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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에 대한 새 인식과 재정비

[인터넷료녕신문] | 발행시간: 2020.04.20일 10:16



한직능

요즘 조선족 마을에 비상이 걸렸다. 흘러간 력사의 발자취를 읽어볼 자료마저 없어 안타깝다. 이런 상황에서 길림지구 아홉명의 3040후 지성인들이 ‘기록’친목회라는 민간 미니협회를 세우고 민족력사를 기록하는 플래트홈을 만들었다. 그런데 사회반응은 싸늘하다. 손자 손녀나 보면서 로년기를 향수하기는커녕 어찌 이런 일들을 하느냐고…

저자가 존경하는 저명한 작가 이케다다이사쿠는 ‘무력함’이나 ‘무관심’이 바로 인간과 시대를 뒤덮는 근본적인 어둠이라 하였다. 그 쇠약해진 생명력을 어떻게 바꾸고, 국민의 지혜와 활력을 어떻게 소생시키는가 하는 것은 여러 사회적 난문(难问)을 비롯해 지구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실마리라고 지적했다. 고심 끝에 ‘기록’친목회에서는 《기록문집》을 출판하기로 하고 농촌의 여러 곳을 전전하였다. 2년 사이에 도합 100편의 문장과 100만자 이상의 문자자료와 수십장의 사진들을 수집, 정리했다.

예상치 못한 일이였다. 3040후 서투른 글쟁이들의 땀과 노력에 《기록문집》 창간호가 나오자 경의로울 정도로 황유복교수, 정신철교수, 그리고 신문, 간행물들이 잇달아 묵직한 지지의 말들을 토해내였다. 국가급 간행물인 《중국민족》이 《기록문집》과 ‘기록’친목회를 비중이 있게 다루었으며 어떤 ‘기록’물들은 전재되기도 하였다. 특히 금년 1월 성급 매체인 《길림신문》이 〈조선족 민간 력사를 기록하는 사람들〉이란 제목으로 제1면에 톱기사로 발표해주어 그 파장은 대단하다. 민족학 박사, 대학교 력사학 교수, 중학교 력사학 고급교사가 솔선해서 ‘기록’친목회 일원으로 들어왔고 나이 젊은 분들이 여러 명 들어와서 6070후 글쟁이들이 ‘기록’친목회의 년령면과 지식면에서 근본적으로 협회의 구조를 바꾸어놓았다. 이 뿐만 아니라 한국의 대학가나 력사학 연구자들이 《기록문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록’은 아직 갓 걸음마를 탄 ‘애’와 같아 구성원들의 고령의 허약점, 집필과 편집에서의 허약점, 재무에서의 허약점이 로출되고 있다. 이제는 ‘기록’을 어떻게 만들가에 대해 고민할 때가 되였다.

‘기록’은 농촌 촌사를 비중 있게 다루어야겠다. 과계(跨界)민족인 조선족은 원래 농경민이 대다수이다. 그래서 조선족의 진실한 력사는 농촌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수나 공직자나 글공부라도 한 ‘금수저’도 대부분 ‘흙수저’에서 변했을 뿐이다. 조선족은 황무지를 개간하여 옥토로 만든 촌마다 눈물겨운 사연과 좋은 민족정책하에 행복하게 살아왔던 지난 일들이 있었다. 지금은 팔고 임대한 조선족촌이 많아서 조선족촌의 력사를 쓰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한 것 같다.

‘기록’은 천길 물속에서 보배를 찾듯이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항일 의사(义士)나 혁명렬사들을 발굴하고 찾아야겠다. 길림시 울라가 아라디촌의 48명 혁명렬사들의 사적을 추적하기 위해 여기저기 전전하다가 결국 연길현 자료실에서 찾았다. 거기에는 유복자를 남기고 남편이 안해에게 쓴 편지, 아들이 부모에게 쓴 편지들이 있지만 너무 오래되고 글귀가 판독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항미원조로 전장에 나가자 마자 희생된 렬사가 ‘실종’이라는 애매한 결론을 남긴 자료들을 보면서 억장이 무너졌다. 무덤 하나 없이, 이름 하나 없이 버려진 그들이 아니던가. 내몽골 초원에서 민족학교― 동광소학교를 건립하고 안중근의 조카 안봉생과 함께 민족 언어를 전수하고 항일투쟁을 한 한재수선생은 여직껏 항일투사의 명예를 가지지 못하고 그의 사적은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고 있다.

‘기록’은 특색이 있어야겠다. 3040후가 살아있는 모멘트를 놓치지 말고 신빙성을 더해주는, 재활용될 수 없는 큰 자산― 그들의 살아온 경력을 잘 활용해야 한다. 남들이 하지 못하는 것들, 독특한 아이디어를 가진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 없어진 것들을 《기록문집》에 남겨야겠다. 《삼국유사》, 《삼국사기》가 있어 조선민족의 력사가 있는 것처럼 민족의 력사와 문화를 후세에 전하는 것은 추억이 함께 뛰는 이야기보따리일 것이고 특대급 보물이 될 것이다. 언어와 문자를 잃었다 하여도 《기록문집》이 남으면 조선족의 문화는 살아숨쉬게 된다. 하북성 진황도시 청룡현의 박씨 촌민들은 명말 청초 만주8기에 소속된 조선민족들로 근 300년의 세월이 지나서도 민족문화의 자긍심을 가졌기에 동화됐지만 1982년 전국 인구조사에서 자원적으로 조선족으로 변경했다.

‘기록’은 사료가치를 추구해야겠다. 구술자의 이름이나 취재시간, 참고자료를 정교하게 검토하여 사회학 연구자와 민족학 연구자들에게 진실한 ‘기록’물을 남겨야겠다. 이러기 위해서 더 많은 전문가, 작가, 기업인들로 구성된 엘리트들과 3040후들이 함께 뛰는 플래트홈이 마련되여야겠다.

‘기록’은 협동, 조합, 포용 정신으로 3040후 서투른 글쟁이들이 피워놓은 한점의 ‘불꽃’으로 조국의 방방곡곡에서 촌마다 ‘기록’을 하는 사람들, 로년협회마다 ‘기록’을 하는 사람들, 조선족학교마다 ‘기록’을 하는 사람들로 네트워크를 구성하도록 해야겠다.

‘기록’이 있는 력사만이 진정한 력사이고 전파를 통해 엮어낸 이야기만이 진정한 이야기이다. 전파가 없으면 시대도 없다. 우리는 모두 생활을 기록하고 아름다운 시대를 그려내는 전파자들이다.

백설기처럼 빛나는 민족의 령혼은 아직도 살아숨쉬고 있고 세파에 넘어졌다가도 다시 일어나 세상을 뜨겁게 달구는 우리 민족이 있기에 ‘기록’은 우리 민족의 문화와 더불어 아름다운 서광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길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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