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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주석의 접견을 네번 받은 조선족 방역전문가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20.10.23일 08:42
  올해는 중국인민지원군 항미원조 출국작전 70주년이다. 젊은세대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 항미원조전쟁 이야기를 수집하던 중 “큰 수확이 있을 거”란 지인의 소개로 일전 심양에 살고 있는 리귀남(李贵男, 72) 댁을 방문했다.



  단체사진중의 부친을 짚어주는 리귀남 로인

  거실에 들어서니 벽에 걸려있는 단체사진 3장이 유독 눈에 띄였다. 그중 길이가 1.5m 넘는 거대 사진은 모주석과 주총리가 중국인민지원군 대표단을 접견할 때 찍은 단체사진이란다. 리귀남 로인은 이 사진들을 집안의 보물처럼 간주해왔는데 그 속에는 그의 부친 리철범(李哲范, 1920-2013)도 끼여있었다. 리철범은 당시 우리 나라에서 보기 드문 조선족방역전문가로서 방역분야 ‘국보’급 인물이다.

  처음으로 주총리의 령을 받고

  조선 함경북도 경원군에서 태여난 리철범은 1942년 할빈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의술은 물론 조선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독일어, 영어 등 6가지 언어까지 능숙히 장악했다.



  리철범

  동북3성이 일본침략자들의 철발굽 밑에서 신음하던 당시 각종 착취 뿐만 아니라 발진티푸스(斑疹伤寒)·결핵·백일해(百日咳)·디프테리아(白喉) 지어 콜레라(霍乱)·페스트(鼠疫)까지 류행되여 인민들의 생활상은 참혹하기 그지 없었다. 출국 기회도 있었으나 그는 의술로 타인의 병치료에 정진하겠다는 일념으로 동북땅에 남아 남만(南满)철도목단강병원에서 보통내과의사로 일했다.

  1946년 6월, 목단강지역에서 중외를 진감한 콜레라가 대류행했다. 날마다 수백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재앙 앞에서, 중장(中长)철도목단강병원 대리원장인 그는 서슴없이 방역일선에 나섰고 소련 전문가와 함께 뛰여난 의술로 환자들의 목숨을 건져내는 한편 지역봉쇄·소독멸균·파리박멸 등 과학적 조치로 관할구역의 콜레라 류행을 철저히 차단시켜 목단강시 콜레라 방역에 크게 기여했다.

  1947년초 동북지역 인민들의 자발적인 해방전쟁 지원 속에서 리철범은 동북민주련군에 참군하여 지역 페스트 방역에 나섰다. 당시 워낙 조건이 락후하고 인민들의 건강상식이 결핍한 시절이라 서만(西满)과 차하르(察哈尔) 등 지역에서 페스트가 계속 창궐했는데 여기서 그는 3년 동안 전염병과 싸우면서 인민들의 건강을 지켜내고 부대의 전염병예방사업을 틀어쥐여 방역분야에서 보귀한 경험을 쌓았다.

  1949년 11월, 차하르 북부에서 류행된 페스트가 수도 북경과 멀지 않은 장가구에서 발생했다. 새중국 개국대전이 열린지 1달 밖에 안되는 당시, 북경에 세가지 국제적 회의와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기자단 방문 일정까지 있다보니 방역임무가 매우 막중했다. 주총리는 “페스트를 신속히 박멸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동북군구 위생부와 중앙방역위원회는 리철범을 처음으로 주총리에게 추천했다.

  주총리는 친히 리철범에게 임무를 교대한 후 방역에 필요한 한개 사(师)의 병력을 허락해주었다. 리철범은 전염병 발생구역을 겹겹이 봉쇄하고 효과적인 방역조치로 한달여만에 장가구의 전염병 상황을 해결했다. 리철범 등 국내 방역전문가들의 노력으로 수년간 여러 지역에서 창궐했던 페스트가 1950년까지 기본상 소멸됐다. 기간 그는 1차 대공(大功), 3차 소공(小功)을 세웠고 영광스럽게 중국공산당에 가입했다.

  항미원조전쟁중 방역전문가로 두각

  1950년 조선전쟁이 발발하자 상급에서는 콜레라 방역을 위주로 하는 중국인민지원군 방역대대를 구성하라고 명령을 리철범에게 내렸다. 그는 콜레라가 류행하지 않는 당시 조선의 상황에서 콜레라보다 이매전염병(虱媒传染病, 이를 매개로 한 전염병)을 더욱 중시해야 한다는 건의를 제출하고 지원군 출국에 앞서 비밀리에 조선전쟁 전선에 나가 류행병학 조사를 진행했다. 콜레라 대신 발진티푸스·회귀열·이매전염병이 돌고 있다고 상급에 즉각 보고했다.

