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브라임/채널A‘하트시그널’

연애 프로그램이 서민들의 연예인 데뷔 코스가 돼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화제성을 높이고 싶은 제작진과 연예인처럼 주목받고 싶은 비연예인의 내부 목표가 맞물려 파생된 연예계 현상의 연속이다.

러브 프로그램이 끝나면 그 시즌에 많은 관심을 받았던 출연자가 소속사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반복돼 시청자들을 지치게 만든다. 지난 2017년 첫 방송된 채널A '하트시그널'은 화제를 모으며 올해 5월 시즌4까지 이어졌다. 시즌 1의 배윤경과 서지혜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연예계에 데뷔, 예능, 드라마, 광고에 진출했다.

써브라임

시즌 2에서도 연예인 배출은 계속됐다. 임현주와 오영주는 방송 종료 후 한 기획사와 전속계약을 맺고 예능 드라마에 캐스팅됐다. 정재호 역시 다양한 장르의 방송에 꾸준히 출연하며 눈길을 끄는 데 성공했다. 현재 그와 임현주는 독립해 무소속 상태다. 2020년 방영된 시즌3에서 박지현과 서민재는 전공과 달리 인플루언서의 길을 걷고 있다.

다른 연애 예능도 마찬가지다. '솔로 지옥' 신지연, 송지아, 김수민과 '솔로 지옥2' 신슬기, 박세정이 데뷔했고, 2021년 미스코리아 출신 최서은도 방송 출연으로 유명세를 타며 SNS 인플루언서 대열에 합류하기도 했다. 유튜버 덱스101은 시즌2 출연 이후 MBC와 넷플릭스 '좀비버스'에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렇게 성공한 사례가 하나 둘 늘어 연예인이 되면서 프로그램 데뷔를 꿈꾸는 지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연애연예인이 곧 인플루언서가 되고 연예계에 입문하는 과정이라는 공식도 있다.

오영주SNS

청춘남녀가 서로 썸를 타고 사랑으로 이어지는 프로그램의 원래 기획 의도에 맞는 출연자들이 나오길 바란다. 단기 입소문으로 연예인이 되려는 것은 지나친 허영심이다. 이에 시청자들은 '홍보하러 나온 거냐', '데뷔하려고 나온 거냐'고 의심하는 게 당연하다.

제작진은 연예계에 필요한 자질과 능력, 가장 중요한 인성과 도덕성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자신의 의도를 숨기고 유명세를 얻고 싶어서 방송에 출연할 위험을 충분히 판단해야 한다.

몰입도 덕분에 방송 직후 인기를 끌 것 같은 경우가 한두 가지가 아니라 몇 년이 지나자 한계에 부딪혀 떨어져 나갔다. 무엇보다 방송 후 출연자들의 SNS를 찾아 출연자들의 일상을 소비하는 우리의 퇴폐적인 문화도 '연애 예능→연예인 데뷔'라는 구도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프로그램 매 시즌 출연자들의 인성 논란, 연애 여부, 학교폭력, 성폭력, 음주운전 등으로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지만, 앞으로도 '예능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논란에 휩싸인 '하트시그널'

빅스마일엔터테인먼트

채널A 인기 예능 '하트시그널'이 출연진의 과거사 논란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시즌1 출연자 강성욱이 강제추행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고, 시즌3 출연자 천안나는 과거 학교폭력 혐의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썸'과 '사랑'에 집중해야 할 '하트시그널'이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먼저 '하트시그널' 시즌1에 출연했던 배우 강성욱이 추행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재판장 권순일)는 지난달 25일 강성욱과 공범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성폭력범죄(강간 등)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혐의로 1심 판결이 확정됐다.

강성욱은 A씨와 함께 2017년 8월 부산의 한 주점에서 여종업원 2명과 술을 마셨다. 강성욱은 둘 중 한 여성이 먼저 자리를 뜨고 나머지 한 명도 집에 가려고 일어서자 "어디가?"라며 붙잡고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강성욱은 신고 당시 피해자가 '꽃뱀'이라고 주장했다.

채널A ‘하트시그널’

1심은 강성욱과 공범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행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2심은 이들의 혐의 중 상해 부분에 대해 “피해자가 입은 급성 스트레스 장애는 성폭력범죄처벌법상 강간 등 범죄에 해당하는 상해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또 "피해자 진술의 주요 부분이 일관되고, 피해자가 무고했다는 사정은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있다"며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2심 재판 직후 강성욱의 부모는 "내가 증거를 냈는데 왜 인정하지 않느냐"는 말과 함께 욕설을 내뱉어 법원 경위 의해 퇴정됐다.

2015년 뮤지컬 '팬텀'으로 데뷔해 '베르테르', '여신님이 보고 계셔'로 무대에 오른 강성욱은 2017년 채널A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하트시그널'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하트시그널4' 첫 방송 전 또 참가자 논란 "남친 있는데 출연해?"

채널A ‘하트시그널’

채널A '하트시그널 시즌4'(이하 '하트시그널4')가 첫 방송 전부터 비연예인 출연자 루머가 불거졌다.

지난달 27일 '하트시그널4' 측은 이번 시즌 남녀 출연진의 첫 공식 티저를 공개했다. 하지만 해당 영상이 공개된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여성 출연자 A씨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그녀는 A씨에게 최근까지 남자친구가 있었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그녀가 불과 2~3개월 전까지만 해도 의사 남자친구와 '러브스타그램'을 하면서 SNS에 남자친구의 존재를 알리고 함께 일본 여행을 가는 등 열애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까지 교제 중임을 밝혀온 A씨는 남자친구와 헤어지더라도 미혼남녀를 위한 연애 프로그램인 '하트시그널4'에 출연하는 것이 진정성과 성의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첫 방송 전부터 A씨에 대한 논란이 일자 '하트시그널4' 제작진은 사태 수습에 나섰다. 제작진은 A씨가 출연 당시 남자친구가 없었다고 설명하며 "방송국은 비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해 언급하는 것에 대해 신중을 기하고 있지만 루머는 사실이 아니다. 모든 출연진들은 교제 중인 상대가 없는 상태로 출연했다"며 해명했다.

매 시즌 출연자들과의 문제가 불거지자 제작진은 '하트시그널4' 제작에 임하면서 "출연자들의 생활기록부까지 받아봤다"며 명확한 사전 검증을 약속했다. 하지만 첫 방송 전부터 출연자들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다시 한 번 진정성이 의심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