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딸애가 기대 만큼 공부에 정력을 몰붓지 않는다며 시도 때도 없이 잔소리를 퍼붓는 엄마를 보았다. 밥 먹는중에도 늦게 먹는다고 여러 번 꾸중하면서 눈치를 주더니 화장실에 가면 오래동안 꾸물거린다고 란리이다. 공부를 하고 있는 데도 책 번지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 걸 보면 딴 궁리를 한다는지, 잠자는 사이 남들은 숱한 공부를 할 것이라며 늦게까지 공부하라고 닥달이다…
“귀등으로 흘려보내게 돼요. 하지만 가끔 화도 나고 스트레스를 확 받지요. 공부에 더구나 집중이 안되구요.” 딸애는 역작용만 하는 엄마의 잔소리가 제발 끊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여나문살 되여보이는 남자애의 손을 잡고 걸으면서 끝이 없이 말하는 아버지를 본 적이 있다. “공부를 잘해야 돼.”, “공부 못하면 이다음 커서 힘든 일을 하면서 업수임당할 수도 있어.”…아이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고 아버지 혼자만 말하는 일방적인 ‘대화’가 귀가하는 내내 계속됐다.
아무리 힘주어서 길게 말해도 아이는 부모의 훈시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마음에 가닿지 않고 식상하며 공감되지 않아 문을 닫아버리는 것이다. 많은 말을 장황하게 늘여놓기 보다 오히려 입을 닫고 말없이 눈치를 주는편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침묵의 힘이 더 크고 무궁무진함을 귀띔해주고 싶다.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돌아오는 고3 수험생에게 그 어떤 말보다 포근히 안아주는 게 더 힘이 크다는 말을 한 전문가의 특강에서 들은 적이 있다. 그러면서 “힘들지?”라는 한마디만 해주면 자녀는 가족의 포근함과 부모의 든든함을 되새기면서 마음을 다잡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일상생활에서 누군가 평소와 달리 말없이 있으면 오히려 왜 그럴가 하면서 궁금증이 일기도 하고 눈치도 보게 될 때가 있다. 말이 없다고 하여 마음이 보여지지 않은 것이 아니다. 침묵은 보이지 않는 힘이며 소리 없는 언어이다. 많은 말보다 침묵이 오히려 더 날카로운 창이 되여 상대방의 마음을 압박할 수도 있다.
한 교육전문가는 “교육자는 말을 적게 하라.”고 호소하면서 학부모나 교원이나 학생에게 너무 많은 요구를 끝도 없이 늘여놓으면 오히려 역작용을 한다고 조언했다. 공부가 중요하고 반드시 해야 한다는 도리를 모르는 학생은 없다. 생각처럼 행동이 따라가지 않고 자률성과 끈기가 부족할 뿐이다. 아이에게 부질없는 말을 쉴새없이 쏟아내지 말고 대신 자신이 먼저 자률적으로 생활하고 삶을 열심히, 충실하게 살면서 본보기를 보이는 게 더 중요하다. 아이의 공부 뒤시중도 잔소리 대신 행동으로 보이고 사랑으로 실천하면서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면 된다.
침묵의 힘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자. 많은 말보다 더 내 가정, 내 아이에 꽃으로 피여날 것이리라.김일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