환하지만 오랜 세월 한일자로 쏟아부은 정을 단칼에 베기란 역시 쉬운 일만은 아니다. 그 래도 오직 나를 희생해야 마음이 편할 수 있는 교원직업이다.
훌륭한 교원이 되려면 자신의 량심에 충성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고상한 직업도덕도 따라서야 한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