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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립칼럼 70] 사랑은 여전히 사랑이어서

[모이자] | 발행시간: 2020.06.24일 18:00
하은, 하선, 하민, 요한, 사랑, 햇살, 다니엘, 한결, 하나, 행복 7남 3녀를 입양하여, 강릉에서 가장 시끄럽고 웃음꽃 피는 천국 가정으로 살고 있는 행복이네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다.


세 번째 유산. 다른 아이들을 돌보느라 정작 내 아이들 돌보지 못한 것이다. 그 사이 뱃속의 아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 유산되었다는 말을 듣는 순간, 아기에게 너무 미안해 눈물을 흘릴 수조차 없었다. 나는 눈물 흘릴 자격도 없는 엄마인 것 같았다.


예쁜 늘사랑아기집. 어린 시절 엄마의 손을 잡고 봉사활동을 갔던 그곳에서 나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 새끼들을 만났다. “예쁘긴 한데, 몸이 조금 아파요..” 달라질 건 없었다. 장애아들과 함께 살겠다고 결심까지 했던 나다. 그 길로 나는 남편과 아기집으로 향했다. 아기집에 들어선 나는 첫눈에 우리 딸을 알아보았다. 무표정한 하은이를 보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18개월밖에 안 된 하은이 동생 하선이는 폐렴에 걸려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아이들을 만나자 마음이 더 확고해졌다. 하선이는 선천성 폐질환을 앓아 날씨가 조금만 흐려도 감기에 걸려 수시로 병원에 드나들어야 했다. 하은이는 눈동자 초점을 잘 맞추지 못하는 ‘간헐성 외사시’였다.


“아시다시피 베트남 혼혈에 아토피도 심하고, 퇴행성 발달장애를 앓고 있어서 대소변도 가누지 못하고,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구부러지지 않아 작업 치료를 받고 있거든요. 성격도 까칠하고 예민해서 입양이 쉽지 않네요.” “그럼 우리 집 아들로 보내주세요. 우리 아들이라는 확신이 자꾸 들어요.” 내 마음도 간절하게 또 한 명의 아들을 원하고 있었다. 요한이는 생각보다 아토피가 심했다. 누나들은 동생 요한이를 위해 인스턴트 간식은 먹지 않았다. 좋아하는 라면과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고 투정 한 번 부리지 않고 요한이 치료에 적극 나섰다. 플라스틱이 좋지 않다고 해서 요한이 그릇은 모두 사기그릇으로 교체했고, 순면만 입혔다. 요한이가 밤새 긁어서 가족이 씨름을 했다. 가족이 되어 가는 건 이렇게 하루하루 힘든 시간들을 함께 이겨 내는 것이리라.


“신장 기증은 하선이가 기적적으로 살아났을 때 결심한 것이었습니다.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내가 했더니 남편도 하게 되었습니다. 사랑도 나눔도 생명력이 있어서 자꾸 전염되는 것 같습니다.” 신장을 기증한 뒤로 나는 아프다고 이불 펴고 누워 본 적이 없다. 오히려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져 늘 감사했고, 내게 무언가 더 나눌 것이 없는지 두리번거렸다. 문득 신체 건강한 남편이 눈에 들어왔고, 남편에게 신장을 떼 줘도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고, 오히려 건강해진다고 열변을 토했다. 우리부부는 수혜자를 찾는 과정에서 몸이 아파 집안에서 아빠, 가장, 남편 역할을 못하는 분에게 새로운 인생을 주면 좋겠다고 기도했다. 남편은 늘 집안에 어려움이 있으면 먼저 미안하다고 말할 줄 알았고, 좋은 일이나 고마운 일이 생기면 늘 ‘마누래 덕’이라고 했다. 멋진 옷을 입으면 마무라를 잘 만나 좋은 옷 입는다며 좋아했고, 마누라 덕에 아이들을 만나고 이렇게 소중한 시간을 선물받았다고 늘 고마워했다. 내 남편이 감상훈이라는 사실이, 그가 내 옆에 있음이 감사했다.


두 분의 어머니께 나는 늘 사랑을 배운다. 배우고 배워도 늘 부족한 것이 사랑이고, 사랑하는 법임을 아이들을 키우면서 더욱 느낀다. 친정엄마는 내게 나누는 삶을 가르치셨다. 우리 형제들을 앉혀 놓고, “내 배가 부르면 배고픈 남의 심정을 모른다”면서 이웃의 아픔을 돌아보라고 늘 말씀하셨다. 동구의 보육원과 성모의집에 늘 쌀과 물질을 보내셨고, 1980년대, 어지럽고 힘들던 시절에 엄마는 땅을 팔아 대동 오거리 상가를 임대해서 혼자 사는 독거 어르신들을 모아 장구와 한글 가르치셨다. 저녁때가 되면 그냥 못 보낸다며 밥을 하셨다. 남편과 내가 더 팔을 벌려 아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은 우리의 ‘엄마들’이 우리에게 그런 사랑 유전자를 심어 주셨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누구 하나 아프지 않은 아이가 없었지만, 나는 우리 아이들을 지극히 정상이라고 생각하고 키웠다. 그랬더니 죽어 가던 하선이는 건강하게 성장해 간호학과에 다니고, 구순열로 태어나, 입양 당시 언어장애 2급이었던 하민이는 언어장애가 없어진 데다 강원도 수영 대표선수로 활동하다 지금은 카누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안짱다리로 태어나 두 번의 대수술을 하고 보조신발을 신던 사랑이는 지금 보조신발 대신 스케이트 신발을 신고 강원도 쇼트트랙 대표선수가 되어 전국빙상대회에 출전하게 되었다.

사랑을 줬더니, 죽어 가던 아이들이 살아나 빛나고 있다. 모두 사랑으로 사는 삶이되길 바란다. 거산 윤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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