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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립칼럼 145] 최고의 리더는 글을 쓴다. 2

[모이자] | 발행시간: 2021.12.20일 14:00
최고의 리더는 자신만의 판단 기준을 만들고, 이를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글을 쓴다. 어떤 상황에서든 허둥대지 않고 효율적이고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위해 글을 쓴다. 인생은 끝없는 선택의 연속이고, 지금의 나는 그동안 살면서 내가 내렸던 수많은 선택의 결과물이다. 최고의 리더들은 서로 다른 시대, 국가, 산업에서 활동했지만, 이들 모두 글을 통해 자신과 조직의 원칙을 만들어냈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었다. 글쓰기가 바른 판단을 위한 최고의 도구이기 때문이다.


2010년 1월 19일, 일본의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기업인 국적 항공사 일본항공이 2조 3,221억 엔(2010년 기준 약 28.5조억 원)의 빚에 짓눌린 채 무너졌다. 전제 직원의 3분의 1인 1.6만 명을 내보내고 남은 직원들의 월급도 30%씩 삭감하는 강도 높은 구조 조정 방안이 발표됐지만, JAL이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JAL이 파산한 지 2주 뒤인 2010년 2월 1일, 일흔여덟 살의 백발 신사가 JAL의 새 회장이 되었다. 일본 정부가 JAL을 부활시키려고 영입한 구원투수는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의 창업자이자, '살아있는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인물이다. 일본 정부는 엄청난 빚을 지고 있는 이 회사를 되살리는 일은 오직 최고의 경영자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당시 JAL의 회장직을 맡아달라는 제안은 섶을 지고 불난 집에 뛰어들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는 다음 3가지 이유로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 JAL이 이대로 무너진다면 장기 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 경제가 더 큰 위기를 겪을 것이라는 게 첫 번째 이유, 정리 해고 후 남은 3만 2천명의 직원들과 협력사 직원들의 일자리를 지켜야만 한다는 게 두 번째 이유, JAL이 망해서 일본에 대형 항공사가 한 곳만 남으면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진다는 게 세 번째 이유였다. 그가 난파선의 선장 자리에 오르면서 요구한 조건은 단 하나. 나이가 많아 풀타임은 힘드니, 주 3회 근무하겠다는 것과 임시직이니 급료는 필요 없다는 것이었다. 그가 3만여 명이 일하는 회사를 구해내는 데 투입한 인원은 고작 3명, 회사에서 그의 경영 철학을 알리던 2명의 직원과 오랜 비서 1명이 전부였다. 그러나 2년 7개월 만에 JAL은 도쿄 증권거래소에 재상장되며 부활했다.


경영의 신이란 별명답게 이나모리 가즈오는 자신의 생각을 책을 통해 세상에 전했다. 지금까지 모두 44권의 책을 출간했고, 2018년 기준, 전 세계에서 1,500만 부 넘게 판매됐다. 30년 동안 매년 한두 권씩 꾸준히 책을 써온 셈이다. 그의 책들은 경영서이지 리더십 서적, 자기 계발서라 할 수 있다. 어려운 표현 대신 쉽고 편한 단어들로 읽기 쉬운 글을 쓴다는 건 다른 최고의 리더들과 같지만 이에 더해 그의 글에는 유독 눈에 띄는 특징이 하나 있다. 결코 남을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기 생각이 옳으니 자기 말을 따르라고 강요하는 모습이 전혀 없다. 대신 그는 그저 보여준다. 살아오면서 어떤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었는지 담담히 풀어낼 뿐이다. 직원들을 교육해 회사의 성과를 높이고자 했던 것이 그가 글쓰기를 시작한 이유였다. 회사가 자리를 잡고 직원이 수백 명으로 불어나자 그는 이제 자신이 모든 일을 직접 챙길 수 없음을 깨닫고, 고민 끝에 찾아낸 해법이 전체 조직을 잘게 쪼개 각 집단의 리더에게 전권을 주는 아메바 경영이었다. 기술 개발에만 집중하고 경영에 참여한 적이 없었기에,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창의적인 시스템을 고안해낼 수 있었다. 아메바 경영 도입 후, 회사의 생산성은 빠른 속도로 향상됐다. 수만 명의 직원이 일하는 글로벌 기업을 만든 창업자가 아메바 경영으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이나모리의 글쓰기 경영이 있었다.


글을 썼던 또 한 명의 리더가 있다. 죽기 직전까지 글을 쓰겠다고 밝힌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창업자이다. 1975년 자신의 집에서 창업한 브리지워터는 1,600억 달러(2019년 기준, 약 193조 원)을 굴리는 세계 최대의 헤지펀드로 성장했고, 그 역시 177억 달러의 재산을 가진 세계 67위의 부자가 됐다. 그는 날마다 글을 쓰면서 자신이 어떤 근거와 기준으로 판단을 내렸는지, 자신의 판단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꼼꼼히 기록했다. 그에게 글은 비용이 들지 않는 최고의 마케팅 도구이자 투자자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관점을 세우고, 치밀한 분석력과 과감한 결단력을 키울 수 있는 최고의 훈련 도구였다. 그가 투자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둔 비결은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자신만의 이론을 만들어내고, 다시 현실의 데이터를 통해 그 이론을 검증하고 끊임없이 수정·보완했다는데 있다. 그는 거래를 마친 뒤에도 투자 성과를 자세히 기록했다. 그냥 '돈을 벌었다' '잃었다' '수익률 몇%'가 아니었다. 자신의 예상했던 수준이었는지, 이를 훨씬 뛰어넘는 정도였는지 등, 단순히 경기 득점을 기록하는 게 아닌, 자신의 판단이 얼마나 정확했는지 분석하기 위해 글을 썼고 수치화해서 컴퓨터에 저장했다. 이렇게 해서 판단력을 꾸준히 높여갔다. 최고의 리더들은 기억을 믿지 않는다. 오직 기록을 믿을 뿐이다.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할 수 없고, 기억하지 않으면 반성할 수 없고, 반성할 수 없으면 더 나아질 수 없다.

거산 윤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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