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윤가이의 실은 말야] 송혜교가 또 떴다. 백 번의 클로즈업에도 단 한 번의 굴욕을 허용하지 않는 미모, 그리고 시청자들의 가슴을 후벼 파는 절절한 오열 연기가 연일 화제다. SBS 수목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이하 그 겨울)를 통해 국내 팬들의 오랜 기다림에 보상하고 있다. 많이 보고 싶어 했던 만큼, 많이 기대한 만큼 돌아온 송혜교는 여전히 아름답고 한층 성숙하다.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달리는 드라마 '그 겨울'에서 송혜교는 시각 장애를 지닌 대기업 상속녀 오영으로 분했다. 2008년 KBS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이후 오랜만의 드라마 출연이다. 브라운관을 떠난 5년간 영화 '일대종사', '오늘', '카멜리아-러브 포 세일' 등에 출연했다. 잠시 공백기도 가졌고 주로 영화와 CF, 해외 활동에 집중하느라 팬들을 만날 기회가 적었던 그다. 그래서 늘 기다려지던 여배우, 톱스타 송혜교는 '그 겨울'을 통해 변함없는 비주얼은 물론 한층 성숙해진 연기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번 작품은 송혜교 본인에게 있어서도 또 하나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수많은 드라마 러브콜에도 고사에 고사를 거듭한 끝에 고른 것이 바로 '그 겨울'이다. 이는 물론 '그들이 사는 세상'에 이어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추는 노희경 작가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된 선택이다. 하지만 이에 더해 스스로 배우로서 가능성과 잠재력, 그리고 성장한 연기력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 겨울'은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이란 일본의 원작 드라마가 있고 심지어 국내에서는 김주혁-문근영 주연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던 작품이다. 자연스럽게 노 작가의 대본부터 송혜교나 조인성의 캐릭터와 연기력이 원작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조건인 것이다. 그래서 원작이 있는 작품은 더더욱 손에 쥐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송혜교는 '그 겨울'의 대본을 집어 들었고 시각 장애 연기, 오열 연기, 멜로 연기 등 풍부한 연기의 기량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자신감이 없었다면,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면 굳이 이 작품에 달려들진 않았으리라.
송혜교에게 없는 건 '조바심'이다. 그 꼿꼿한 심지를 지키며 차분히 배우 행보를 걷고 있다. 그가 인기에 급급했다면, 빨리 오르고 더 멀리 가려 했다면 지금과는 달랐을지 모른다. 인기, 전성기를 의식하기보다 오롯이 배우로서의 커리어를 쌓는 데 집중했고 그 성과는 보는 바와 같다. 어느덧 30대 초반, 사람도 인생도 조금은 더 알게 된 나이, 인간 송혜교의 내면도 함께 성숙하며 배우로서의 성장에 자양분이 된 모습이다. 예쁘게만 우는 게 아니라 처연하게 울고, 사랑스럽게만 웃는 게 아니라 아프게 미소 짓는 '그 겨울'의 송혜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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