  이번 비밀 조사는 그 후의 중국인민지원군의 위생방역사업에서 큰 역할을 했다. 1951년 항미원조전쟁 제5차 전역 때 현지에서 발생한 이매전염병 발병률이 리철범의 선견으로 0.03‰까지 통제되여 지원군의 전투력을 효과적으로 보장했다.

  항미원조전쟁중 리철범의 또 하나 공헌은 미군의 ‘세균전’을 실증한 점이다. 1952년 1월 28일 아침, 미군 폭격기가 조선 평강군 중국인민지원군 모 부대 주둔지 상공에서 한동안 선회했다. 점심, 한 전사가 미군 폭격기가 지나간 금곡리 산굴 부근에서 흑파리와 거미 등 곤충을 발견했다. 이날부터 2월 11일까지 미군 폭격기는 련속 5차례 곤충을 투하했다. 2월 11일 15시 30분 미군 폭격기 투하 후, 전사들은 2개의 종이통을 발견했고 주변 800미터에서 또 5개 담배갑보다 약간 큰 종이곽을 발견, 종이곽에서 흑파리와 기타 곤충들이 기여나오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겨울철에 있을 수 없는 곤충들이였다.

  ‘괴사’를 접한 리철범은 직접 현장을 찾아 곤충 수집에 나섰다. 실험 결과 곤충의 몸에서 콜레라균(霍乱孤菌)을 발견했는데 저온저항성도 갖췄다. 미군이 세균무기를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당중앙은 중조 접경지역과 조선땅에서 치렬한 반세균전을 펼쳤다. 1952년 6월, 리철범이 책임지고 접대한 국제민주법률종사자조사단·국제과학위원회·중국과학대표단은 합동조사를 펼쳐 500여페이지의 흑서(黑皮书)로 전 세계에 미군의 악행을 폭로했다.

  그는 또 조선전쟁 정전담판 기간 당중앙이 파견한 중조포로교환위원회중 유일 위생고문이였다. 짧은 45일내 95863명 전쟁포로를 교환해야 했는데 시간이 짧고 인수가 극히 많기는 우리 군대 력사상 처음이였다. 임무가 간거하고 복잡하였지만 그는 방역대대를 이끌고 밤낮을 지새며 엄격한 검역조치로 한센병(麻风病)·리질(痢疾) 환자 200여명을 검출해냈다.

  련재기행문 (고 류연산 작) 제2부 압록강 2천리 - 제14장 단동 - 영웅도시(3)에서 방역대대 전사였던 김정자 녀사는 당시 방역대대의 일상을 이렇게 회고했다.

  “우리 방역부대는 통화, 휘남, 무송 등지에서 훈련을 받고 1951년에 리철범 대대장의 인솔 하에 조선으로 건너가서 방역임무를 수행했으꾸마. 조선족이 대부분이였는데 모두가 고중 이상 학력자이고 의과대학을 나온 태길송(太吉松)동무가 늘 의학을 공부시켰지비. 우리는 조선 어디든 안다닌 곳이 없으꾸마. 방역옷은 대여섯벌을 껴입은 것인데 대소변을 볼라고 옷을 벗자면 급한 사람은 죽을 지경이였으꾸마. 마을에 가면 우물부터 검사하고 소독을 하고 세균탄으로 퍼진 독충이나 쥐를 잡는 것이 우리의 임무였지 않겠슴둥. 포로교환시에는 판문점에 가서 떠나가는 포로와 돌아오는 아군 포로들을 일일이 목욕을 시키고 소독을 하고 옷을 갈아입히고 했습지비.”

  리철범은 또 부상자와 건강한 포로 교환 외에도 시체 교환에도 참가하였는데 이는 국제공법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였다. 주요하게는 교환한 시체를 태운 차량과 렬사유골을 담은 마대를 철저히 소독하고 동시에 방역인원들의 옷을 소독하고 몸을 씻은 후 다시 체온을 재는 것이였는데 매사에 각별히 신경을 기울여야 했다. 꼬박 두달 동안 효과적인 방역조치로 하여 우리측에서는 감염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으며 시체교환임무도 순조롭게 완성되였다.

  이에 중국인민지원군 후근부 위생부 오지리 부장은 자기의 회고록에서 조선족방역대장 리철범의 효과적인 방역조치와 헌신적인 노력으로 부대의 방역임무를 원만하게 완성할 수 있었다고 썼다.

