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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용 시] 꽃향(외3수)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24.07.23일 14:27
양매꽃을 보셨습니까

귤꽃을 보셨습니까

비파꽃을 보셨습니까

모두가 남방의 과일꽃

그들 과일의 최초의 얼굴입니다

남방을 다녀온 사람에겐

남방산 과일을 북방에서 만나도

강남의 꽃철을 감수할수 있습니다

꽃을 먼저 보시고

과일을 드시면

추운 북방 겨울이라 해도

꽃향 하나 덤으로 받을수 있습니다

맛과 향이 한데 합쳐지면

남북간의 엄연한 계선이

한입 과일에 단방 무너집니다

풀꽃 한송이

숲속의 오솔길을 걷다가

손 가는대로

풀꽃 한송이 꺾어서

코에 대고 향기를 맡아본다

상긋한 향기를 뿌려

오염된 대기를 씻으려는

풀꽃의 눈물겨운 노력이

페부에까지 맞혀온다

땅에서 힘들게 걸러낸

향기로 빚어진 풀꽃의 날숨을

나의 들숨에 이어놓으면

나는 대뜸 꽃과 한몸이 된다

될바에는 더 예쁜 꽃이 되자고

될바에는 더 향기로운 꽃이 되자고

나는 길섶의 각가지 꽃에

눈길을 옮겨디디며 간다

꽃향기의 날숨

나의 들숨

꽃과 호흡을 맞추면서

나는 오염된 페기를 가셔낸다

갈대

세찬 바람이 불어오면

갈대는 제마끔

앞 갈대에 업힌다

낱낱이 앞갈대에 업힌다

겹겹이 앞갈대에 업힌다

바람이 지나가면

모두가 앞갈대의 구실을 했다고

띠를 풀고 일어선다

큰 바람을 막아내는

엄청난 벽을 쌓는 공정에

호리호리한 한몸 바쳐야 했기에

사심이 들어찰수 있는 속을

마디 길이로 말끔히 비워놓고

갈대는 갑옷을 떨쳐입었다

풀냄새

싱그러운 풀냄새는

풀잎을 흔드는

산들바람에 실려온다

붉은 흙 노란 흙 검은 흙

어떤 흙이든 가리지 않고

초록일색의 풀이 돋아나

여름이면 풀냄새를 피운다

풀잎에 맺힌 이슬방울이

햇빛에 반짝일 때

그 일렁이는 물빛의 반사광속에서

풍겨오는 풀냄새 풀냄새

풀냄새는 풀의 입김이다

깊은 여름의 향기다

자연은 여름철을 정해놓고

풀내를 향기로 피우면서

푸른 하늘에 푸른 들을 곁들여

인간에게 큰 향수를 베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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