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지난 여름 미국, 유럽 등 세계 곳곳이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렸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남극 대륙에는 최근 6개월 평균 기온이 력대 최저치로 떨어지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외신에 따르면 남극점의 아문센·스콧 기지에서 측정된 지난 4~9월 평균기온은 섭씨 령하 61도로 1957년 남극 기상 관측 개시 이래 가장 낮았다. 기존 최저치(1987년 령하 60.6도)를 34년 만에 경신한 것으로, 최근 30년간 평균에 비해 4.5도나 낮았다.
화씨 기준 ‘령하 100도’(섭씨 73.3도)를 돌파한 경우도 최근 몇 달간 여러 차례 있었다고 남극 기상 전문가인 위스콘신대 매슈 라자라 연구원은 말했다. 지난달 30일 로씨야의 보스토크 남극기지에서는 력대 최저치(령하 80.0도)와 맞먹는 령하 79.4도가 관측되기도 했다.
이는 올여름(6~8월) 북반구의 평균기온이 기상관측 사상 두 번째로 높았던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과학자들은 남극을 둘러싼 초강력 ‘극소용돌이’(폴라 보텍스)를 이상저온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강하면 강할수록 기온을 떨어뜨리는 극소용돌이는 남반구의 경우 가을에 형성돼 겨우내 지속되다 봄에 약해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올해는 강력한 상태가 줄곧 유지됐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번 현상이 지구 온난화의 추세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주지는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데이비드 브롬위치 오하이오주립대 교수는 “남극에서 발생한 단기 변동성의 증가가 이번 혹한의 원인일 뿐 장기적으로 볼 때 남극 대륙은 꾸준히 더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