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소식 김연혜 기자] 어떤 아이가 웃통을 훌훌 벗어던지고 자유롭게 몸싸움을 벌이고 싶어한다면, 치마 대신 뛰여놀기 편한 바지를 입고 싶어한다면, 머리를 짧게 자르고 싶어한다면, 그 아이는 ‘남자’가 되고 싶은 걸가? 영화 《톰보이》는 말한다. 이런 자유를 얻기 위해 굳이 ‘남자’가 될 필요는 없다고. 그저 그런 자유를 사랑하는 자기 자신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영화는 짧은 머리카락을 한 ‘로레’의 뒷모습으로 시작된다. 해빛 속에서 휘날리는 머리카락과 나무, 구름에서 따뜻함과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너의 뜻대로, 자유롭게 해도 된다고 차분하게 보여주는 광경이다.
영화 속 주인공 로레는 영화의 제목처럼 ‘톰보이’, 즉 남자같은 녀자아이다. 핑크보다 파랑을, 소꿉놀이보다는 축구를 좋아하며 짧은 머리에 반바지를 입는 전형적인 남자아이 그 자체였다. 어쩌면 로레는 그런 자신에 대해 별다는 생각이 없었을 지도 모른다. 특별히 자랑스러워하지도, 불만을 갖지도 않고 말이다. 하지만 로레가 ‘나’라는 존재를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세상은 그를 부정부터 하려고 했다.
신체적으로도 아이들은 녀성과 남성의 차이를 구분하기 힘들다. 하지만 그들의 신체가 눈에 보이는 ‘차이’를 나타내기도 전에 녀자 아이와 남자 아이는 각기 다른 옷가지를 부여받는다. 사회가 규정한 녀성다움, 남성다움이라는 관습으로 코드화되는 것이다. 그런데 로레는 달랐다. 그는 그러한 코드화를 거부하면서 자신의 개성, 자유로움을 더더욱 중요시했다. 그의 엄마 역시 딸아이의 개성을 그 누구보다 존중했다.
세상은 참 신기하고 아름답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래왔듯, ‘나도 가끔은 가면을 쓴 채로 살아가도 되’가 아닌 ‘온전한 나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 그럴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영화 《톰보이》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