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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죽음의 일상화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21.10.12일 10:47
 

죽음은 삶의 한 과정 ...죽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크게 바뀌는 시대

얼마전에 친구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년세가 꽤 있는 분이긴 하지만 워낙 건강한 분이시라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바로 그 2주전까지만 해도 친구의 집에 놀러가서 그분이 해주시는 밥을 먹군 했다.

나중에 친구의 말을 들어보니 어머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숨을 거두기전까지 딸과 편안하게 담소를 나누었다고 한다. 흔히들 마지막 유언으로 아주 중요한 말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분은 딸과 일상을 얘기했다. 마침 딸이 차를 바꿀 예정이였기에 딸과 어떤 차를 사면 좋을지 차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딸과 일상을 공유하면서 보낸 것이다. 친구는 또 연명치료를 하지 않겠다는 문서에 서명을 했다고도 했다. 어머니는 본인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연명치료같은 건 필요없다고 생각해서 주저 없이 서명했을 것이다.

한국은 2016년 연명치료와 관련된 법 즉 〈연명의료결정법〉을 통과시켰다. 원래의 명칭은〈호스피스 ‧ 완화의료 및 림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라고 하며 ‘존엄사법’이라고도 부른다. 〈연명의료결정법〉은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자기의 결정이나 가족의 동의로 연명치료를 받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이 법이 존엄사법으로 불리우는 데는 리유가 있다. 흔히 림종이 얼마 남지 않은 말기 암환자나 뇌질환 환자들의 경우 단순 생명 연장을 위해 중환자실로 들어간다. 중환자실의 환자들은 혼수상태에서 똥오줌을 받아내거나 호흡을 돕기 위하여 기관내 삽관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말도 전혀 할 수 없게 되고 가족과 만나기도 쉽지 않으며 결국은 쓸쓸하게 혼자 죽어가면서 ‘품위 있는 죽음’이란 전혀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존엄사란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품위와 가치를 지키면서 죽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연명치료를 받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를 미리 작성해서 제출하면 된다.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그리고 2021년 8월, 연명의료결정 제도가 시행된 지 3년 6개월 (2018년 2월 4일부터 시행)만에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 작성자가 100만명을 돌파했다. 자신의 죽음을 정면으로 마주하고저 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이다. 예전에는 죽음을 론하는 것 자체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 수치를 통해 우리는 죽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크게 바뀌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죽음은 우리의 일상과 멀지 않으며 삶의 한 과정이기도 하다. 가끔 영화나 드라마에서 말기암환자에게 병의 진행을 속이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죽음을 삶의 일부로 생각한다면 굳이 속이지는 않을 것이다. 환자나 그 가족들이 죽음을 터부시하거나 환자 본인이 죽음을 두려워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된다. 그렇지만 본인에게 솔직하게 얘기하지 않는다면 그 환자가 삶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과 다름없다. 환자에게 솔직하게 병의 진행 상황을 얘기하면 그 순간 힘들지는 몰라도 자신의 삶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은 주어지는 셈이다.

언젠가 일본에서는 죽음체험이 인기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미 초고령 사회에 접어든 현재 일본에서는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가 매우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몇년 일본에서는 잘 죽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죽음산업’이 크게 성장하면서 사람들에게 인생을 마무리하고 죽음을 준비하게 하는 ‘슈카쓰’(終活) 가 인기를 끌고 있다. 자신의 장례식장을 예약하고 수의 및 납골방법을 선택하며 심지어 림종 후 지인들에게 련락할 방법까지 정할 수 있다. 또 자기의 의식이 갑자기 없어질 때를 대비해 엔딩노트를 작성하기도 한다. 관에 미리 들어가 보고 수의를 입어보는 등 ‘죽음체험’ 을 하는 젊은층들도 있다. ‘죽음체험’을 하는 사람들은 한마디로 ‘잘 죽고 싶은 사람들’이다. 죽음을 외면하기 보다 적극적으로 맞이하는 태도이며 그래서 생겨난 말이 ‘웰다잉’ (安乐死)이다. 죽음을 경험해본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잘 죽고 싶은 사람들’ 이란 바로 ‘잘 살고 싶은 사람들’이다.

같은 맥락에서 리상(李箱)의 〈종생기〉는 작가가 자신의 죽음을 희화화하는 방식을 통해 삶에 대한 태도를 표현한 것이다. 〈종생기〉의 주인공은 리상이며 소설에 리상이 죽는 과정과 그가 죽은 후 그 주변 사람들의 삶에 대한 서술이 나온다. 소설은 정확히 리상이 ‘대작 〈종생기〉한편’을 남기고 ‘1937년 정축(丁丑) 3월 3일 미시(未時)’ 에 ‘향년 만 25세 11개월’로 죽었다고 쓰고 있다. 그가 이 소설을 쓰는 목적은 “〈종생기〉가 천하 눈 있는 선비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해놓기를 애틋이 바라는 일념 아래’ 의 ‘린색한’ 맵씨의 절약법을 피력한 것이다. 물론 실제 리상이 죽은 날은 1937년 4월 17일이다. 바로 한달이 조금 넘는 시간차를 두고 자신의 죽음을 예견했음을 알 수 있다. 특이한 것은 흔히 무거운 주제로 생각되는 ‘죽음’을 그는 자조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소설에서 리상은 삶에 연연하며 제대로 된‘에피그람’ 한구도 얻지 못한 채 일생을 마무리하는 것에 못내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소설은 죽음에 대한 리상의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데 그중 한 군인과 톨스토이의 림종 모습 비교가 인상적이다. 그는 소설의 초반부에서 한 군인과 톨스토이의 죽음에 대한 태도를 풍자적으로 비교한다. 여기서 군인은 유언 한마디 남기지 않고 인생을 잘 끝냈지만 톨스토이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 유언을 남기면서 자신의 일생에 흠집을 하나 냈다는 것이다. 그러니 자신은 그런 실수 따위는 할리가 없다고 쓴다. 여기서 유언 한마디의 차이란 삶에 미련을 갖고 태연하게 죽음을 맞이하지 못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살면서 우리는 많은 사람들을 곁에서 떠나보낸다. 또 타인의 죽음을 통해 다시 선명해진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우리는 언젠가는 죽으며 그 시간이 지금 당장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죽음은 우리의 일상 속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류경자

필자 략력: 현재 서남민족대학교 강사, 연변대학 중문과 석사 졸업, 서울대학교 국문과 박사 학위 취득, 재한동포문학연구회 회원. 역서 〈디지털기술과 신 사회질서의 형성〉, 론문 〈로신의 탈경계적 상상력과 치유의 글쓰기〉, 〈장용학 소설의 자기 반영성과 메타픽션적 글쓰기〉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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