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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50년이 지난후의 동창생들의 모습은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24.09.11일 16:50
17세의 소녀소년들이 졸업하여 갈라진후 50년후에 다시 만나는 모습은 어떠할까.

할빈시 조선족제2중학교(조2중) 74기생들의 50년만의 감격스러운 만남이 랑만의 도시 할빈에서 연출되였다.



정든 모교에서 단체사진으로 즐거운 만남의 순간을 기록했다.

9월 6일부터 할빈조2중 74기 50주년 동창모임이 3박 4일간 진행되였다.

1974기 졸업생들은 우리나라에서도 특수한 군체에 속한다. 대략 출생이 1956년과 1957년 사이에 속하는 이들은 태어나서부터 자연재해로 인한 굶주림을 겪어야 했고 문화대혁명시기에 성장하였으며 고중졸업후(당시 소학교 5년 중학교 4년 합계 9년제) 하향(下乡)하여 농촌에 내려가 단련을 받았으며 도시로 돌아와서는 또 정리해고(下岗) 당하였다. 개혁개방의 첫 개척자가 되기도 하였다. 한마디로 개괄하면 견식이 넓고 락관적이며 의지가 견정한 특징이 있다.

서로를 잊고 살았던 동창들에게 금년 4월 당시 4학년1반 반장 정학철씨의 창의서가 전달되였다.

그립고 보고싶은 절절한 감정이 담긴 편지는 모두의 심금을 울려주었다. 이렇게 너도나도 호응하여 오늘의 모임이 있게 된것이다.

정학철씨(1957년생)는 고중졸업후 군에 입대하여 제대후 할빈시공안국정찰대대 대대장으로 퇴직하여 현재 할빈시조선민족로인문화협회의 총회장을 담당하고 있다.



7일 오전 도리구에 위치한 도리구조선족학교마당에 특수한 손님들이 방문했다. 74기졸업생 52명이 모교를 찾아온 것이다. 50년만에 만나는 모임이라 모두를 열정 또한 대단했다. 이번 행사를 위하여 상해, 항주, 할빈 등지와 그리고 먼 한국과 일본에서도 동창들이 달려왔다. 이들에 대한 접대업무의 원만한 진행을 위하여 청도 황도구에 살고 있는 전영수 동창은 7일전에 차운전하여 도착하여 행사 참가하는 동창들의 기차역 공항 마중을 도맡아 했다. 졸업후 정학철 반장을 비롯하며 8명이나 하향하였던 오상현 두가에서도 대표로 전영학씨가 참가하였으며 2천원 협찬까지 하였다.

교정에 들어온 동창들은 학생들이 서로서로 얼싸안으면서 만남과 그리움의 회포를 풀었다. 순진한 청춘들이 이제는 손자손녀를 둔 할아버지 할머니로 변하여 만난것이다. 실로 세월의 무상함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하였다. 그전에 다니던 교실에 들어서서 책걸상을 만져보기도 하면서 소중한 학창 추억으로 이야기꽃을 피워갔다.

등록이 끝난후 9시부터 정식으로 강당에서 환영식이 이어졌다.

첫 순서로 사망한 동창생들에 대한 묵념이 있었다. 74기생들은 3개반에 120명좌우 동창생들이 있었는데 그사이 이런저런 원인으로 사망한 이가 25명에 달한다.

이어 정학철 반장이 주비위원회를 대표하여 격정에 넘치는 환영사를 하였다.

50년전 들끓은 청춘의 모습으로 학교문을 나선 소년소녀들이 반세기가 지난 오늘 재다시 모교라는 보금자리에 모여 기억의 빗장을 열면서 감사와 사랑 우정과 행복을 반추해보는 소중한 자리가 된것이다.

뒤이어 학교측을 대표하여 리세문 선생이 발언했다. 그는 50년이 지난 오늘 모교를 잊지 않고 방문해주신 대 선배님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뜻을 표시하였다. 동창들은 너도나도 모교가 더욱 발전하여 우리민족의 교육사업을 이끌어가고 민족인재를 양성해가는 중추역할을 지속적으로 해줄것을 기원했다.

녀성동창생 대표의 발언도 이어졌다.

뒤이어 즐거운 오락활동이 시작되였다. 동창들은 너도나도 붉은 넥타이를 매고 어린시절로 되돌아간 느낌으로 오늘을 마음껏 즐겼다.

