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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사랑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20.01.08일 11:13



장아형 (할빈시도리조선족중심소학교6학년)

  (흑룡강신문=하얼빈)“우리 딸, 빨리 일어나야지.”

  1학년부터 지금까지 6년간 매일 아침마다 들어야 하는 엄마의 알람소리다.

  “5분만 더 자고…”

  매일과 같이 굳잠에서 깨여나며 투정을 부리는 나다.

  내가 다니고 있는 도리조선족중심소학교는 강북에 있는 집과 멀리 떨어져 있어 나와 같은 동년배들이 아직 달콤한 꿈나라에서 헤맬 때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한다. 나는 엄마가 싼 점심도시락을 학교로 가는 차에서 아침밥으로 먹기가 일쑤이고 차안에서 잠을 자기가 일쑤이다. 때로 집에 도착하여서도 잠에서 깨여나지 못하는 나를 차에 두고 엄마는 밖에서 내가 깨여나기를 한식경이나 기다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나의 전담 운전수인 엄마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춘하추동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아침 나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하학후에 데리러 온다.

  “엄마, 엄마는 왜 날 이렇게 먼 곳에 있는 학교에 보내? 난 정말 피곤하단 말이야…”

  차 안에서 나는 오늘도 동네 부근에 있는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이 부러워 불평을 털어놓았다.

  “가까운 곳엔 우리말을 배울 수 있는 학교가 없잖아. 조선어를 모르는 사람을 어찌 조선족이라고 할 수 있겠니. 무엇보다 자기 민족 언어를 잘 배워야 한다. 그것이 바로 자기 민족을 지키는 것이란다.”

  “뭐가 그리 어려워! 난 몰라!”

  번마다 판에 박힌 듯한 엄마의 해석이 소학교에 다니는 나로서는 정말 리해하기 어려웠지만 엄마 말이라 뭐라고 반박할 수도 없었다.

  며칠 전 헬스장에 갔을 때의 일이 문득 떠올랐다.

  내가 엄마와 조선어로 이야기하는데 헬스장 직원이 나에게 조선족학교를 다니는가고 물었다. 나는 도리조선족중심소학교를 다닌다고 자랑스럽게 대답하였다. 그러자 그 직원은 자기도 조선족인데 어려서부터 한족학교를 다니다보니 조선글은 물론 조선말을 한마디도 못한다는 것이였다. 자기는 조선말을 잘하는 사람을 보면 정말 부럽다고 하였다. 나는 속으로 부모님들이 나를 조선족학교에 다니게 한 것이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왜 자기 민족언어를 잘 배워야 한다고 ‘잔소리’를 하는지 리해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내가 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자 한국에서 돈벌이를 뿌리치고 결연히 집으로 돌아와서 나를 조선족학교에 보내고 ‘수호천사’가 되여 매일 아침저녁으로 나를 데리고 학교로 오가는 어머님이 고마웠다.

  나는 그 직원에게 할빈시조선족예술관에서 무료로 조선글을 배워주는 학원을 꾸리고 있는데 조선말을 한마디도 모르는 어른들과 나와 같은 어린 친구들이 열심히 우리말을 배우고 있다고 소개해드렸다.

  집에서도 항상 의식적으로 조선말로 대화하는 부모님 덕분에 우리 학교에서 조선어라면 나노라 하는 나는 여러번 할빈시와 흑룡강성에서 조직하는 여러가지 작문경연과 우리말 이야기시합에 참가하여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우리 학교 무용단 단원인 나는 친구들과 함께 민족춤 “소고정”으로 전국 일등의 영예도 거두었으며 북경 거용관 장성에서 우리 민족의 춤을 추며 관광객들에게 우리 민족을 자랑하는 ‘홍보대사’가 되기도 하였다. 이런 영예들은 모두 엄마가 나를 조선족학교에 보냈기 때문에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학교에 도착했다.

  “물 넣었어?” “장갑은?” “모자를 쓰고 내려.”

  학교에 도착해서도 엄마의 걱정은 끊이지 않는다.

  언제나 그렇듯 항상 이 딸만을 바라보는 부모님 덕분에 오늘도 학교에서 재미있는 하루를 보낼 듯하다. 2019년의 력서장이 한장한장 거의 떨어져가고 있다. 2020년의 종소리와 함께 소녀처럼 발면발면 걸어오는 새해의 발자국소리가 귀전에 들려온다. 소학교에서의 마지막 한학기가 남았다. 남은 학기를 잘 보내고 조선족중학교라는 새로운 도전을 힘차게 맞이하겠다. 우리말 우리글을 배울 수 있는 최고학부를 향하여 전진하겠다.

  /지도교원: 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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