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부대 밖 취침 94일 … 특혜 논란 진실은
일반병사는 상병 계급까지 30일
네티즌 “너무 차이 난다” 불만
군 “홍보지원대 특성상 불가피”
44일은 공연·안무 연습한 출장
군 복무 중인 가수 비(본명 정지훈·31)와 인기 여배우 김태희(33). 두 톱스타의 열애설이 돌연 군 복무의 형평성 문제로 번지고 있다. 군 복무 중인 비가 어떻게 김태희와 연애를 할 수 있었느냐는 의문이 인터넷에서 제기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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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에 따르면 2011년 10월 11일 입대한 비는 2일 현재 군생활 450일 가운데 휴가나 외박으로 94일을 썼다. 비는 지난해 3월 9일 ‘국방홍보지원대’(국방부 홍보와 국방 미디어 출연을 전담하는 부대)로 전입하기 전 5사단 조교로 근무하는 동안에도 병가 7일과 위로 및 포상휴가 9일, 특근전사 포상휴가 7일 등 23일간 휴가를 나왔다. 국방홍보지원대로 옮긴 뒤의 298일 중엔 휴가나 외박(출장)을 71일 사용했다. 포상휴가 17일, 외박 10일, 공무상 출장이 44일이다. 출장은 스튜디오 녹음과 안무 연습이 25일, 공개방송 위문열차 출연이 19일이었다. 출장을 포함해서 나흘에 한 번꼴로 생활관(내무반) 밖에서 잠을 잔 셈이다. 비의 경우 현재까지 신병휴가나 정기휴가를 사용하지 않았다. 잦은 외박으로 정기휴가를 사용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이는 같은 기간 군 생활을 한 상병의 휴가나 외박 기간(30일 내외)의 3배가 넘는다. 현재 육군의 경우 병사들은 신병휴가(4박5일)나 정기휴가(28일), 외출·외박 등을 합쳐 전역 때까지 50일 정도만 병영 바깥에서 지내고 있다.
비의 휴가나 외박 기록은 21개월간 해병대에서 군생활을 마치고 지난달 6일 전역한 현빈(본명 김태평)의 51일(정기휴가 28일, 위로휴가 5일, 특별휴가 및 외박 18일)보다도 훨씬 많다. 특히 현빈의 휴가기간에는 인도네시아 특사 역할에 대한 포상 차원으로 주어진 10일간의 특별휴가도 포함돼 있어 사실상 일반 병사들보다도 열흘가량 적다. 현빈은 입대 후 백령도에서 소총수로 근무하다 출연작 ‘시크릿 가든’이 인도네시아에서 큰 역할을 끌면서 2011년 10월 인도네시아 정부 초청으로 인도네시아 국군의 날을 맞아 우리 방위산업 수출 특사로 활동한 적이 있다. 그 뒤 10일간 포상휴가를 받았던 것이다. 같은 연예활동을 하다 군에 입대했지만 국방부 소속의 연예병사들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국방부는 비가 맡고 있는 홍보지원대의 임무상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홍보지원대는 일반 부대와 달리 공연 준비와 지방공연이 많아 외박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국방부에는 녹음이나 공연, 안무 연습을 위한 시설이 없어 강남의 연습실을 밤새 대여해 사용하다 보니 부대 밖에서 활동한 기록이 많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낮에는 연습실 대여료가 비싸고 그나마 스케줄이 잡혀 있어 공연 준비를 위해 외박이 잦았고, 규정에도 별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현재 홍보지원대에는 비 외에도 KCM 출신 강창모, ‘이특’으로 알려진 박정수 등 16명의 연예사병이 복무하고 있다. 이들의 외출·외박 기록도 외부 공연 숫자에 따라 차이가 있 지만 비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국방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국방부 홈페이지 등에는 비판의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날씨 속에서도 전방에서 근무를 서고 있는 병사들에 비하면 연예인 사병에 대한 특혜가 지나치다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연예 사병들의 특혜를 보면서 신세대 장병들에게 철책을 지키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그들의 공로에 비하면 너무 큰 포상과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내가 군 생활을 할 때만 해도 신병 위로휴가와 1차·2차·3차 정기휴가, 포상휴가 두 번밖에 없었다. 군 생활 열심히 해서 포상휴가 많이 받는 병사들을 봐도 연예병사보다는 훨씬 적게 나간다”는 글도 올라왔다. 자신을 ‘곰신’(남자 친구를 군대에 보낸 여자 친구)이라고 소개한 한 여성은 김관진 국방부 장관 트위터에 “나는 군대에 간 남자 친구를 잘 보지도 못하는데 김태희는 잘 만나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고 썼다.
국방부 당국자는 “중요한 건 연예병사라는 신분을 이용해 사병의 임무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는지 여부”라며 “취약시간을 이용해 일탈행동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정용수·정종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