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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문화유산 순방] 흙으로 빚어내는 우리 삶의 이야기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24.06.24일 12:55
-조선족민속도예제작기예 주급무형문화유산 전승인 김영옥



지난 18일 기자는 조선족민속도예제작기예 주급무형문화유산 전승인 김영옥 장인을 만나 그의 손끝에서 탄생되는 도예 작품들의 뒤이야기, 그리고 그가 작품들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들을 수 있었다.

흙을 찾아내고 반죽하고 조각하고 유약을 바르고 구워내는 과정에서 마음과 열정을 담아 새로운‘생명’을 불어넣는다. 도예가는 손으로 한점한점의 흙을 빚어 아름다움을 창조한다.

문외한이 보기에는 똑같은 흙 같지만 어떤 흙은 굽는 과정에 900도에서 모양이 뒤틀리고 갈라지고 어떤 흙은 천도를 넘는 온도를 견딘단다. 흙과 유약, 불을 어떻게 조화롭게 써 본래의 형태나 색갈을 유지하게 굽느냐가 비법인데 오랜 시간과 절차가 걸리는 도예 작품은 거기에 이야기를 녹여내 단순한 도자기가 아닌 살아 숨쉬는 작품이 된다. 도예 장인 김영옥(61세) 전승인이 작품에 림하는 자세이다.



공방이든 작업실이든 구석구석마다에는 김영옥씨와 남편의 손길을 거쳐 나온 작품들이 곳곳에 걸려있다.

민속특색을 자랑하며 왕훙 목적지로 급부상해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는 중국조선족민속원이 바로 김영옥 전승인의 작업실을 겸비한 거처이다. 도예 장인의 거처답게 마당에 들어서면 다양한 도예 작품들이 한눈에 안겨온다.



“우리 어머니가 이야기해주시길 그제날에는 배속에 언니를 임신하고 등에는 오빠를 업은 채 콩도 갈고 빨래도 하고 방치질도 했대요. 그 장면을 표현한 게 이 작품이예요.”



“이건 우리 어머니가 바늘에 실을 꿰기 위해 어두운 두 눈으로 노력하던 모습을 작품으로 탄생시켰죠.”

“이건 물컵에 진달래를 그려넣었구요, 이건 물바가지를 도자기로 재현했어요.”



김영옥 전승인의 도예 작품에는 스토리 텔링이 묻어있다. 그의 해설을 듣고 다시 작품을 보면 새롭게 읽히는 지점이 있다. 진달래가 그려진 컵이며 민속적인 내용을 표현한 그릇이며 옛날 삶을 빚어낸 도자기들이며… 작업실 공간을 장식하고 있는 작품들은 우리 할머니와 어머니 세대의 흘러간 어제의 력사를 그리기도 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의 이야기를 펼쳐보이기도 하며 다함께 그리는 미래의 삶을 떠올리게도 한다.



‘이 작품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하며 오고 가는 외지 관광객들이 작품의 감상을 물어오거든 김영옥씨는 해설원으로 변신해 작품 설명에 열을 올리군 한다.

“전에 북경과 상해에서 오신 관광객들이 진렬되여 있는 작품들을 보고 호기심을 보이시더니 작품에 대해 궁금해하시더라구요. 그 뒤이야기를 들려주었더니 선자리에서 작품을 구매하셨어요.”

민속도예가이자 우리의 살아온 이야기를 널리 전하는 ‘민속 알리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김영옥씨, 그는 2023년에 연변의 주급무형문화유산 조선족민속도예제작기예 전승인으로 선정되였다.



외조부, 작고한 어머니에 이어 3대째 도예가의 길을 걷고 있다. 그때는 도구도 변변찮고 도예 작품으로 보기엔 옹색하지만 “외할아버지도 만드셨고 어머니 역시 흙으로 물동이나 '배떨이'들을 빚으셨어요. 그제날엔 뭐 지금처럼 설비가 좋았던 것도 아니고 생활에 필요한 걸 만들었던 거죠.”

‘유전자’를 물려받은 셈, 돌이켜보니 도예가의 길을 걸은 건 어쩌면 정해진 운명이 아니였을가. 어릴 때부터 어머니로부터 “녀자애가 흙을 그리 만지고 놀면 어떡하니?”라는 말을 듣고 자랐단다. 어머니의 어깨 너머로 보고 배운 것도 흙을 빚는 일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흙을 다루며 큰 것이였다.



