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자 앱 | | 모바일버전
뉴스 > 문화/생활 > 문학/도서
  • 작게
  • 원본
  • 크게

[독서만필]‘냥 덕후’ 이야기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9.12.27일 10:56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다

신조어가 비온 뒤의 죽순밭처럼 자고나면 생겨나는 요즘 세월이다. 여기 ‘덕후’라는 신조어가 있다.

일본어인 오타쿠(御宅)를 우리 말 발음으로 바꿔 부른 ‘오덕후’의 줄임말, 본래 ‘집’이나 ‘댁’이라는 뜻을 갖고 있었다. 집 안에만 틀어박혀서 취미 생활을 하는,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였다. 그러나 현재는 어떤 분야에 몰두해 전문가 이상의 열정과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은 ‘야구 덕후’, 국수를 좋아하는 사람은 ‘국수 덕후’,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만화 덕후’라고 한다. 그리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고양이를 친절하게 부르는 줄임말 ‘냥이’와 더해 ‘냥 덕후’라 부른다.

나는 철두철미 ‘냥 덕후’이다.

동년시절 전대미문의 그 시절 얻은 질환으로 40대에 눈을 감은 아버지가 남긴 고양이를 오래동안 키웠었다. 지난 세기 70, 80년대 베스트셀러였던 구쏘련 소설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였는가》 속의 주인공의 애명을 따서 단 ‘빱가’라는 이름의 고양이, 아버지의 장례식에도 참가했던 그 고양이를 잃어버린 화인(火印)처럼 가슴 아픈 사연을 우울한 동년의 갈피에 내내 간직하고 있었다. 그 사연을 담은 수필이 문학도들에게 널리 읽히고 있고 그래서 나의 작품에도 고양이가 많이 나온다.

고양이 관련 시, 한시는 물론 고양이가 나오는 미니소설도 있고 고양이를 상징물로 출국붐을 진맥한 작품 《뜨거운 양철지붕 우의 고양이》로 연변작가협회 김학철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장편소설 《국자가에 서있는 그녀를 보았네》에서도 집을 잃은 미아가 된 고양이가 나오며, 전쟁과 평화소재의 장편소설 《춘자의 남경》에서도 위안부들의 이름을 본따 지은 여섯마리의 고양이가 나온다.

피폐한 문화풍토에서 ‘소박’맞는 지천명의 소설쟁이로서 그 외로움을 달래고자 요즘 다시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 ‘토랑이’라는 호랑이의 음을 딴, 핑크빛 코, 하얀 가슴 털에 어룽어룽 등무늬가 범상치 않는 아메리칸 헤어숏 종의 고양이다.

나를 무척이나 따르는 애묘는 하루 10여시간 나와 함께 옥탑방 서재에서 지낸다. 내가 서재로 올라가면 따라 올라가고 서재에서 내려오면 또 심통히도 따라 내려온다. 탁상등 아래 자리를 틀고 앉아 컴퓨터에 눈을 박고 커셔의 깜박거림을 주목하는 품이 마치 내 작품을 심열하기라도 하는 듯 하다. 어찌보면 그는 나의 ‘소울’이요, 내 작품의 첫 독자인듯 하다. 나의 위챗계정과 모멘트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그를 모르는 독자들이 없다.

고금중외에 고양이를 좋아한 작가는 많다.

《로인과 바다》의 저자 헤밍웨이는 고양이를 좋아하기로 유명했는데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의 유언이 바로 “안녕 나의 고양이들!”이였다. 지금도 미국 플로리다주의 헤밍웨이 박물관에는 그가 키웠던 고양이의 후손 50여마리가 살면서 독자를 경모해 찾아드는 유람객들을 맞아주고 있다.

고양이를 늘 어깨우에 얹고 있었던 ‘미국 현대문학의 아버지’로 지칭되는 마크 트웬은 작품을 통해서 끊임없이 고양이를 언급했고, 그의 작품 《톰 소야의 모험》, 《미씨시피강의 생활》에는 고양이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19세기 미국 추리소설의 창시자 에드거 앨런 포, 200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영국 작가 도리스 레싱도 고양이에 대한 장편을 냈다. 중국작가 로사, 빙심 역시 유명한 ‘냥 덕후’이다.

고양이는 상징의 동물이다. 오래동안 인간과 함께 해왔지만 인간에게 동화되지도 복속(服属)되지도 않은 고양이, 그래서 인간의 집착의 대상이 되고 거울이 된다. 어쩌면 고양이는 작가들에게 있어서 령감을 불어넣어 주는 ‘신’ 같은 존재였을 지도 모른다.



 

나쓰메 소세키

여기 또 한분의 ‘냥 덕후’가 있다.

‘일본의 쉐익스피어’라 불리는 국민작가 나쓰메 소세키이다.

1000엔 지페에 얼굴이 오를만큼 일본인들로부터 존경받는 인물인 나쓰메 소세키는 메이지시대의 대표적인 지식인이자 일본 근대문학의 개척자중 한 사람으로, 아사히신문에서 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천년동안 가장 인기 있는 문학가’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우미인초(虞美人草)》, 《도련님》, 《풀베개》, 《산시로(三四郞)》 등 소설 외에도 수필, 하이쿠, 한시 등 여러 장르에 걸쳐 다양한 작품을 남겼다.

