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이 전국을 휩쓸었던 2010년 국내에서 사육되는 사슴 10마리가 사슴만성소모성질병(CWD·광록병)에 걸렸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사슴 광우병’이라고도 불리는 광록병이 국내에서 발견됐지만 당시 검역 당국은 이런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채 덮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광록병은 사슴류에서 발생하는 가축 전염병으로 사슴이 균형감각을 잃고 비틀거리는 등의 증상을 보이다 죽는 질병이다. 이 병의 원인은 광우병과 같은 ‘비정상적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다. 광록병이 발견된 국가는 전 세계에서 미국 캐나다 한국 3개국뿐이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최근 국회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국내에서 광록병에 걸린 사슴 10마리가 발견됐다. 처음 광록병이 발견된 2001년 이후로 따지면 총 33마리나 된다.
광록병은 2001년 충북 괴산과 청원에서 처음 발견됐다. 당시 광록병에 걸린 사슴은 모두 9마리다. 이어 2004년 충북 보은, 전남 나주, 경북 울진 등에서 11마리가 발견됐다. 2005년 3마리를 끝으로 한동안 발견되지 않다가 2010년 경북 경산과 경남 진주에서 10마리가 다시 발견됐다. 특히 ‘엘크’라고 불리는 북미산 와피티 사슴에서만 광록병이 발생했었는데 진주에서 발견된 광록병 사슴 8마리는 모두 국내산 꽃사슴이었다. 광록병이 전국적으로 확산됐을 뿐만 아니라 토종 사슴에까지 전파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광록병에 감염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병이 실제 사람에게 감염된 사례도 현재까지는 보고된 바 없다.
그러나 광록병은 사슴의 침과 혈액을 통해 감염되기 때문에 광록병 사슴의 피가 섞인 녹용을 먹을 경우 사람이 감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녹용은 광록병이 발생하는 곳인 사슴의 뇌 부위에서 자라는 뿔에서 채취된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는 광록병에 걸린 사슴은 동물용 사료나 사람들이 먹는 식품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한국은 녹용 소비량이 많기 때문에 ‘광록병’에 걸린 사슴의 수나 종류를 발병 즉시 투명하게 공개하고 철저한 관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인의 한 해 평균 녹용 소비량은 30만㎏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국내 사슴농장을 통해 조달된 녹용은 11만7230㎏이었고, 정식으로 수입된 녹용은 4만㎏ 정도였다.
따라서 국내 녹용 소비량의 상당 부분은 중국이나 북미산 녹용이 국내산으로 둔갑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