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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한가운데서, 사막 한복판서 삶을 어루만지다

[기타] | 발행시간: 2012.02.28일 08:54

■ 서울 아르코미술관서 몽골 - 남극 - 이란 - 중국 ‘노마딕 리포트 2012’전

[동아일보]

《 얼음의 땅부터 광대한 사막까지, 한국 예술가들이 낯선 오지를 찾아 이동형 작업실을 꾸렸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그들이 새로운 사유와 시각으로 빚은 작품들, 현지 작가나 주민들과 교류하며 완성한 작업이 어우러진 유목의 예술이 도심 속으로 옮아왔다. 》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리는 ‘노마딕 리포트 2012’전은 관객에게 색다른 일상 탈출의 여정을 제안하면서 자연과 생명의 존엄성을 돌아보게 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몽골 남극 이란 중국에서 차례로 진행한 ‘2011 노마딕 예술가 레지던스프로그램’에 참여한 작가 20여 명이 현지 작가들과 ‘따로 또 같이’ 완성한 작업을 볼 수 있다. 3월 14일까지 몽골과 남극 팀, 23일∼4월 15일 중국과 이란 팀 전시가 이어진다. 무료. 02-760-4850

2주간의 짧은 시간이지만 작가들이 혼자선 쉽게 가기 힘든 곳에 머물며 기획한 작업을 통해 노마드(유목민)의 감성을 공유할 수 있다. 기존 작업세계가 확장된 작품 속에 다른 시공간의 풍경과 현실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 사막의 푸른 초원

‘치니네르힌베?’

작가 리금홍 씨가 몽골 사람들에게 던진 질문이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라는 그의 물음에 ‘강인한 연꽃’ ‘단단한 강철’ ‘불멸의 꽃’ ‘변치 않는 기쁨’ ‘단단한 보석’ 등의 답변이 돌아왔다. 이렇듯 아름다운 이름 아래 하늘과 땅의 기운에 대대로 순응하며 살던 유목민들은 광산 개발이 시작되면서 누구나 돈 많이 벌어 잘사는 꿈을 꾼다.

몽골 팀의 ‘찰나생 찰나멸’전은 사막의 여행자로 떠돌았던 작가들을 통해 삶과 죽음의 윤회, 과거와 미래를 잇는 길을 찾아 나선다. 몽골 말로 ‘고비’는 ‘사람과 동물들이 살지 않는 황폐한 땅’이란 뜻이다. 남 고비지역을 찾은 작가들은 황무지와 초원의 땅을 지켜온 그들의 장구한 생활 방식이 큰 변화를 맞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손승현 씨는 옛 전통과 21세기 도시풍경이 교차하는 몽골의 두 얼굴을 사진으로 기록했고, 이수영 씨는 사람과 자연 속 동물의 죽음을 하나로 묶은 설치작품으로 삶과 죽음을 순환의 사슬로 이해하는 몽골의 생사관을 표현했다. 홍현숙 씨는 지평선 끝으로 사라지는 자신의 뒷모습을 담은 영상으로 광막한 대지와 깨알 같은 우리의 존재를 대비한다. 강소영릴릴은 별무리가 쏟아지는 신기루 같은 장면, 사막의 폭풍을 흑백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해 평범해 보이는 초원에 쌓인 영겁의 역사를 읽어준다.

○ 남극의 푸른 밤

‘남극의 밤은 투명한 푸른 담요로 감싼 것 같다. 마치 진공 상태의 푸른 유리병 안에 들어가 있는 기분을 갖게 한다.’ 설치작가 김승영 씨는 자신의 말 그대로 남극의 신비한 밤을 푸른빛으로 연출한 공간으로 살려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김 씨를 비롯한 참여 작가들은 남극의 세종과학기지대원들과 생활하며 경이로운 극지에서 체험한 실재와 가상의 경계를 작업으로 풀어냈다. 1만 년이 넘는 빙하의 역사성을 기록한 광모, 강인한 생명력으로 살아남은 식물을 촬영한 김주연, 글과 드로잉으로 현지 생활을 들여다본 김용민, 광활한 풍경을 문학적으로 재해석한 사진을 남긴 박홍순, 만화경 같은 영상으로 남극 이미지를 연출한 조광희 씨와 극지연구원들이 직접 찍은 사진은 남극에 대한 호기심을 일깨운다.

낯선 시공간을 유랑하며 자신의 시각과 상상력을 다양한 형태로 드러낸 작가들. 이들이 자연과 맨살을 부대끼고, 현지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축적한 성과물은 이주와 정주 틈새에 자리한 신비한 세상을 향한 출구로 관객을 이끈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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