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웅
영화관이나 극장에서 관객들은 입장권에 적힌 번호대로 제자리를 찾아 앉는다. 이것을 중국어로 “대호입좌(對號入座)”라고 한다.
이런 “대호입좌(對號入座)”의 현상은 가끔 영화관이나 극장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도 발생하게 된다. 이를테면 로신의 중편소설 『아Q정전』이 발표된 후 이런 “대호입좌(對號入座)”의 현상이 발생해 한 때 중국문단이 시끌벅적하기도 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아Q정전』중의 아Q란 인물은 자기를 비꼬고 풍자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라고 하면서 로신을 공격해 나섰던 것이다.
어느 특정한 인물이 아니라 허구에 의해 창조된 아Q라는 이 인물형상은 비록 특이한 개성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또 많은 중국인들에게 정도부동하게 존재하는 렬근성, 즉 보편성도 갖고 있으므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아Q의 얼굴에서 자기의 얼굴을 보아내게 된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요즘 본인이 쓴 일부 글들이 사이트에 뜨면서 역시 이와 같은 “대호입좌(對號入座)”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주 흥미롭다. 본인은 사람이나 사건이나 현상들을 거론할 때 이름을 밝히지 않았는데도 일부 친구들이 필자의 글속의 아무개는 자기를 비꼬고 풍자했다느니, 아무개를 비꼬고 풍자했다고 뒷골목에서 많은 시비공론들을 벌이고 있다는 소문을 적잖게 전해 들었다. 심지어는 닉명으로 반발을 하고 나서기도 했다.
본인이 특정한 어느 누구라고 꼬집어 말하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본인의 글에서 우리 문단의 일부 사람들이 가지의 얼굴을 얼마간이라도 보아낸 것 같다.
본인의 이런 글을 보고 초연할 수 없었던 이들은 아마도 이런 글이 저촉되는 데가 있어서 그랬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곰보들은 길바닥을 보고 울퉁불퉁하다 해도 기분이 언짢아한다고 하지 않던가.
앞으로도 이런 “대호입좌(對號入座)”의 현상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마음이 켕기는 사람들이 언제나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마음이 켕긴다는 점은 바로 아직도 량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음이 켕기여 살지 말고 자기의 잘못을 고치면 되는 것이 아닌가?
2007년 10월 29일 연길에서