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82년생 김지영》
[본사소식 김연혜 기자] 올해 10월 한국에서 개봉하자마자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바로 그 영화 《82년생 김지영》.
영화는 제목 그대로 김지영(정유미)이라는 녀성에 관한 영화다. 아이의 옷을 삶고, 쓰레기통을 비우고, 청소기를 돌리고, 어지럽혀진 아이의 방을 정리한다. 시간을 ‘순삭’ 하듯 빠르고 신속하게 이어지는 가사로동의 풍경, 그리고 폭풍처럼 지나간 시간으로부터 잠시 등을 돌리듯 창 밖을 바라보는 녀자의 얼굴에는 지치고 고된 시간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담담한 피로감과 고단함... 영화는 그렇게 시작된다.
《82년생 김지영》을 여는 ‘마스터키’라고해도 과언이 아닌 배우 정유미는 너무도 현실적인 존재감을 통해 인물에 대한 깊은 공감대를 이끌어낸다. 또한 정유미의 열연에 성실하게 리액션하는 그의 남편 대현(공유)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적절한 선을 유지해내며 제 역할을 충실히 리행한다. 육아와 가사라는 전쟁에서 지지 않기 위해 치렬한 하루를 보낸 김지영의 얼굴은 담담하지만, 언제 묻었는지 모를 옷의 얼룩에는 고단한 하루가 고스란히 배어있다. 덕분에 영화는 보다 직관적으로 현실을 체감하고 환기시키는 작품으로 거듭났다.
영화는 한국사회에서 녀성들이 감내해야 하는 고충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면서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고자 마련된 무대같다. 나와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하는 어떤 이야기들.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감당하는 법에 익숙해진 녀자들과 잘 몰랐기 때문에 방관하는 데 익숙해져 버린 남자들의 시대는 지났다고, 그러니 새로운 시대를 나란히 걷자고 손을 내민다. 온화하면서도 단호하게 말이다. 그 누구의 무엇이 아닌, 너와 나로서, 서로의 가능성을 존중할 수 있는 우리가 될 수 있다는 제안. 《82년생 김지영》은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자 우리 모두에게 가능한 해피엔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