손재주가 남달랐던 김영옥씨는 손으로 하는 건 뭐든 빨리 익혔다. 나무조각, 도예는 물론 이 작품은 종이를 물에 불려 만들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도예를 했던 건 아니다. 시작은 나무뿌리 조각이였다. 그래서 조각을 더 배우고 싶다는 포부를 안고 농촌을 떠나 길신조각공장에 들어갔다. 거기서 자학으로 익혔던 원각의 기초 우에 부각기술을 배웠다. 그 부각기술이 지금은 도예 창작에 적재적소로 활용되고 있으니 모든 경험들이 도예의 길을 걷는 재부로 되였다. 95년도에는 안도직업고중에서 목각을 가르치는 교원으로도 3년간 일하면서 그때까지도 나무를 조각했다.

그러다 그 당시 연변대학 미술학부의 원장으로 재직중이던 김동운 원장을 만났고 김원장의 우리 민속 공예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도움에 힘입어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작업실을 내고 도예 제작에 몰두할 수 있었다.



수십년간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자신만의 제작 기법을 완성했다. 이야기가 있는 창작을 추구하는 김영옥씨는 령감을 생활에서 찾는 편이다. 어머니가 들려준 옛이야기, 흘러간 세월에 대한 기억, 삶의 공존, 따뜻함, 사랑, 화목 등을 표현하는 창작적인 작품 세계는 그의 온유한 성품에서 나오는 듯하다. 그의 작품을 살아 숨쉬는 듯 생명력을 띠게 하는 리유도 거기에 있지 않을가 싶다.

몇해전부터 중국조선족민속원 안에 거주하면서 김영옥씨는 남편과 함께 그 공간을 하나의 작은 ‘전시관’으로 꾸며놓았다.




남편이 뒤뜰에 꾸며놓은 도예 체험실.

“마당에 세워진 저 큰 박도, 삐거덕삐거덕 돌아가고 있는 저 작은 물레방아도, 뒤뜰의 도예 체험실도 모두 남편이 직접 만들었어요.”

길신조각공장에서 만난 남편은 김영옥씨 만큼 손재주가 뛰여나다. 두 사람의 손끝에서 탄생한 작품들 덕에 관광객들의 촬영 목적지로 소문난 중국조선족민속원에서 김영옥씨네 작업실은 촬영 배경지로도 손색이 없다.

“사진을 찍으러 왔다가 혹은 구경을 들어왔다가 진렬된 작품들을 보고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시면 저는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어요. 작품 뒤이야기와 함께 우리의 전통과 민속특색, 옛말보따리를 풀어놓아 해내외 관광객들이 두 눈으로, 손끝으로, 온몸으로 그것들을 흡수하면서 관심을 보일 때면 도예가로서도 전승인으로서도 창작의 보람이자 희열을 느끼군 합니다.”

그런 짬짬의 기회를 통해 김영옥씨는 작품 교류와 더불어 외지인들에게 우리 연변을 알리는 데 적극 동참하고 있다.



관광객들의 사진촬영 배경으로 거듭나고 있는 김영옥씨네 도예공방.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대를 이어 물려받은 ‘손재주’를 한평생 전승해온 김영옥씨는 조선족민속도예제작기예의 전승을 꿈꾸고 있다.

“흙을 만지고 굽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우리 딸아이도 도자기를 만들 줄 알거든요. 하는 걸 보면 소질이 없어 보이지는 않는데 아직까지는 본인이 하는 일이 좋대요.”



지난 8일에 2024년 ‘문화와 자연유산의 날’ 연변 집중전시 및 피서관광 시즌이 연길시 아리랑광장에서 정식으로 가동된 가운데 김영옥 전승인도 작품들을 모아 이날 전시행사에 참가했다.

온유한 성격 만큼 부드럽게 웃어보이는 김영옥씨는 그러면서 이 기예의 대가 끊기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배우려는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지 환영이라며 도예에 대한 애정과 대중화와 발전의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아래 김영옥 전승인의 공방에서 만나본 전승인의 작품세계를 함께 감상해보자.



그제날 어르신들이 도자기를 만들던 모습을 재현한 작품



손군들이 온다는 소식에 맨발바람으로 앞마당에 마중나가시던 우리 할머니의 모습



지금은 다리미가 보편화되였지만 옛날에는 씻은 이불을 방치질로 다렸다.





/길림신문 김가혜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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