"모다-" 운동장이 윳놀이 행사로 들썩인다. 서로들 오랜만에 놀아보는 윷놀이에 이목이 집중되였다. 좋은 수치가 나오면 환호소리와 함께 들썽들썽 춤을 추고 그렇지 못하면 여기저기서 탄식소리가 터진다.

그리고 둘러앉아 손수건 떨어드리기 유희도 항상 즐거운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점심시간이 되자 학교마당에 돗자락을 깔고 정성들여 준비해온 도시락으로 산보나온 기분으로 오찬을 즐겼다.

오찬이 끝난후 일행은 관광버스로 이동하여 러시아풍격으로 이름높은 볼가장원(伏尔加庄园)으로 향했다. 아성으로 통하는 아스하강변에 자리한 볼가장원은 부지가 60만평방미터로서 러시아문화를 주제로 하는 국가급 문화관광지이고 중러문화교류기지이기도 하다. 풍년을 약속하는 가을날씨에 동창들은 유럽풍격이 물씬나는 각종 건축물들과 풍경들을 배경으로 소중한 추억의 사진을 남겼다. 저녁에는 러시아 연예인들이 출연한 멋진 공연도 관람하고 불꽃놀이도 감상하면서 행복하고 랑만적인 저녁시간을 보냈다. 리만수 김광빈 등 동창들은 깊어가는 밤이 아까워서 새벾까지 술잔을 기울이며 만남의 회포를 풀었다는 후문이다.

만남의 시간은 언제나 짧았다. 8일 저녁에는 할빈의 금곡청사(金谷大厦) 4층 행사장에서 리별만찬이 시작되였다. 오후시간에는 동창들이 삼삼오오 떼를 지어 송화강변의 스탈린공원과 백년거리 중앙대가를 거닐면서 소중한 추억을 쌓아갔다.

"사랑하는 동창여러분 금방 우리가 만났는데 래일이면 또 리별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정학철 문경애 동창이 남녀사회자로 단상에 올라 총화만찬의 개막을 선언했다.

정학철 반장은 환송사에서 이제 다가오는 칠순잔치를 동창합동잔치로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하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어 리만수 재무담당이 금번 행사의 재무지출상황을 상세하게 공개했다. 외지에서 오는 사람들에게 부담을 줄이기 위해 3박4일행사비용으로 1천원씩만 받는 등 섬세한 배려를 보아낼수가 있었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동찬 리영춘씨의 축하메세지 동영상도 방영되였다.뒤이어 1반, 2반, 3반의 반장들인 정학철, 류동근, 양흥룡 세명이 단체로 건배를 제의했다.

문예공연 행사의 사회는 1반 리미연과 2반 김인희씨가 맡았다.

3반 전체 동창들의 "반갑습니다" "잘 놀다 갑니다" 노래는 초반부터 행사 분위기를 고조로 이어갔다. 1반에서도 뒤질세라 남성동창들이 무대에 올라가 "사격련습하고 돌아오다(打靶归来)" 합창으로 화답했다.



2반에서는 상해에서 정형시술 전문가로 유명한 리지해 동창이 걸걸한 목소리로 "강촌에 살고 싶네" 노래를 불러 전체 동창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빙빙 돌려 춤을 추는 광경을 연출했다.

"아- 그리운 옛동창들이여 당신의 모습에서 나는 청춘시절의 순결과 격정을 보았으며 당신의 얼굴에서 나는 더욱 행복한 생활로 나아가는 우리의 찬란한 미래를 보았다네-"

정학철 반장의 격정에 넘치는 즉흥시 '옛동창'을 들으면서 참가자들은 그리움과 감격, 격동의 충동을 느낄수가 있었다. 보고 있으면서도 그립다는 말을 실감하는 소중한 순간이기도 하였다.

반세기만에 랑만의 도시 할빈에서 가져보는 동창모임, 앞으로는 또 언제 만날련지, 그리운 나의 동창들이여, 부디부디 행복하게만 살아다오. 이것은 현장에서 동창 모두가 절절히 느껴보는 진실한 심정이기도 하였다.

할빈조2중 74기 졸업 50주년 동창생들의 마지막 리별의 밤은 이렇게 명멸하는 중앙대가의 네온싸인등 속에서 서서히 깊어가고 있었다.

/박영만 기자

사진: 조2중동창회 곽일화, 박영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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