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신문=할빈) 한국 건설경기 침체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건설현장 일용직 근로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고 한국 언론이 전했다. 건설현장이 줄면서 일자리를 잃어 생계를 위협받고 있고, 현장과 근로자를 이어주는 인력사무소는 문을 닫고 있다.
건설근로자공제회 서울지사에서 긴급 생계비지원 대부사업을 신청 중인 일용직 건설근로자의 모습.
20일 오전 기자가 찾은 서울 중구 다동 건설근로자공제회 서울지사에는 ‘긴급 생계비지원 대부사업’을 신청하려는 건설근로자 10여명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부분 60대 이상 고령자로, 매일 새벽 인력소개소를 통해 일감을 구하는 일용직들이다.
이들은 최근 소득이 절반 이상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만난 한 일용직 건설근로자는 “은퇴 후 일용직 건설근로자로 일한 지 39개월이 됐지만, 최근만큼 현장에 나가는 날이 적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라며 “예전에는 적어도 일주일에 2∼3일은 현장에 나갔지만, 요즘은 일주일에 하루 정도 나갈 수 있고, 운 좋게 일자리를 구해도 한참 먼 곳까지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근로자는 “예년 같으면 다시 가동되는 현장이 늘어나는 때인데 코로나로 인력 수요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일자리가 줄면서 건설근로자와 건설현장을 이어주는 인력사무소는 문을 닫고 있다.
전국고용서비스협회 관계자는 “건설경기가 침체되며 인력 수요가 줄기 시작했고, 올해는 작년에 비해 현장에 나가는 인력이 절반 이상 줄었다”라고 전했다.
그는 또 “인력사무소는 일용직 근로자에게 법정수수료를 받아 사업을 운영하는 공생관계인데, 일자리 자체가 없다 보니 폐업을 하는 곳이 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일자리가 줄자 불만은 외국인 근로자에게 향했다. 코로나19로 중국인 근로자 수요가 잠시 주춤했지만, 현재는 다시 이들에게 일자리를 뺏기고 있다는 것이다.
안양지역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일했다는 한 건설근로자는 “최근 골조공사가 한창인데 일용직으로 현장에 들어오는 인력의 80∼90%는 중국”이라며 “한국인 근로자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모두 어려운 시기인데 일자리가 생기면 한국인부터 채용될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건설근로자가 기댈 곳은 많지 않다. 건설근로자공제회의 ‘긴급 생계비 지원 대부사업’ 정도가 유일하다.
지원 신청은 나날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16일부터 신청을 받았는데 한달여 만에 1만515명의 신청자가 몰렸다. 신청을 위해 공제회에 방문하는 이들은 하루평균 1000명에 달한다.
그렇다고 모두 지원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퇴직공제 적립일수가 252일 이상이고 적립원금이 100만원 이상이어야 한다.
한 일용직 근로자는 “규모가 큰 현장에서는 그나마 근무기록을 잘 남겨주지만, 빌라나 상가를 짓는 소규모 현장에서는 퇴직공제부금을 납부하지 않으려고 일용근로내역서를 제대로 뽑아주지 않으려고 한다”라고 전했다.
건설업계는 ‘일용직 건설근로자에게 가장 좋은 복지는 곧 일자리’라고 조언한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 건설경기 위축을 초래하는 규제 위주로 일관하면서부터 건설현장이 크게 줄었고, 근로자들이 일할 수 있는 건설현장이 사라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달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개최한 건설업 노사정 간담회에서 일용직 건설근로자들의 위기상황이 공유됐다. 하지만, 별도의 지원대책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