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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언니들

[인터넷료녕신문] | 발행시간: 2022.01.13일 09:49



이른 봄 산과 들을 곱게 물들이는 진달래꽃, 무더운 여름 푸른 숲속에서 활짝 웃는 함박꽃, 파란 가을 하늘아래 한들거리는 코스모스와 국화, 겨울 설중화 매화...계절 따라 내가 좋아하는 꽃이다.

8년전, 한 학교에서 근무하던 우리 셋 --나, 영이 언니와 월이 언니가 위챗 단톡방이 있었는데 나중에 하나 둘씩 ‘손님’이 모셔지면서 인차 11명으로 불어났다. 우리는 이 단체방 명칭을 ‘꽃보다 언니들’이라고 부른다.

우리 언니들은 어쩌면 꽃을 닮은듯 하다.

매화처럼 강인한 옥이 언니와 선이 언니, 진달래꽃처럼 단아한 련이 언니, 함박꽃처럼 환하게 웃는 학이 언니와 숙이 언니 그리고 월이 언니, 코스모스처럼 여린 복이 언니와 순이 언니, 국화처럼 향기 있는 삶을 사는 영이 언니와 현이 언니...

원래는 기업 자제학교에서 함께 사업하다가 하나 둘씩 다른 학교로 전근했거나 학교가 시내 학교에 합병되면서 서로 흩어졌다가 오늘날 통신 기능의 발달에 따라 다시 ‘만남’을 가진 우리들이다. 나에게는 매일 아침 눈뜨면 첫 순으로 확인하는 위챗 단톡방이다. 퇴직한후 새롭게 시작한 사업과 취미생활로 밤늦게까지 바쁜 언니들이 있는가 하면 황혼육아로 힘든 언니들도 있지만 단톡방에 메시지가 뜨면 바로 응답하거나 아무리 겨를이 없어도 그저 ‘눈팅’만 하는 것이 아니라 늦은 밤이라도 꼭꼭 답을 하는 ‘책임감’이 있는 언니들이다.

애초의 시작은 그리움의 회포나 풀고 서로의 안부가 궁금하고 걱정되여 문안이 오가는 수다방였는데 차츰 시간이 흐르면서 ‘회장’도 선출하고 년초면 계획을 세우고 거기에 따라 함께 움직이는 이른바 ‘조직생활’을 하게 되였다.

해마다 11명 각자 생일날이면 회장인 옥이 언니의 축하메시지부터 시작하여 단체방은 아침부터 북적인다. 다양한 이모티콘, 진정성이 담긴 축하인사가 뜨고 또 생일 임자가 답장을 올리고 하느라면 늦게 단체방을 들여다보는 사람은 한참이나 ‘사다리를 오르’면서 메시지를 읽어야 한다.

회장언니의 건의에 따라 해마다 생일상을 차려줄 수는 없지만 60세 생일이면 누구나 할것없이 함께 모여 축하하기로 하였고 에누리없이 오늘까지 그 결정을 따르고 있는 우리 단톡방 언니들이다.

우리는 이 몇년 동안 언니들의 아들딸 결혼식이나 손군 돌생일잔치면 누구라 할 것이 없이 한복을 차려입고 춤군으로 나서서 분위기를 띄워주고 하였다.



우리들의 이런 모습이 입소문을 타서 옛 동료들은 결혼식이나 생일잔치 같은 가문행사에 한복을 입고 춤을 춰달라는 요청까지 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두말없이 회장언니의 지휘대에 따라 한복을 입고 화장솜씨가 좋은 련이 언니 덕분에 예쁜 색조화장까지 하고 춤군으로 행사에 한몫을 하군 한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그 뒤풀이는 영낙없이 한복차림으로 꽃밭으로, 공원으로 향한다. 그러면 촬영가인 영이 언니가 카메라맨이 되여 꽃밭에서 언니들을 촬영하느라 땀동이를 쏟는다. 처음에는 남의 눈치를 보면서 나무 뒤에 가서 숨어서 한복을 벗었다 입었다를 하다가도 나중에는 급하여 눈가리고 야웅하는 식으로 돌아서 훌렁 벗으면 그것이 우습다고 또 꽃밭이 떠나갈 듯 한바탕 웃어댄다. 오히려 지나가는 사람들이 무안하여 피해서 돌아가기도 하였다.

‘꽃보다 언니들’은 교직에 있을 때는 맡은바 사업을 누구보다 못지 않게 하던 ‘센’ 언니들이였다. 정교수로, 교장으로, 교무주임으로, 공회책임일군으로, 골간교사로 교육사업에 혼신을 다 바쳤다. 진짜 난다 긴다 하던 선배 언니들이였다. 지금은 퇴직후의 또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아마추어악단에서 악사로 제2인생을 즐기는 언니들이 있는가 하면 녀성문화센터의 무용수로 활약하는 언니가 있고 영양사 자격증까지 따고 건강상식에 일가견이 있는 언니가 있으며 한국에서 보험설계사 자격증을 따고 팀장까지 맡은 언니가 있다. 금방 퇴직을 한 나에게는 언니들의 지금 모습이 좋은 본보기가 되였다. 손에 쥐면 놓을 줄도 알고 어깨가 무거우면 부리울 줄도 아는 삶, 자식들의 뒤바라지를 할 만큼 해주었으면 내 삶의 락도 있어야 한다면서 우리 단톡방 성원들의 모임이면 지체없이 달려나와서 함께 즐기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여전히 교직에 있을 때의 멋지고 아름다운 그림을 볼 수 있다

한달전 한국에서 귀국한 월이 언니가 지루한 자가격리를 할 때 우리는 손수 빚은 입쌀밴새, 그리고 반찬과 과일을 들고 찾아가서는 층집 밑에서 바줄에 매달아 올려보내주기도 하였다.



며칠전, ‘꽃보다 언니들’은 새해의 첫 모임을 가졌다. 며느리 해산 뒤바라지 하러 한국에 간 옥이 언니와 허리를 상해 외출이 불편한 순이 언니를 제외하고는 빠짐없이 모였다. 코로나19 때문에 출행이 불편하지만 그래도 얼굴을 볼 수 있고 건강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우리들의 평균 년령은 65세이다. 맏이인 학이 언니와 막내인 나는 12년차 띠동갑이다. 입안의 혀도 씹힐 때가 있을려니 우리들이라고 마찰이 없고 알륵이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을 할 수 없었다. 때로는 사소한 일로 얼굴을 붉히기도 하고 무심코 하는 말에 실망으로 낯빛이 흐려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깊이 헤아릴 줄 아는 리해심와 끈끈하게 다져진 우정으로 잠간이면 얼었던 마음도 눈 녹듯 한다. 더우기 막내인 내가 하는 버릇없는 행동과 말실수에도 언니들은 언제나 관용을 베풀었다. 너울가지가 없는 나를 도두보고 있는 것임을 마음속으로 느낄 수 있었다.

꽃들은 어느 한 계절에 모두어 피는 것이 아니다. 그 절기에 맟춰 피여나 독특한 향기와 어여쁨을 자랑한다. 진달래꽃도, 함박꽃도, 코스모스나 국화도, 매화도 그렇다. ‘꽃보다 언니들’, 이 꽃이 이울기 시작하면 또 다른 꽃이 피여나듯이 우리들만의 ‘꽃밭’에서 영원히 지지 않는 ‘꽃’이 되기를 바란다.길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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