전통적이고 보편적인 가치에 기반을 둔 그의 작품들은 동양적 감수성과 륜리관으로 서구의 기계문명과 자본주의를 비평적으로 바라보며 인간세계를 조명하고자 했다. 템포가 빠르고 리듬감이 있는 그의 문체는 독자들로 하여금 자연스레 소설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젊은 시절 일본 문부성으로부터 국비류학생으로 선발되여 영국에서 류학했는데 타지에서의 생활은 그에게 예민하고 우울한 자아를 남겼으며 치유의 한 방편으로 고양이에 관한 작품 한편을 썼다. 1905년에 발표된 그 작품이 바로 저 유명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라는 소설이다.



나쓰메 소세키의 등단작이자 출세작인 작품은 끊임없이 광고문구 등을 통해 리메이크 되였고 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제목 그대로 화자가 고양이, 고양이를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중학교 영어선생인 구샤미를 주인으로 둔 오만하고 방자하기 이를데없는 고양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담았다.

사회 풍자성향이 강하며 고양이의 시선에서 인간을 바라보는 시니컬하면서도 제법 위트있는 만담체의 문체와 어투가 특징이자 이 소설을 읽는 묘미이다. 무례하기 짝이 없는 고양이가 각종 책의 명구절을 인용해가며 인간 세상에 대해 끊임없는 불평불만을 쏟아내는데 재미, 웃음과 감동이 찾아온다.

작품의 주인공은 사회나 집안에서도 고개 숙인 중년 즈음의 위치에 있는, 신경성 위염을 앓고있는, 단 것을 좋아하는 등 작가 본인이 모티브인 인물이다. 소세키는 본인이 얼굴에 천연두 자국이 있었는데 소설속 구샤미 선생도 곰보이다.

이처럼 저자 자신을 포함한 자기 본위의 리기주의와 위선적 교양주의에 물든 지식인의 군상과 사회 전체를 작품은 풍자하고 있다.

고양이의 눈에 비친 우스꽝스럽고 서글픈 인간의 초상!

작품이 물론 력사적이고 철학적인 주제도 담고 있지만, 인간의 삶에 대한 슬픔과 모순을 지적인 유머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고전으로 남아 오랜 시간 읽혀 지는듯 하다.

나쓰메 소세키가 문학을 통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답하고자 천착한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인간적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명제이다. 하지만 무거운 화두를 들고 엄숙한 얼굴로 주제를 파고들며 읽다가 문뜩 터져나오는 웃음을 금할 수 없게 한다.

경쾌한 리듬과 유머를 바탕으로 한 그만의 문체, 백년 전의 한 ‘냥 덕후’가 남긴 이 고전을 읽다보면 웃어넘기지만은 못할 품위있는 여운이 한폭의 수묵화 같은 고양이의 그림자처럼 심중에 여백을 남길 것이다.

뉴스조회 이용자 (연령)비율 표시 값 회원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 주시면 통계에 도움이 됩니다.

남성 0%
10대 0%
20대 0%
30대 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여성 0%
10대 0%
20대 0%
30대 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네티즌 의견

첫 의견을 남겨주세요. 0 / 300 자

- 관련 태그 기사

관심 많은 뉴스

관심 필요 뉴스

모이자114

추천 많은 뉴스

댓글 많은 뉴스

1/3
"뇌종양, 갑상선암 투병 중" 하말넘많, 페미니스트 유튜버 '충격 근황'

"뇌종양, 갑상선암 투병 중" 하말넘많, 페미니스트 유튜버 '충격 근황'

사진=나남뉴스 페미니즘 유튜브 채널로 유명한 '하말넘많'의 강민지가 뇌종양, 갑상선암 투병 사실을 알려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6일 강민지는 '하말넘많' 유튜브 채널에서 '설마 내가 암일 줄이야'라는 제목으로 영상 한 편을 게재했다. 영상 속 강민지는 "아직도

야구장서 파울볼 맞고 혼절한 女아이돌... 당분간 활동중단, 누구?

야구장서 파울볼 맞고 혼절한 女아이돌... 당분간 활동중단, 누구?

아이칠린 초원, 야구장서 파울볼 맞아 잠시 혼절…당분간 휴식[연합뉴스] 걸그룹 아이칠린의 초원이 프로야구 관람 도중 파울볼을 맞아 잠시 혼절하는 일이 일어났다. 초원은 이에 당분간 활동을 중단하고 휴식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17일 소속사 케이엠이엔티에 따르

"숨길 수 없는 비주얼" BTS 뷔, 군사경찰 SDT 훈련 장면 공개 '환호'

"숨길 수 없는 비주얼" BTS 뷔, 군사경찰 SDT 훈련 장면 공개 '환호'

사진=나남뉴스 수도방위사령부 특수임무대(SDT)에 현역 복무 중인 방탄소년단 뷔의 뛰어난 훈련 장면이 공개되어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최근 17일 BTS 뷔는 유튜브 채널에 군사경찰 전투복을 입고 등장했다. 주위 동료 부대원들과 함께 늠름하게 서 있는 뷔

모이자 소개|모이자 모바일|운영원칙|개인정보 보호정책|모이자 연혁|광고안내|제휴안내|제휴사 소개
기사송고: news@moyiza.kr
Copyright © Moyiza.kr 2000~2024 All Rights Reserved.
모이자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 끄기
광고 차단 기능을 사용하면 모이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모이자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광고 차단 기능을 꺼 두세요.
광고 차단 해지방법을 참조하시거나 서비스 센터에 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