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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대학생들에게 보내는 헌사(獻辭)

[모이자] | 발행시간: 2020.01.15일 12:00
- 젊은 그대! ‘정복자 펠레’를 아시나요? -


-김정권(광운대학교 인제니움학부대학 교수·한국사)


요즘 세월이 세월인지라 마음이 잡히지 않을 찰나, 대학 시절 보았던 영화 한 편이 생각났다. 30년 전, 스웨덴 영화 ‘정복자 펠레’(빌 오거스트 감독)가 있었다. 펠레라는 이름이 나오지만 축구 영화는 전혀 아니다.(?) 하도 상을 많이 탄 명작영화인지라 대체로 줄거리가 기억이 나지만, 특히 1800년대 후반 북유럽의 차디찬 겨울 날씨를 이겨내고 있었던 맨발의 가난한 소년을 분명히 기억한다. 지금이야 지상천국과 같은 북유럽 여러 나라지만 그 시절 19세기 말에는 정말 별 볼일 없는 황량한 백야(白夜)의 버린 땅에 다름 아니었다. 늘 식민과 지배 받는 것에 익숙한 그 사람들은 언제나 가난하고 고통 받는 약자(弱者)들이었다. 혹여 식민지와 냉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신음했던 우리 선배들과 다를 바 없었다. 그들이 우리였고, 우리가 그들이었다.

그들도 그러했고, 우리도 그러했지만 이런 척박(瘠薄)의 땅에서 어떻게 살아갔을까? 그런 역사의 불운(不運) 속에서도 어떻게 세계의 중심에 서고, 영화의 제목처럼 ‘정복자’가 되어갔을까? 당연히 궁금증이 인다. 그런데 가만히 그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해답이 나온다. 덴마크로 일자리를 찾아온 스웨덴 노동자 라세와 그의 아들 펠레가 어떻게든 적응하기 위해 죽도록 일하고, 부딪히고, 박해 받고, 좌절하고…, 또 희망을 안고, 또 좌절하고… 그 수많은 어려움의 과정 속에 해답이 있었던 것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약하고 약한 ‘소년 펠레’는 ‘정복자 펠레’로 거듭난다. 한 마디로 사람이 크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것도 아주 거룩하게…

정말로 펠레 소년은 덴마크에 이주하여 잠자리도 없는 상태에서 마구간부터 적응을 시작한다. 일단 맨발에서 헌 나막신을 얻어 신고,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를 사귀고, 성실한 자세로 아버지와 함께 안정된 생활을 점차 찾아 간다. 어엿한 집이나 가정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도 만들어 간다. 그 와중에 찾아 왔던 토착민인 덴마크사람들과의 갈등,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불평조차 할 수 없었던 고농(雇農) 생활의 비참함 등, 이런 것들을 극복하면서 그는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특히 그의 친구 에릭 덕분으로 펠레는 세상이 넓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봄이 오면 그 세상을 정복하러 나가자고 굳은 약속까지 하게 된다. 물론 에릭은 열악한 환경과 처우에 저항하다, 오히려 머리를 다쳐 바보가 되고 말았지만, 결국 펠레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아버지를 뒤로하고 그저 ‘정복자’의 마음으로 세상을 향해 다시 맨발로 뛰어 간다. 그것이 영화의 마지막이다.

한해를 보내면서 저성장에 묶인 우리나라! 언제나 경쟁의 연속에서 특성화로 방향을 잡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학! 그리고 그 우울의 와중에서 항상 여기에 치이고 저기에 치이고 있는 우리들의 젊은이들이 스웨덴 소년 펠레와 같지 않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 해답은 누구도 알려 주지 않았다. 펠레 소년 자신이 결국 험판 벌판을, 아니 험한 세상을 향해 그저 뛰고 뛰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소년을 ‘정복자’라고 하는 것이다. 그대여 젊음이라는 신성한 무기를 들고 험한 21세기의 들판을 뛰고 뛰어라. 그래야만 세상 어려움을 정복할 수 있는 위대하고 거룩한 삶을 살 수 있다. 난세(亂世)를 사는 지혜는 거룩한 마음가짐이 최우선이다. 우울할 틈이 없다. 여러분들의 거룩함을 드러낼 겨울방학이 다가오고 있다. 헛되이 보내지 말고 거룩한 시절을 살아라.

물론 대학생이 너무 많아서인지 대학이라는 ‘거룩한 인생’을 위한 도전이, 그저 하나의 문턱을 넘는 정도로 비쳐지고 있는 이즈음, 그런 얘기는 너무 진부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런 계기적 특성을 온전하게 이해하는 ‘생각하는 힘’이 필요한 때일 수 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많이 만나는 일이 주업인 내 관점에서 보면 대학생활에 있어서 ‘고민하는 힘’과 ‘생각하는 힘’을 기르지 않고 보낸다면 조금 아까운 정도가 아니라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 잘 알려진 재일교포 강상중 교수가 저술한 ‘고민하는 힘’과 ‘생각하는 힘’이 일본에서 몇 년 사이에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이라는 점, 그리고 영국에서 유명 저술가인 알랭드 보통이 ‘인생학교’를 열면서 고민하고 고민하는 대체적인 문제들인 것이다. 인터넷이니 SNS니 하면서 제4차 산업혁명의 영화(榮華)가 우리의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는 이때에, 정말로 필요한 것은 자신이 누구인가 따져 보고 세상을 살아가는 문제를 고민하는 진지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하물며 대학을 입학하고 졸업하는 시점에서 그것을 꼭 한 번 고민해 봄직하다. 아니 고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이제 대학생들이 조금 더 진지해졌으면 좋겠다. 밝고 맑은, 즐거운 생활의 농담(弄談) 속에서도 예지(叡智)의 관찰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충만한 지적 호기심의 뒤안길에서도 무슨 일이든 끝까지 해내는 ‘집념(執念)’의 용기가 있었으면 한다. 많은 이의 학생들이 지나고 지나갔건만 역시 세상을 보는 예리한 눈과 사안 사안마다 진지한 자세로 다가서는 젊은이만큼 아름다운 사람은 없다. 대학생들이여 조금 더 진지하게, ‘고민하는 힘’을 가지고, ‘생각하는 힘’을 길러서…, 일상 속에서 진로와 취업, 창업을 준비하면서, 여러분들의 ‘인생학교’를 제대로 값있게, 바르게 다녔으면(살아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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