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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님이 장수할 수 있었던 것은 - 계영자(대련)

[인터넷료녕신문] | 발행시간: 2021.09.01일 02:07



이모님 신영식(申永湜)이 8월 23일 100세를 일기로 세상을 하직했다. 1921년에 태여나 어린 시절 부모 따라 조선 신의주에서 심양으로 이주해 근 백년 세월 이곳에서 살았으니 심양의 장수로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백세연을 끝내 차려드리지 못하고 떠나 보낸 것이 너무 아쉽다.

비보를 접하고 대련에서 급히 달려와 이모네 집에 도착하니 마당엔 마스크 끼고 찾아온 사람들로 꽉 찼고 오빠와 조카들은 안내하느라 한창이였다. 순간 나는 이모님이 자식들 뿐 아니라 동네 사람들의 존대와 사랑을 받으며 살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실은 백세까지 살아온 이모님의 인생은 수많는 조선족 어머니들처럼 그리 순탄치 않았다.

이모님은 부모의 요구대로 심양에서 가정을 이루었고 첫 남편이 전염병으로 젊은 나이에 돌아간 뒤 몇년후 재가하여 새 가정을 꾸렸고 세 아들을 낳았다. 그 전에 세살난 고아를 친딸처럼 키웠는데 나도 이번에야 이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몸이 허약한 고아를 데려다 병도 고쳐주고 손에 물 한방울 묻히지 않게 친딸로 키웠으니 말이다.

이모님은 주어진 운명을 너그럽게 포옹하며 어려움을 헤쳐나가면서 약자도 기꺼이 도왔다. 하기에 이모님이 뭇사람들의 존대와 사랑을 받을 수 있었으며, 이모님의 '사랑'이 또 새로운 '사랑'을 잉태시켜 사랑으로 인생을 품어오지 않았는가 싶다.



이모님은 자녀교육에 많은 힘을 기울였고 자기의 언행으로 본보기를 보여주었다. 늘 자식들에게 옆사람을 도우며 살라 당부했고 자식들이 좋은 일을 할 때마다 장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내 손주 수고했다. 네가 좋은 일을 하니 온 집안이 환해 보인다!" 간단한 한마디지만 다년간 교육사업에 몸 담았던 나도 감동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였다.

큰 아들을 결혼시키고 함께 생활해도 이모님은 일에 게으르지 않았고 솜씨가 뛰여나 옷을 손수 만들어 입었다. 환갑이 지나서도 콩나물을 키워 식당에 갖다 팔고 타버린 재도 쓸어 팔고 가마니도 짜서 팔아 살림에 보태였으며 해마다 김치와 짜짠지를 버무려 옆집에 퍼주군 했다.

함께 생활한 큰 아들과 며느리는 한번도 어머니의 뜻에 거역한 적 없고 50년을 하루와 같이 화목하게 지냈다 한다. 예쁘고 마음씨 착한 며느리는 어른을 공경하기로 소문났다. 큰 아들과 현숙한 며느리가 본보기로 되자 둘째 며느리와 셋째 며느리도 그 뒤를 따랐다.

그간 이모님이 아플 때마다 큰 아들은 어머니의 입맛에 맞춰 국을 끓여주고 어머니가 즐기는 료리를 만들어 대접했다. 향인민대표대회 주임직을 맡았던 둘째 아들은 평소에 크고 작은 일을 불문하고 어머니가 부탁한 일이라면 최선을 다했다.

이모님의 림종 전까지 70세 넘은 큰 며느리가 병원에서 한달 동안 밤낮없이 병구완을 했다. "전염병 때문에 한사람 밖에 병원에 들어오지 못하게 해서, 사람 바뀌면 검역이 번거럽고 다른 사람보다 내가 병구완해야 마음이 놓이지." 큰 며느리의 진솔한 말이였다.

손자 며느리도 시할머니가 퇴원하는 날부터 기저귀를 갈아주고 몸을 닦아주었다. 대련과 한국에 있는 여러 손자 손녀들도 할머니 병위중 소식에 두말없이 달려왔는데 한국에서 일하는 손녀는 28일 동안의 격리와 4차례의 검역을 거치면서 할머니가 돌아가기 전 할머니 품에 안겨 서로의 소원을 풀었다고 했다.

이모님은 성격이 활달해 할 말을 속에 두지 않고 숨김없이 다 해버리는 편이였다. 또 일상생활에서 아무 음식이나 함부로 입에 넣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녀교육을 잘 해서 단란한 가정이 있었고 이러한 가정만이 행복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가 싶다. 물론 들어온 며느리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다른 가정에서 다른 방식으로 자라난 사람을 데려와 완전한 한 식구로 만든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백세시대라 하지만 결코 백세까지 사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아마 이것이 이모님 백세 인생의 비결이 아닌가 싶다.

장례식날 내리던 비도 멈추고 해빛이 혼하강변을 어루만졌다. 우리는 이모님의 유골을 경치가 좋고 물이 맑은 혼하에다 뿌렸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여, 부디 우리 이모님과 우리 어머님 서로 만나는 길 막히지 말게 하여주옵소서!" 나는 흐르는 강물을 막연하게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계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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