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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립칼럼 83] 몰입 2

[모이자] | 발행시간: 2020.11.19일 20:00
쫓기는 사슴의 몰입과 쫒는 사자의 몰입은 분명히 다르다. 열애에 빠진 사람이 하는 몰입과 부도에 쫓기면서 사업을 하는 사람의 몰입은 극단적으로 다른 것이다. 전자는 어떤 일을 하는 것이 좋아서 미친 듯이 돌진하는 능동적인 몰입이며, 후자는 그 일을 하지 않으면 큰일 날 위기 상황에서 일어나는 수동적인 몰입이다. 취미 활동에서는 주로 능동적인 몰입을 하고, 직장에서 직무를 수행할 때는 주로 위기 상황에 의한 수동적인 몰입을 하게 된다. 학생들이 시험공부를 하면서 경험하는 몰입도 대표적인 수동적 몰입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의도적인 노력을 통해 수종적인 몰입을 능동적인 몰입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몰입에 들어간다는 것은 능동적인 몰입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며, 산만한 상태를 벗어나 고도의 집중 상태로 접어드는 것이다. 그러나 집중도를 올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문제는 집중도를 필요한 수준까지 올리는 데 허용된 시간이다.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면 집중 상태로 가기가 비교적 쉬워 능동적인 몰입을 할 수 있지만, 허용된 시간이 부족할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단시간에 집중 상태로 들어가는 일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보니 위기감이 엄습할 때나 몰입이 가능해지고 전반적으로 수동적인 몰입의 양상을 띠게 된다.


아인슈타인은 몇 달이고 몇 년이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데, 그러한 과정에서 99번은 틀리고 100번째가 되어서야 비로소 맞는 답을 얻어낸다고 했다. 99번 틀린 경우는 창의적인 노력을 한 것이 아니고, 100번째 맞는 답을 얻어냈을 때만 창의적인 노력을 한 것이라고 보아야 하는가? 결과만 가지고 창의적인 노력을 구분 짓는 것은 잘못이다. 즉 ‘창의적인 노력은 처음에는 해결책을 모르는 상태에서 출발하여 해결책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활동’이다. 설령,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경우라도 그 활동은 개인의 창의적인 노력이라고 보아야 한다.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는 높은 수준의 문제를 풀려고 노력하는 활동은 적어도 개인의 입장에서는 창의적인 노력이다. 자신의 능력보다 문제가 쉬우면 해결할 것이고 문제가 너무 어려우면 해결하지 못 할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문제를 풀려고 노력하는 활동은 비록 가시적인 결과를 도출해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큰 의미가 있다. 두뇌를 많이 사용할 필요가 없는 문제, 처음부터 어려움 없이 해결책이 쉽게 떠오르는 문제를 푸는 활동은 창의성 발달에는 아무 도움이 안 된다.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활동을 창의적인 노력으로 인정해주어야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창의적인 결과가 나오고 창의성이 발달한다. 즉 미지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 자체를 창의적인 활동으로 인정해주어야 창의성을 발달시킬 토양이 제공되는 것이다. 바로 이런 토양에서 아무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는 남다른 능력이 길러진다.


천재적인 과학자들이 위대한 업적을 성취하는 데 타고난 지적 재능보다 몰입적인 사고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한 것처럼,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일상 속에서 몰입에 이르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몰입적인 사고는 지적인 능력을 빠른 속도로 향상시킬 뿐 아니라 학습 속도를 증진시키고, 업무의 효율성을 증대시킨다. 학생들이 몰입적인 사고를 하면서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을 훈련하면 빠른 속도로 수학 실력이 향상될 것이고, 직장인들이 몰입적인 사고를 하면서 일을 하면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고등학교 교사로서 제자 중에 뛰어난 과학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라즐로 라츠. 부다페스트 루터교의 수학 교수인 라츠는 남다른 교육 방식을 갖고 있었다. 라츠가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친 중요한 요인은 두 가지였다. 첫째, 그는 아이들의 재능을 알아보고 믿고 배려했으며, 둘째, 특별한 과제를 주고 다른 아이들보다 더 훈련을 시키면서 관심을 보였다. 또 교내 수학 잡지에 한 달에 한 번씩 새로운 문제를 출제해 아이들에게 지적인 자극을 제공했다. 이 문제들은 고등학생들이 한 달 동안 몰입하여 풀어야 할 정도로 어려웠다. 아이들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경쟁적으로 몰입적인 사고를 해야 했다. 이러한 경험은 아이들에게 어려운 문제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사고하는 습관을 만들어주는 동시에 깊고 날카롭게 생각하는 사고력을 발달시켜주었다. 이 아이들이 훗날 과학자나 수학자로 대성한 것은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1963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유진 위그너는 고등학교 시절 수학을 가르쳐준 라츠 선생 덕분에 수학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그의 인생을 바꾼 선생님으로 라츠를 손꼽았다. 오늘날의 컴퓨터 이론을 최초로 탄생시킨 수학자 존 폰 노이만, 원자폭탄의 아버지라 불리는 물리학자 레오 질라드와 수소폭탄의 아버지라 불리는 에드워드 텔러 역시 라츠의 가르침을 받았다. 전설적인 수학자 폴 에어디시도 라츠에게서 직접 배우지는 않았지만, 라츠가 교내 수학 잡지에 매달 출제한 문제를 풀었다고 하니, 라츠의 교육 방식은 영재교육의 표본이고 주목할 가치가 있다.

거산 윤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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