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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이 낳은 위대한 사랑

[인터넷료녕신문] | 발행시간: 2020.07.31일 08:58



꼭 10년전의 영화이다. 카나다 퀘백 출신 감독 드니 뵐뢰가 연출한 영화《그을린 사랑》은 다루고 있는 내용과 극의 결말이 너무도 강렬하고 충격적이였다. 최고의 영화지만 두번은 보고 싶지 않았다.

중동계 카나다인 녀성 나왈 마르완은 쌍둥이 남매인 자녀 잔느와 시몽에게 유언을 남긴다.

지금까지 존재를 알리지 않았던 남매의 형과 아버지를 찾아 자신이 남긴 편지를 전달해 달라는 것이다. 또한 편지를 전달하기 전까진 자신의 장례를 치르지 말라는 단호한 당부도 남긴다. 남매는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중동으로 향한다. 중동에서 남매는 베일에 쌓여있던 어머니의 과거를 하나씩 마주하게 된다. 출산전에 살해된 남편, 출산 하자마자 아들과 생리별, 정치범으로 수용소 생활, 감옥에서 당한 성폭행과 그로 인한 임신 그리고 쌍둥이 출산까지, 그 려정의 끝에는 충격적인 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기독교와 이슬람의 종교 갈등으로 인한 학살과 전쟁 속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섞이고 누구도 돌이킬 수 없는 비극 속에서 한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며 작품은 관객의 가슴을 아프게 헤집고 들어온다.

이 작품을 만든 감독의 의도는 도대체 무엇이였을가? 내전의 참혹함을 고발하기 위함일가? 기독교와 이슬람 교도의 종교전쟁에 대한 비판일가? 보통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도 결국 모든 것을 사랑으로 감싸안은 모성의 위대함을 말하려고 한 것일가?

다큐멘터리와 같은 느낌이 드는 영화는 빠르게 현실과 과거가 교차 진행되며 관객의 시선을 흡입한다. 종교전쟁이 치렬한 중동, 이슬람 교도들간의 싸움이 아니라 기독교와 이슬람으로 나뉘여 치러졌던 레바논 전쟁, 마음의 치유가 아닌 사람이 사람을 죽여야 하는게 종교라면 무슨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는 걸가? 소중한 것들을 잃어야 하고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건 종교가 아니다. 너무나도 먹먹해져서 몇번을 다시 돌려보게 만드는 영화이다.

지금껏 본 영화 가운데 가장 불편했고 끔찍했고 잔인했다. 인간을 위한 종교가 결국 인간의 뒤틀린 욕망으로 인간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된다.

자신에게 전해진 편지를 입으로 더듬더듬 읽어 내려가는 아부 타렉, 어린 시절부터 총을 잡아야 했던 그가 글의 배움이 부족했다는게 느껴지며 그 모습이 슬펴보였다. 글을 잘 못읽는 사람들은 눈으로 글을 읽지 않고, 더듬더듬 입으로 읽는 경우가 많다. 아부타렉이 그러했다.

어머니는 아들을 용서하고 사랑으로 품었지만, 아들은 자신의 행동에 평생 회한을 느끼며 아파할 것이다. 어머니 나왈이 말하는 분노의 고리를 끊으라는 말은 오늘날 중동에 던지는 감독의 말이 아닐가 생각된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분노의 고리를 그리고 이어지는 복수에 다시 복수를 하는 그 고리는 언제면 끊어질가?

함께 하는 것만큼 아름다운게 없는 인생에 전쟁은 모든 것을 가루로 만들어 흐려지게 한다.

영화는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 살아가면서 분노에 찬 아이의 눈빛을 자주 보여준다. 전쟁 중 가장 비참해지는 건 아이들이다. 무엇이 그 아이들의 눈을 온통 원망과 분노로만 가득 차게 만들었을가? 그들은 아이들에게 안한 짓이 없었다는 경비원의 말처럼 아이들의 생활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처참했다.

‘력사는 전쟁을 낳고 전쟁은 영웅을 낳는다’는 말이 있다. 권력적 지배욕과 용인된 폭력의 총합으로 다져진 전쟁은 그런 식으로 미화되여 왔다. 전쟁은 폭력과 지배를 일삼는 남성성과 남성 이데올로기의 정점에 있는 것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그 리면을 들여다보면 전쟁이 낳은 고통과 상처는 사회적 트라우마로 대물림되고 있다. 마초적 남성들이 총을 들고 영웅놀이에 취해 있을 때 가장 큰 피해자로 전락하는 것은 녀성과 아이들이다. 이들은 인류 전쟁사에 있어 가장 큰 피해자이지만 남성의 시각으로 기록된 전쟁의 력사에서 철저하게 배제되여 왔다. 그렇기 때문에 녀성이나 아이의 시각으로 전쟁을 바라보면 전쟁의 소용돌이로부터 이들이 어떻게 타자화, 주변화 되여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영화의 제목처럼, 불타 없어진 것이 아닌‘그을린’이라는 단어가 의미심장하다. 그만큼 전쟁의 상처와 흉터가 오래동안 지속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왜 싸우는지, 왜 죽어야 하는지도 모른 채 류혈이 랑자한 전쟁의 한복판에 내동댕이쳐진 젊은 녀성 나왈의 삶을 통해 전쟁이 힘없는 개인에게 얼마나 잔인한 비극인지를 충격적으로 보여준다. 나왈의 삶 속에는 같은 현장에서 고통을 받는 그의 아이가 있고 그 아이도 결국은 명분 없는 전쟁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이러한 비극이 절대 대물림되지 않기를 념원하는 주제의식이 강렬하다.

전쟁의 비극을 어찌 함부로 도덕이라는 자대로 잴 수 있겠느냐는 메시지는 그 충격만큼이나 여운이 길고 강하다.

영화는 신화적인 서사로도 읽힌다. 내전으로 인해 삶 자체가 송두리채 남의 것이 되여버린 한 녀인의 인생은 그 자체로 거대한 은유이자 서사시이기 때문이다. 오이디푸스 신화를 비틀어놓은 줄거리는 완벽한 시계태엽처럼 움직이며 각각의 서사는 불행한 주인공의 숨겨진 진실의 정체를 발견하는 폭발의 순간까지 더욱 단단하게 감아준다. 비극 앞에서 인간이 느끼는 감정은‘련민과 공포’라는 것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오래된 진단이다. 비극의 경험은 사람을 독특한 감정적 장소에 놓이게 함으로써 영원한 진실들을 의심하고 방해하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의 파괴적인 결말은 이런 의미에서 교훈적인 것이다.

과거와 현재, 전쟁과 증오가 남긴 상처를 교차시켜 보여주며 하나의 대서사시를 엮어가는 이 영화는 결국‘사랑’을 이야기한다. 인간이 만들어 낸 분노의 련쇄적인 고리를 끊는 것은‘용서와 포용’이라는 이야기이다. 전쟁의 공포와 살륙의 현장을 벗어나 카나다에서 평범한 삶을 살던 나왈이 죽음에 림박해 지난 시간과의 화해를 모색하는 것이다.

모성이 낳은 위대한 사랑, 감독 스스로 말했 듯이 이 영화는 그런 면에서 전쟁영화가 아닌 가족영화로 보는 게 타당할 듯하다.인민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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