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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립칼럼 128] 오래가는 것들의 비밀 2

[모이자] | 발행시간: 2021.08.17일 14:00
사람들에게 잊히지 않는 이미지는 기본적으로 '압도적'이다. 누구나 자기 매장과 브랜드에 이런 이미지를 심고 싶어 하지만, 쉽게 심을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빨리 만들려고' 하기 때문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구도심에는 이 도시에서 가장 화려한 지붕이 있는 건물이 있다. 멀리서 보아도 유선형의 지붕과 알록달록한 색상이 금세 눈을 사로잡는다. 바로셀로나의 전통시장 산타 카테리나 시장(Santa Caterina Market)이다.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는 이 거대하고 화려한 시장의 지붕은 모두 32만 5천 개의 육각형 도자기 타일을 조합해 만든 것이다. 마치 파도가 물결치는 모양의 거대한 지붕은 각기 다른 색깔의 육각형 타일을 유선형 모양으로 만들기 위해 하나하나 손으로 나무틀을 만들어야 했다. 1997년에 시작된 공사는 무려 8년이나 걸려 완공되었다. 누군가는 8년이나 되는 시간을 허비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장 날, 무려 4만 명의 사람들이 시장을 보기 위해 모였다. 리모델링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오늘날 시장은 전 세계의 건축, 디자인 전공자들이 스페인에 오면 빼놓지 않고 둘러보는 장소가 되었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건축물' 리스트에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 이 모든 것이 압도적인 비주얼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기쁨, 분노, 슬픔 등 여러 감정 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입소문을 많이 내는 감정은 바로 '경외심'이다. 인간은 자신을 능가하거나 압도적인 존재나 힘을 대면할 때 경외심을 느낀다. 경외심을 가장 빨리 느끼게 하는 것 중의 하나가 비주얼이다. 이 지붕을 만들어냈기에 '놀라운 것'이 되고, 전 세계 사람들이 공유하게 되었다. 지금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든지, 오래된 사업을 유지하고 있든지, 자신들이 앞으로 만들 1000개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 '놀라운 것'을 만들 수 있다. 압도적인 비주얼은 시간을 견디는 힘에서 나온다. "지금 멈추세요." 컨설팅을 의뢰해온 많은 분에게 했던 말이다. 모든 것을 멈출 생각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진열 방법과 비주얼 콘셉트를 제안해도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다. "지금과 같은 것으로 1000개를 더 만드시겠습니까?"라고 물으면 그제야 멈춘다. 비주얼은 모방하기 쉽지만, 정말 1000개를 만들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라면 그 뿌리가 깊기 마련이다. 자신의 뿌리가 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은 것'으로 진화할 수 있다.


비주얼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 많은 사람들이 화려한 것, 멋진 것, 유행하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을 느낀다. 좋은 비주얼은 '자기의 본질'을 드러내는 데 집중한다. 단순히 예쁘기만 한 매장은 급하게 사라진다. 100개를 생각하게 되면, 이런 오해와 함정을 피해갈 수 있다. 누군가는 10년을 써서, 100년 된 듯한 놀라움을 만들어내고, 누군가는 1년밖에 안 된 듯한 어설픔을 갖게 된다.


전 세계 수많은 전통시장을 다녀봤는데, 수백 년의 시간을 견딘 시장의 물건들은 기본적으로 하나같이 품질이 좋았다. 그 시장에서만 살 수 있는 수제품이 많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자신이 공들여 만든 제품의 이력을 알려주고 싶고, 기성품과는 다른 제품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래서 가게마다 자기만의 진열법이 발달한다. 350여 년을 이어온 터키 이스탄불의 이집션 바자르(Egyptian Bazaar)는 '향신료'만 하는 시장이다. 이 시장의 모든 가게가 비슷한 종류의 향신료를 팔지만, 가게마다 진열법이 다 다르다. 똑같은 진열을 한 곳이 하나도 없다. 자기의 정체성을 분명히 지킬 때, 새로운 고객들에게 자신의 브랜드를 알리는 일도 적극적으로 시도할 수 있다. 오래된 브랜드는 이제까지 만났던 익숙한 사람들만이 아니라 새롭게 내 고객이 될 사람들과도 만나야 한다. 이 또한 '안 해야 하는 일'은 안 할 때,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다.


젠틀커피라는 카페가 있다. 장사가 잘 되자, 주인은 3층으로 가게를 넓히고 사업을 확장했다. 그러나 매장이 확장된 만큼 고객은 늘지 않았다. 모아둔 돈이 금세 바닥나, 결국 매장을 줄이고, 2명이서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그때 자기 브랜드의 상징을 생각하게 되었다. '젠틀커피는 과연 어떤 곳인가?' 주인인 나부터 젠틀해져야겠다. 그때부터 주인은 중절모를 쓰고, 저렴하지만 디자인이 좋은 옷과 소품을 찾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공들여 꾸몄다. 말투와 행동에도 신경 썼다. 뼛속까지 젠틀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언제부턴가 매장에 멋쟁이 남자 손님들이 늘기 시작했다. 자신이 입고 있는 브랜드를 알아보고 말을 걸었다. 모자, 안경테, 넥타이 등을 보고 어디서 샀는지 물었다. 그런 손님들을 위해 매장에 모자를 갖다 놓고, 양말 등 패션에 신경 쓰는 남자들을 위한 소품들을 같이 팔기 시작했다. 커피 매출을 능가하는 판매가 벌어졌다. 이곳은 남성 패셔니스타들의 아지트가 되었다. 이런 소문이 나자 대기업 백화점에서 입점해달라는 연락이 왔다. 주인은 자신의 고객에게 더 집중하고 싶다고 거절했다. "뜨거운 열정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열정이다." 똑같은 10년을 써도, 누군가는 100년이 쌓인 것 같은 내공을 갖게 되고, 어떤 이는 여전히 1년밖에 안 된 듯 어설픈 곳도 있다.

거산 윤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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