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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과 선택

[인터넷료녕신문] | 발행시간: 2022.02.18일 09:39
오스트리아 작가 M. L. 스테드먼의 《바다 사이 등대(大洋之间的灯光)》는 외딴섬 야누스 록이 풍기는 적막하고 쓸쓸한 분위기와 1차대전 직후 상실감과 싸워야 했던 오스트리아 사람들의 삶에 대한 섬세한 묘사, 한 남자의 신앙과 같은 사랑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강렬한 스토리텔링에 힘입어 출간 후 단숨에 현지 독자들을 사로잡은 놀라운 데뷔작이다.



2012년에 출간된 소설은 2013 오스트리아출판상(ABIA) ‘올해의 책’, ‘올해의 신인 작가’에 선정됐고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고 아마존 ‘2012 최고의 력사 소설’에 선정되는 등 전 세계 40여 개국에 출간돼 많은 사랑을 받았다.

국제 IMPAC 더블린 문학상, 마일스 프랭클린 상, 오렌지 문학상, 월터 스콧 문학상 등의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데릭 시엔프랜스 감독, 마이클 패스벤더, 레이첼 와이즈, 알리시아 비칸데르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돼 큰 인기를 얻었다.

1차대전 직후인 1918년의 오스트리아, 이국의 전쟁터에서 막 돌아온 스물다섯살 청년 톰은 전쟁터에서 자신이 해야만 했던 일들에 대한 죄책감에 괴로워하며 자신이 목격한 수많은 죽음으로부터, 기억으로부터 멀리 달아나 등대지기가 된다. 2년 후 무인도 야누스 록으로 림시발령을 받은 톰은 새 발령지로 가기 위한 중간 기착지인 파르타죄즈 곶으로 향한다. 그리고 웨스턴오스트리아 주의 조그만 항구 마을 파르타죄즈에 도착하자마자 운명처럼 한 녀인을 만난다.

“씁쓸함이나 무례함이 담기지 않은 맑은 웃음소리를 들은 것은 실로 오랜만이였다. 해살이 따사로운 겨울 오후였고 톰은 바삐 가야 할 곳이 있는 곳도, 해야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였다. 그때 정말 즐거워 보이는 한 사람이 눈에 띈 것이다. 순간 그 모습이 전쟁이 정말로 끝났다는 확실한 증거처럼 느껴졌다. 톰은 부두 근처 벤치에 앉아 해볕을 쬐며 녀자가 까르르 웃는 모습을, 짙은 색 머리카락이 바람 속으로 던져진 그물처럼 흩날리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파란 하늘을 배경 삼아 실루엣으로 보이는, 녀자의 섬세한 손가락을 눈으로 쫓았다.”

소설은 이렇게 적고 있었다.

자신을 지켜보는 시선을 느낀 녀인이 톰에게 말을 걸고, 그렇게 해서 두 사람은 부두에서 갈매기들에게 빵을 던져주며 잠시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서로의 이름도 모른 채 헤어진다. 그리고 그날 밤 항만관리소장에게 인사차 방문한 톰은 그 자리에 모인 지역 주민들 속에서 다시 한번 그녀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렇게 해서 알게 된 그녀의 이름은 이저벨, 서로에게 강하게 이끌린 두 사람은 톰이 야누스 록으로 떠난 뒤에도 3개월에 한번씩 다니는 보급선을 통해 편지를 주고받으며 마음을 키워나간다. 그리고 마침내 외딴섬 야누스 록에서 둘만의 오붓한 가정을 꾸린다.

신혼부부 외에는 아무도 없는 야누스 록에서 톰과 이저벨은 자유롭고 행복한 신혼생활을 만끽한다. 그리고 이저벨은 몹시 고대하던 아이를 갖게 된다. 전쟁 때문에 오빠 둘을 잃은 후 상실감에 괴로워했던 이저벨은 아이들로 시끌벅적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 꿈이였다. 하지만 가혹하게도 이저벨과 톰의 아이는 세상에 태여나지 못하고 연거푸 류산된다. 계속되는 상실과 절망, 무인도 생활의 고독 때문에 이저벨은 심신이 쇠약해지기 시작하고 그런 이저벨의 모습을 지켜보는 톰의 마음에도 그늘이 드리운다.

세번째 류산이 있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날, 바다가에서 갓난아이와 남자의 시신이 실린 보트가 발견된다. 이저벨은 갓난아이가 엄마도 없이 돌아다닐 리 없으니 아이 엄마는 물에 빠져 죽은 게 틀림없다고, 다른 사람들은 자신이 임신중인 것으로 아니 자신이 낳은 아이로 보고하자고 톰을 설득한다. 등대지기로서의 의무감와 안해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한참을 갈등한 톰은 몇번의 류산으로 살아갈 의욕마저 잃은 듯하던 이저벨이 아기를 품에 안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는 안해의 뜻대로 해주기로 한다. 톰은 남자의 시신을 섬 가장자리에 잘 묻어주고 보트는 바다로 떠내려보낸다.

아이는 루시라는 이름을 얻고 야누스 록에서 아낌없이 사랑받으며 자란다. 등대지기 계약 연장을 위해 세 식구가 처음으로 뭍으로 나가던 날, 이저벨과 톰은 자신들의 거짓말이 탄로날까봐 불안해한다. 하지만 아들들을 잃은 뒤 늘 상심해 있던 이저벨의 부모가 루시 덕분에 다시 삶의 활력을 얻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죄책감을 던다.

야누스 록으로 돌아가기 전날, 루시에게 세례식을 해주기 위해 찾아간 교회에서 톰과 이저벨은 우연히 루시의 친부모에 대한 비극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루시의 생부는 독일인이였는데 아기와 함께 외출했다가 술 취한 퇴역 군인들에게 쫓기는 바람에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간 후 실종됐고 아기 엄마는 몇년이 지난 지금도 넋이 나간 채 남편과 딸을 찾아다닌다는 이야기였다. 운명의 장난처럼 던져진 진실 앞에서 톰과 이저벨은 또다시 잔혹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소설은 선한 사람, 비극적 결정 그리고 그안에서 찾은 아름다움에 대한 탁월하고도 가슴 아픈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거부할 수 없이 매혹적이고 호소력 짙은 플롯이 첫장부터 독자를 사로잡는 이야기이다. 탁월한 서술, 정교한 세부묘사가 등대지기 톰 셔본과 이저벨의 낯설고도 매혹적인 삶속으로 독자들을 빠져들게 하면서 도저히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는 책이다.

줄거리는 탄탄하고 글은 매혹적이며 탁월한 묘사는 과장하는 법 없이 생생하고 편안하다. 열렬하면서도 시적인 글이 우리들을 감성과 슬픔의 파도 우로 몰고 가 옳은 것과 그른 것 사이에서 팽팽한 줄타기를 하게 만든다.신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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