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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립칼럼 133] 대한민국이 답하지 않거든, 세상이 답하게 하라 2

[모이자] | 발행시간: 2021.09.21일 15:00
직원들에게 일절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대신 직원들보다 일찍 출근해 사무실을 정리해놓고, 주말에도 직원들은 쉬라고 하고, 나는 밤낮으로 뛰어다니며 영업을 했다. 훗날 들으니 전 지사장은 직원들에게 일찍 출근하라고 하고, 자신은 매일 늦게 출근하고, 점심시간도 2~3시간씩 갖는 것은 물론, 출근도 안 하고, 본사에는 출근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심지어 회사 돈까지 몰래 썼던 모양이다. 그런 보스 밑에서 일해온 직원들에게 나는 이상하게 보였을 것이다. 나는 본사에 요청해 직원들이 영어학원까지 다닐 수 있도록 지원해 주고, 직원들이 외국 고객들과 친해질 수 있도록 테마 파티를 기획했다. 직원들에게도 외국 고객들에게도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입소문이 퍼지고, 결국 태국의 매스컴에도 소개되었다. 영업이 수월해졌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렇게 내가 솔선수범을 하니 회사도 점점 잘 되었다. 사내 분위기도 좋아지고, 월급도 오르니 직원들이 점차 나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누가 이기나 어디 해보자!' 같은 마음이 아닌, 진심과 진심이 통하는 순간이었다.


지난 7년 반 동안 아시아 지점 10개 중, 6개 센터를 직접 지휘했고, 그중 대부분이 회사에 큰 수익을 안겨주는 노른자위 지점이어서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나 넘을 수 없는 차별의 벽을 뼈저리게 실감하면서 과감히 정리했다.

내 나이 서른다섯. 결혼 1년 차, 기다리는 아이가 생기지 않아 몸과 마음이 극도로 예민해 있을 때 졸지게 실업자가 되었다. 고민 끝에 세상이 나를 고용해 주지 않으면 내가 나를 고용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무엇하나 자신 있게 내놓을 게 없어, 창업 전에 오랜 시간 망설였다. 하지만 내게 온 위기를 기회로 바라보기로 결정했다. 나를 해고한 사장은 오히려 나의 숨겨진 날개를 펼 수 있도록 해준 것일지도 모른다. 위기를 통해 나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


미킴이 사업하면 당연히 투자한다던 사람들이 수고하라며 밥만 사주는 게 아닌가. 그래서 사업은 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님을 철저히 깨닫고, '절대 남의 돈으로 사업하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사람들 눈에는 내 사업이 불가능해 보였으리라. 하지만 내게는 시장을 읽을 수 있는 능력과 고객을 유치하는 노하우가 있었다. 7년 반 동안 한 업계, 같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영업 능력을 쌓아 온 것은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가치였다.


1998년, 전 세계를 강타한 IMF 위기로 인도네시아의 내부 상황은 정말 심각했다. 경제 대란에 대한 분노를 화교 탓으로 돌려 폭동을 일으켰다. 폭도들은 화교들의 상가가 밀집된 지역에 약탈과 방화, 부녀자 강간 등을 자행했다. 자카르타 시내 한복판에 탱크가 가로지르고, 폭탄 굉음이 계속 들렸다. 은행 이자가 거의 10배 가까이 치솟자, 외국 기업들이 하나둘 철수하기 시작했다. 살면서 절망스러운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난 재수가 없다'고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이번 일이 잘 안 되면, 다음에는 좋은 일이 오겠지' 했다. 이번 고난도 반드시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믿었다. 역경지수를 높여 절대로 이대로 무너지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몇날며칠 책을 읽으며 머리를 굴렸다. 두 배로 분주하게 뛰어다니며 사업을 일으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왜 걱정해야 할 것과 챙겨야 할 것은 한꺼번에 오는지. 2년 넘게 소식이 없다가, 덜컥 임신이 되었다.


걱정이 되었는지 노르웨이 S전력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지금은 당신을 믿고 계약을 하지만, 이렇게 폭동이 심해지고 다들 철수하는 판에 과연 끝까지 맡겨도 되는 겁니까?" 나는 이렇게 답했다. "만약, 당신 말대로 제가 책임지지 못하고 우리 회사가 문을 닫게 되면 100만 달러를 물어주겠습니다." 내 말을 농담으로 생각했던 그는 웃어넘겼지만, 나는 농담이 아니었다. 위기의 상황에서도 그가 날 믿고 맡겨주는데 그 정도 약속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용을 공증까지 받아 그에게 전달했고, 그 순간부터 그는 10년 고객이 되었다. 성공이었다. 점차 사람들이 우리 회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흔들리는 세상 파도 속에서 인건비와 임대료가 하락했고, 이를 계기로 회사는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다를 철수하고 떠나는 위기 상황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냈고, 얼마 되지 않아 흑자로 돌아설 수 있었다. 나는 흔들리지 않는 정신이 기업인으로서 갖춰야 할 태도라고 생각한다. 사업이란 내리막길이 있으면 오르막길도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배운 순간이었다. 사실 불경기일 때 공격적으로 마케팅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리스크를 얼마나 최소화할 수 있는가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판가름 난다. 설령 지금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먼 미래를 내다보고 더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제공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위기의 비즈니스를 성공으로 이끄는 비결이다. 어려움을 만났을 때,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지키는 일, 그것은 자신에 대한 믿음과 존중에서 온다. 이것이 있는 사람은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반드시 이겨 나갈 수 있다고 지금도 굳게 믿는다. 거산 윤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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