  1956년, 리철범은 지원군대표단 성원으로 국경절 경축대회에 참가하여 모주석과 주총리의 접견을 받았다. 그는 1958년 10월에야 지원군의 마지막 렬차를 타고 귀국했으며 북경에서 또 한번 모주석의 접견을 받았다.

  뢰주반도서 ‘가짜 전염병’ 비상

  1963년봄 당중앙으로부터 뢰주반도 ‘전염병’을 퇴치하라는 ‘전격’ 지시가 내려졌다. 이때 조선에서 ‘전쟁영웅’으로 돌아온 리철범은 심양군구 군사의학연구소 부소장으로 있었다.

  당시 현지 전문가들은 180여명 ‘페스트 환자’를 격리시켰으며 국제공약에 따라 담강(湛江)항만을 페쇄했다. 우리 나라가 동남아, 유럽, 아프리카, 대양주로 향하는 중요항만인 만큼 경제적 손실도 컸다.

  다시 한번 방역전문가와 권위학자로 파견된 리철범은 세심한 조사연구를 통해 현지 전문가들의 보고가 실제 상황과 다르다는 걸 감지했다. 환자상담·시체분석·환자혈액세균 배양 등 세심한 조사과정과 심사숙고를 거쳐 “페스트가 아니다”는 판단을 과감히 내렸다. 주변에서 “그럴 것이라고 믿는 편이 낫다”는 충고도 마다하고 그는 강한 책임감으로 자신의 주장을 견지했다.

  그후 그의 결론의 정확성이 확인되면서 한시에 큰 파문을 일으켰던 ‘가짜 전염병’ 사태가 해결됐다. 하마터면 정치와 경제적으로 중대손실을 빚을번 했던 사건이 종결되였다. 총후근부 수장과 심양군구는 그를 통보표창했고 모주석과 주총리는 기뻐하며 리철범 등 전문가들을 접견했다.

  항미원조 정신 널리 고양해야

  부친의 사적을 이야기할 때마다 저도 모르게 부친에 대한 존경심과 뜨거운 감정이 북받친다는 리귀남 로인. 그는 부친이 중국과 조선에서 받은 훈장과 메달을 달아맨 보자기를 조심스레 펼쳐놓고 우리에게 훈장과 메달에 깃든 이야기를 하나씩 들려주었다. 그는 또 부친이 대단한 공을 세워 우에 아는 사람이 많았지만 집안사람이나 친척들을 위해 ‘뒤문치기’를 할줄 몰랐고 수하들을 너그럽게 대해주어 ‘큰엄마’ 별호가 붙었다고 했다.



  1986년, 심양에 시찰온 조남기와 만난 리철범

  퇴직한 후 전사들이 방진시설(防尘设备) 없이 땅굴을 파다보니 쉽게 규페증에 걸리거나 종신불구가 되는걸 안타깝게 여기고 방진시설 개발에 나섰다. 비록 위생방역전문가로 기계설비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였지만 그는 동북3성과 북경 등지를 넘나들며 자료를 섭렵하고 아내의 5천원 제대비를 보태 끝내 자신이 설계하고 제작해낸 고압정전제진차(高压静电除尘车)를 개발해냈다. 이 성과는 당시 국내 공백을 메웠을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선진적인 이동식제진설비로 인정받아 군부대과학기술진보 2등상을 받았다.



  보자기에 간직한 훈장과 메달들

  부친의 홍색유전자를 그대로 이어받아서인지 리귀남은 어릴 때 부친이 항미원조전쟁에 참가한 후 장춘’8·1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했고 후에 참군하여 부대병원 마취과에서 오래동안 근무하며 실적을 쌓았다. 재직기간 맡은바 업무를 훌륭하게 완성하여 개인득실을 따지지 않는 ‘우수한 리의사’라는 평을 받았다. 그는 항미원조정신이 갖는 내포가 풍부하다며 우리는 애국주의정신과 간고분투 그리고 헌신적 혁명정신을 발양하여 항미원조정신을 대대로 전해가야 한다고 했다.



  부친의 사적을 이야기하고 있는 리귀남 로인

  리귀남의 아들 리호(李浩) 역시 자기 기업을 경영하는 동시에 료녕성한마음애심기금회 부비서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어렸을 때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할아버지는 저의 우상이나 다름없었어요. 저의 성장에서 큰 동력으로 되였지요.” 할아버지에 대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전승과 책임이라며 애심기금회에 참가하여 인생가치 창조와 사회기여에 더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철범의 손자 리호

  리철범의 이야기는 리씨가족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홍색기억이며 항미원조정신과 더불어 후세대들에게 널리 전해지고 간직해야 할 진귀한 ‘정신적 재부’가 아닐가 생각한다.

  /료녕신문 최동승 오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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